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성일 이사장이 검찰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의 또다른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즈메디병원 연구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검찰은 황 교수측 줄기세포 팀장인 권대기 연구원의 실험 노트를 복원하는 등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를 하나둘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와 더불어 검찰은 최근 석연치 않은 의혹이 하나둘 불거져 나오고 있는 노 이사장과 김선종 연구원 등 미즈메디병원 관계자 수사에도 수사력을 집중, 실마리를 찾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그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윤현수 한양대 교수와 박종혁, 김선종 연구원이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 기간 중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말을 맞춘 정황까지 드러나자 검찰은 공개적으로 노 이사장에게 경고를 보내며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설 명절 전후로 노 이사장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무수한 관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우선 검찰이 미즈메디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던 황 교수 논문 실험 기록과 데이터들이 대부분 삭제되거나 사라진 사실과 관련, 노 이사장이 연관됐는지 여부를 강도 높게 추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노 이사장 사무실과 미즈메디병원을 압수수색했으나 예상보다는 성과가 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판이 끝난 잔칫집에 가서 음식 찾았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로 핵심 자료들이 삭제되거나 사라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압수수색 결과와 윤 교수, 김 연구원, 박 연구원 등 미즈메디병원측 논문 핵심 관계자들이 메일을 통해 말을 맞춘 정황을 연결시켜 주목하고 있다. 실제 검찰 특수수사팀 관계자들은 연일 “윤 교수,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에 대해서는 증거 자료를 모두 수집한 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검찰은 줄기세포 DNA측정 결과, 그리고 연구소 실험 노트 및 파일 등 반드시 백업을 받고 보관해야 할 중요 기록들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단순 실수나 자료 관리 미숙 차원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줄기세포 배양 책임자인 윤 교수나 김 연구원이 작성한 기록까지 병원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병원측에서 서둘러 교통정리한 의도 역시 검찰로서는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다.
일단 검찰은 이 같은 정황 외에도 서울대 조사 과정에서 노 이사장과 미즈메디병원측이 컴퓨터 등 자료들을 어디론가 옮겨 사무실과 병원에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만큼 노 이사장을 비롯한 미즈메디병원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모종의 언행일치 및 증거 조작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대 조사 기간 중 주변을 정리할 시간 여유가 비교적 충분했던 노 이사장이 증거 인멸이나 말맞추기에 일정 부분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검찰이 황 교수팀으로부터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조작했다는 구체적인 경위를 전해 들은 만큼 노 이사장이 나중에 등을 돌릴지도 모를 김 연구원의 데이터나 기록을 처리하는데 노 이사장이 은밀하게 관여했는지 여부가 가장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검찰 일부에서는 증거 인멸 사안과는 별도로 황 교수 연구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황 교수팀이 남성 체세포를 이용해 수립한 4번 줄기세포가 서울대 조사위에서 여성의 것으로 판별된 경위를 확인하면서 노 이사장을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로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황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남성 체세포를 이용해 수립한 4번 줄기세포의 성별이 여자로 바뀐 것은 김 연구원이 배양 과정에서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한 결정적 증거”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교수팀은 검찰에서 김 연구원이 배양 기술 미숙으로 배양하던 줄기세포가 죽자 미즈메디에서 준비해온 배양용지에 미리 수정란 줄기세포를 이식해 오는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된 이상 검찰은 노 이사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배양하다 실수를 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노 이사장에게 꼭 확인해야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김 연구원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완성되기도 전에 미국 연수를 떠나려 했던 내막도 노 이사장 입에서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노 이사장이 이 점을 인정할 경우, 줄기세포가 존재 및 바꿔치기 여부의 전모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간 노 이사장은 배반포에서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는지 여부에 대해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노 이사장이 침묵을 했던 그 이유가 황 교수팀 증언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노림수에 노 이사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