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까지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와 골프를 쳤다는 증언이 이어져 파문이 예상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일요신문>은 이 총리가 최근까지 윤씨와 골프를 쳤다는 제보를 입수, 윤씨와 친분이 있는 복수의 인사들과 골프장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이를 단독 확인했다. <일요신문>은 윤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6명의 측근 및 지인을 만났고 이에 대한 주요한 증언을 확보했다.
증언들에 따르면 이 총리는 윤씨가 지난 11월21일 구속되기 직전까지도 함께 골프장에 드나들었다. 이는 지난 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윤씨의 로비 행각에 대한 관련 첩보가 사정기관에 보고된 이후에도 함께 골프를 쳤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윤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 새로운 일도 아니다. 이 총리와 윤씨가 골프장을 자주 같이 다녔다는 것은 윤씨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워낙 발이 넓기로 유명한 윤씨의 행각에 비춰볼 때 현직 총리라고는 하지만 골프를 함께 쳤다는 것만으로 윤씨의 광범위한 로비 행각에 연루된 것처럼 색안경을 쓰고 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은 윤씨와 이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회동’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추적했다.
윤씨의 최측근 인사는 이달 초 “상림이가 가끔 이해찬 총리 얘기를 했다. 같이 골프 치러 다니는데 재미있다고 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은 지도 벌써 몇 년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윤씨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이 총리와 윤씨는 주로 수도권 Y, N골프장을 이용했다. 이들은 이 총리와 윤씨가 1~2달에 한 번 정도 골프를 치는 관계였고 또 수시로 안부전화를 나누는 사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골프외의 사적인 만남도 많았다고 관련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해 준 인사들은 대부분 현재 윤씨와 관련 검찰의 조사대상에 올라있는 인물들이다.
▲ 윤상림씨 | ||
윤씨가 언제부터 이 총리와 관계를 가져왔는지는 관련자들마다 진술이 조금씩 다르다. 한 인사는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까워진 걸로 알고 있다. 그 전에도 알고는 있었던 것 같지만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인사는 “윤씨로부터 지난 90년대 중반 이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가깝게 지내왔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부럽다. 가까운 사람이 총리가 됐으니 든든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총리가 취임한 이후 (윤씨가) 총리공관에도 수차례 드나들었다”는 증언도 있다. 한 인사는 “(윤상림이) 총리공관을 자기 집처럼 드나든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또 “이 총리와 골프를 칠 때마다 사람들을 많이 데리고 가는 모양인데 주로 판사들이 따라가고 10명 이상씩 같이 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다. 대기업의 K회장, 신아무개 사장과 임아무개 사장이 주로 따라가서 돈을 낸다고 하더라. 상림이는 자기가 모임을 만들고도 자기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따라다니면서 골프비도 내주고 용돈도 주면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가 윤씨와 골프를 쳤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골프를 쳤는지 아니면 이 사실을 모르고 친분을 가져왔는지에 따라 사정은 달라진다.
윤씨는 지난 몇 달간 경찰과 검찰의 치밀한 내사를 받아 왔다. 검찰의 구속영장에서 윤씨의 내연녀로 지목된 강순덕 전 경위가 구속된 지난 봄을 전후한 시기부터 사정기관은 윤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이미 지난 봄 윤씨의 각종 불법 로비행각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과 검찰이 윤씨의 범행을 내사해 온 것도 이미 수개월 전이었다.
이러한 윤씨에 대한 내사사실은 총리실에서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현재 국무총리실 민정실은 청와대 등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윤씨 관련 첩보가 수사기관으로 전해진 것은 지난 5월경이었다. 아마도 국무총리실에서도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윤씨의 각종 로비 의혹과 관련, 윤씨가 이 총리를 상대로 실제 어떤 로비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윤씨와 이 총리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리고 최근 내사 및 수사 과정에서 이 총리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궁금증을 낳지 않을 수 없다.
윤씨 주변 인사들은 “윤상림은 힘이 있는 사람에게만 접근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목적과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사람이다”며 윤씨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이 총리와의 관계를 이용할 수 있었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이 총리측은 “사실무근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의 이강진 공보수석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까지 골프를 치러 다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알기론 국회의원 시절에 몇 번 골프를 친 일은 있다. 그것도 총리께서 다른 사람들하고 골프를 치는데 그 사람이 끼어서 치는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2001~2002년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총리 취임 이후에는 사적으로 만나서 골프를 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또 “후원금을 갖고 올 때도 만나서 오래 얘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잠시 얼굴만 보고 가고 그런 정도였다. 후원금에 대해서도 영수증처리를 다 해줬다. 민주당 시절 호남지역 의원들 대부분이 윤씨와 아는 사이였고 총리도 그 정도의 안면만 있었을 뿐이다. 질이 안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는 예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로부터 윤상림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 이 수석은 “청와대로부터 따로 보고받은 일은 없다. 다만 최근 청와대에서 총리와의 관계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아는 관계였지만 총리에 취임한 이후에는 만난 일이 없고 골프를 치거나 하는 사적인 만남도 없었다’고 전했다”며 “윤씨가 총리 이름을 대고 다닌다는 말은 나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전혀 사실이 아니어서 검찰에 연락해서 윤씨가 그런 말을 못하도록 혼내라고 말한 일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총리 취임 이후 윤씨가 전화해서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그런 일은 있었지만 그 사람의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아서 연결시키지 않았다. 총리공관에서 만났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다”며 “다만 골프장 등에서 우연히 만났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