▲ 숨진 케네디 주니어와 아내 캐럴린. | ||
실제로 외국에서도 재벌가의 자녀나 유명인의 자녀가 비참한 운명에 빠지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다.
해외의 사례에서 볼 때 가장 불행한 가족사를 갖고 있는 이는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가문이다. 처칠은 부인 클레멘타인과의 사이에서 모두 다섯 명의 자식을 낳았으나 이 가운데 단 한 명만이 평탄한 삶을 살았을 뿐, 나머지 네 자녀는 하나같이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다.
불과 두 살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난 넷째 마리골드를 비롯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태인 코미디언 빅 올리버와 결혼해 미국으로 도망갔다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셋째 사라, 역시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둘째 랜돌프. 그리고 자살한 첫째 다이애나까지 불행은 이어졌다. 랜돌프는 “거대한 떡갈나무 곁에서 자라는 어린 나무는 노목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기 힘들다”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다.
미국의 케네디가도 마찬가지다. 촉망받던 장남 조지프 주니어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조종사로 전사한 것을 시작으로 조지프 케네디는 69년 세상을 뜰 때까지 4남5녀 중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넷째 딸 캐슬린은 비행기사고로, 둘째 아들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셋째 아들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은 5년 간격으로 잇따라 암살당하는 불운을 맛본 것. 더구나 3남 로버트 케네디의 두 아들 데이비드와 마이클은 각각 약물 과다복용과 스키 사고로 숨졌고 존 F 케네디의 외아들 존 F 케네디 2세와 그의 부인 캐럴린은 지난 99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63살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감옥에서 쓸쓸히 죽은 문호 헤밍웨이의 아들 그레고리, 우울증과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의 딸 등 유사한 사례가 넘쳐난다.
그러나 최근 외국에서는 재벌 아버지나 유명인 부모로부터 독립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2세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사람은 아만다 허스트(21). 영국 언론들이 윌리엄 왕자의 유력한 배우자감으로도 꼽고 있는 인물로 ‘미디어 황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증손녀다. 그녀는 보스턴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으며 틈틈이 미국과 유럽에서 패션 모델 및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고(故) 지아니 베르사체의 조카딸 알레그라 벡(19)은 삼촌의 유산 절반을 상속받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대 반열에 올랐지만 배우가 되기 위해 뉴욕에서 연기 공부를 하겠다고 최근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가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24)은 패션모델, 리포터, 가수, 리얼리티 프로그램 주연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막내 아들인 론 레이건(47)은 아버지의 정치적 성향과는 달리 민주당 지지자로 지난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고어 후보의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최고 재벌 가문은 ‘미국의 4대 가문’으로 손꼽히는 록펠러, 멜런, 듀폰, 핍스 가문이다. 이들은 미국 사회가 심한 빈부 갈등을 겪었던 20세기 초를 거치며 이전 시대의 기업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갔다. 우선 상당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다. 따라서 2세들이 아버지의 권위에 가려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는 일은 드문 경우가 되고 있다.
이처럼 재벌의 후손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재산 관리마저 신탁에 맡겼지만 20세기를 거치며 미국 4대 가문의 자산 규모는 10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정착되기에 이르었다. 이렇게 부의 규모는 나날이 커져갔지만 기업의 경영과 소유에 직접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가문의 일원들이 사회적으로 부각될 일도 없어 대부분의 미국 재벌의 2세들은 세간의 관심 밖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영위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