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섭 변호사가 거주하는 빌라(오른쪽) 옆에 명동성 부원장 가족이 운영하는 건축회사의 빌라가 들어서면서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 ||
명 부원장의 형과 동생, 그리고 부인이 실질적 오너로 있는 건축회사가 방배동 신축 빌라 건축 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인근 빌라 주민들과 치열한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
특히 현 정부 출범 초 민정 비서관 최종 후보로까지 거론된 바 있는 중견 변호사가 주민 대표격으로 원고와 변호인으로 나서면서 법조인 간의 대결 구도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명 부원장은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실제 건축회사 등기부에서도 명 부원장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이 건축법상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명 부원장 가족이 운영하는 건축회사의 손을 들어주자 기존 빌라의 주민들은 그 판결의 배경이 뭔가 석연치 않다며 발끈하고 있다. 검찰이 주민들의 재조사 요구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 중의 하나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명 부원장 주변에서 잡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8월경. 명 부원장이 서울북부지청장 시절 불거진 일이다. 명 부원장 가족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G사가 서초구 방배동 8XX-X 땅에 지하 1층, 지상 6층의 빌라를 건축하자 빌라 북쪽 옆 번지에 위치한 H빌라 네 세대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빌라에 거주하던 이명섭 변호사(50·사시 31기)는 다른 주민 H씨와 함께 G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기존의 H빌라는 거실과 방의 창이 남쪽을 향하도록 설계됐는데 G사가 공사하는 빌라는 북쪽으로 창이 나 있는 데다 H빌라에서 불과 6m 정도 떨어져 있어 H빌라 주민들의 사생활이 완전히 노출될 뿐만 아니라 일조권도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빌라 주민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법원은 그해 10월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G사측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12월24일 5, 6층은 제외하고 4층까지만 공사하라는 절충안으로 판결을 내렸다.
이듬해 1월 양측이 항소를 제기해 열린 항소심에서는 오히려 G사측이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7월16일 “4층으로 지었을 때와 6층으로 지었을 경우, 일조 피해는 크게 다름이 없음을 인정할 수 있어 일조권이 침해된다는 채권자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이 변호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가처분결정취소를 명하는, 즉 5, 6층 공사를 할 수 있는 사항을 가집행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렸다.
일단 다른 판결은 차치하더라도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 적잖은 논란이 제기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히 재판부가 신축 빌라 대지가 H빌라 대지보다 원래 낮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조 및 사생활 피해가 건축 전이나 후에도 다르지 않다며 공사중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문에까지 적시한 것은 객관적 판단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도 전에 가처분 결정 취소 부분을 가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전체적인 법정 공방 과정에서 가장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서울 고법의 판결에 불복, 8월3일 다시 가집행 효력 정지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에 3억원의 공탁금을 맡긴 뒤, 다른 고법 재판부에서 5, 6층 공사 집행정지 명령과 함께 ‘공사를 강행할 경우 하루 1천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현재 빌라 공사 중지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난 상태지만, 건축 허가 취소 행정소송은 계속 진행중이다. 1심에서는 이 변호사가 패했으나 항소심이 진행인 것.
현재 양측 간의 최대 쟁점은 건축 허가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는지 여부다. G사측은 서초구청에서 건축 허가를 내준 지난 2003년 6월30일 이전에 이미 신축 빌라가 들어설 대지가 H빌라 대지보다 1m가량 높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H빌라 주민들은 신축 부지가 H빌라 부지보다 최소 0.5m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G사측이 허위로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신축 건물이 이처럼 허위로 높게 계산된 대지에 건축될 경우 H빌라와의 간격이 좁아지는 등 주거 환경에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 H빌라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 변호사와 빌라 주민들은 재판 과정에서 서초구청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주민 H씨는 지난 2004년 12월 서울시에 작성된 수치 지형도와 인근 주민들의 진술을 근거로 신축 빌라의 건축주와 건축사, G사 관계자, 구청 직원들을 건축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서울시경은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서울지검과 서울고검도 사건을 무혐의처리하거나 항고기각처분을 내렸다.
이 변호사는 “구청이나 G사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1년여 넘게 검찰은 경찰 의견서를 그대로 원용하면서 수사를 외면하고 있다”며 “심지어 대지에 옹벽이 없었다고 밝힌 골조공사 하청업체 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도 알려줬으나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씨가 다시 재항고를 제기하자 대검은 일부 건축주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건축사와 구청 직원들에 대해서는 일선 검찰에 보강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대검은 1월 초 박상옥 대검 공판송무부장 명의로 주민 H씨가 제기한 재항고 사건에 대해 건축주 H씨와 G사 대표이사 H씨, 그리고 설계사, 구청 직원 등 7명에 대해 재기수사를 명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