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훈장을 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 왼쪽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장의 노성일 이사장. | ||
1952년생으로 황 교수보다 한 살 많은 노 이사장은 국내 최고의 불임시술 병원인 미즈메디 산부인과 그룹 설립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촌 형인 이동희 박사와 함께 산부인과 전문 병원이었던 제일병원(현 삼성제일병원)을 공동 창업한 고 노경병 전 대한병원협회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연수를 마치고 제일병원 산부인과장 등을 지낸 노 이사장은 1991년 서울에 미즈메디병원을 설립했으며 현재는 국내 불임치료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즈메디병원은 2000년 불임 환자들로부터 제공받은 잉여 배아를 바탕으로 줄기세포를 만들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시키는 등 일찍이 줄기세포 연구에 착수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1년 서울의대 문신용 교수, 노 이사장, 황 교수 등 3명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지하 다방에 모여 치료 목적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기로 결의하면서부터다.
동물 복제 전문이었던 황 교수는 줄기세포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불임 치료 등으로 다수의 난자를 확보할 수 있는 미즈메디병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의 ‘도원결의’는 2004년 2월 황 교수팀이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황 교수는 이어 올해 5월 난치병 환자의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해 세계 과학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노 이사장은 두 논문 모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황우석 사단’의 핵심 인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에 금이 간 것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난자 제공 등 윤리 문제를 들어 황 교수와 돌연 결별을 선언하면서부터다. 그 여파로 노 이사장은 난자 제공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사실을 시인하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그때 노 이사장은 “황 교수는 보상금 지급 사실을 몰랐으며 나는 자발적 의지에 따라 뜻이 좋아 아무 소리 안 하고 황 교수를 따라갔었던 것일 뿐”이라고 황 교수를 감싸주는 등 그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연대는 별 문제가 없는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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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논란이 줄기세포 진위로 번진 뒤인 이달 7일 노 이사장은 “나도 황 교수에게 숨긴 것이 없느냐고 몇 번을 물어볼 정도로 내부적 혼란에 빠졌다”고 밝히는 등 처음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15일 “줄기세포가 남은 것이 없으며 5월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됐다”는 ‘폭탄선언’으로 황 교수에게 일격을 가한 데 이어 16일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황 교수를 비난하고 나서 황 교수와 노 이사장 관계는 ‘악연’으로 바뀌고 말았다.
노 이사장이 16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고 최근에서야 (황 교수를) 만났다”고 밝혔다. 소원하게 된 이유에 대해 “버림을 받았다는 기분을 느꼈다. 필요할 때는 연락하고 활용하지만 가치가 없으면 버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면서 소원해진 것 같다”며 ‘토사구팽’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노 이사장은 또 “문신용 서울대 교수와 황우석 교수는 나와 황 교수보다 먼저 멀어졌고 나는 이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며 “그 후 안규리 교수와 모 병원 등이 들어오면서 나와 본격적으로 소원해졌다”고 밝혀 일종의 논공행상에 따른 갈등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소원한 관계가 사실은 지난 5월의 <사이언스> 논문 발표 무렵부터 이미 대외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는 것이 일부의 분석이다.
노 이사장은 당시 논문에 관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런던에서 논문이 발표되는 줄도 몰랐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야 황 교수가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 이사장은 당시 “논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황 교수와 안규리 교수가 (런던에) 간 것도 이제야 알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황 교수는 줄기세포 바꿔치기와 관련 미즈메디병원 측을 지적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노 이사장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법정에서 서로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