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윤씨가 2003년 6월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경위에게 군 관련 비리제보를 한 뒤 건설사에 “수사를 축소시켜 주겠다”고 협박, 9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그를 긴급 구속됐다. 윤씨를 구속한 직후 검찰은 윤씨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1천만원권 수표 8백여장을 현금화한 사실도 밝혀내고 이 돈의 출처를 조사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브로커 윤상림 사건’. 상상을 넘어서는 그의 정관계 인맥과 로비행각 등은 하나씩 그 베일을 벗을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에서도 “지금껏 밝혀진 내용은 시작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일 정도다.
윤씨의 구속 이후 법조계와 정계에는 그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각계 고위직 인사들의 명단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 이해찬 총리와 윤씨의 골프 회동은 그 중 하나였다.
지난 21일 검찰은 이미 알려진 ‘현대건설 9억 수수’ 혐의 외에 범행 5건을 추가로 기소했다. 이 안에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송재빈 전 대표, 진승현씨 등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와 함께 경찰간부 인사청탁 로비 등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현재 검찰은 윤씨가 하남시 풍산지구 재개발 사업과정에 개입, 수백억원대의 불법이득을 챙긴 정황을 잡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윤씨 주변 인사들은 현재의 검찰 수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 막강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윤씨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는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인사는 “현재 검찰은 윤상림을 수사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검찰이 “송재빈 전 대표가 윤씨에게 주식대금 명목으로 2억여원을 갈취당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윤씨의 한 주변인사는 “갈취금액이 2억뿐이라니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윤씨가 고위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가질 때 송 전대표가 돈을 대는 일이 있었다. 2억은 그 동안 그가 낸 골프비도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윤씨의 행적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도 하나씩 드러났다. 하남 재개발이 진행되던 2002~2003년 당시 그는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토지공사 본사에 버젓이 사무실을 두고 재개발 사업에 개입, 각종 로비를 통해 불법이득을 취했다. 검찰은 최근 “윤씨가 하남 재개발 사업권을 따낸 우리종합건설의 비공식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토지공사가 수립한 하남시 풍산지구 개발계획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 수사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토지공사의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윤씨가 토지공사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사무실을 두게 됐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임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윤씨는 기본이 안 된 사람이다. 김 사장이 호의적으로 그를 대해주었는데도 김 사장을 이용하고 나쁜 짓을 많이 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윤씨의 비리행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고 있다. 당시 토지공사 사장은 김진호 전 육군 대장이었다.
윤씨와 카지노를 드나들며 그의 돈세탁을 도와준 한 주변인사는 “2003년 이후 윤씨의 씀씀이가 커졌다. 자기 말로는 하남에서 큰돈을 벌었다고 했다. 카지노에 가지고 간 돈도 모두 그런 돈이었다. 4백억 이상을 벌었다면서 투자할 곳을 알아봐달라는 말도 한 기억이 난다”고 전하고 있다.
이 인사는 또 “검찰에서 윤씨가 카지노에서 수십억원을 잃었다고 한 것 같은데 말도 안 된다. 내가 잘 안다. 윤씨는 카지노에서 돈을 거의 잃지 않았다. 돈을 그렇게 쓰는 사람이 아니다”고 검찰발표에 의혹을 제기했다. 주변인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윤씨는 카지노에서 주변인물 수십 명을 이용해 백억원대 이상의 자금을 돈세탁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일을 도와준 몇몇 인사들에게는 사례비를 주기로 약속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씨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그가 판사들을 관리하는데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부분이었다. 판사들은 그에게는 청탁의 대상이면서 자신의 로비를 완성시켜줄 사람들이었기 때문. 취재결과 그는 매년 연말 안면도의 모 휴양지로 친분이 깊은 판사들과 몇몇 기업인들을 함께 불러 특별한 송년회를 매년 개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자리에선 진행중인 재판에 대한 대화가 많이 오갔다는 게 윤씨 주변인사들의 설명이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한 판사들은 L, I, M씨 등 단독판사들이 대부분이었고 가끔은 대법관을 지낸 A씨 등 고위직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몇년전 윤씨가 마련한 송년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한 재계 인사는 “매년 송년회 때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8명 정도까지 판사들을 불러서 술을 먹었다. 윤씨는 술을 먹는 자리에서 기업인들을 통해 이들에게 거액의 용돈도 건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런 자리에서 오간 로비 명목의 돈 규모는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적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