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왕 삼성 법무실장 | ||
퇴임 법관들 중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5부 이홍권 부장판사의 행보를 두고 특히 말이 많다. 계류중인 삼성 관련 사건 소송의 재판장이 돌연 사직서를 낸 데 대해 법원 관계자들은 대체로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물론 사시 19회로 승진이 약간 늦는 케이스라 할 수 있지만 법조계 평판이나 경력 등에 비추어 향후 승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만큼 사직의 배경에는 공개하지 못할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법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법조계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관측은 역시 삼성행이다. 일각에서는 이 판사가 대형 로펌으로 가지 않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다른 로펌에서도 얼마든지 모셔갈 ‘네임 밸류’임에도 이를 마다하고 있는 것은 여론을 의식해 삼성행의 시간을 벌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일부 언론을 통해 삼성 영입설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법조 주변에서는 ‘삼성 이적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는 이 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난 이후의 행보와 지난해 삼성 에버랜드 주차장 터 관련 소송을 맡다가 삼성 구조본 법무실 부사장으로 영입된 김상균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삼성으로 입성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김 부사장 역시 지난해 2월 인사를 앞두고 돌연 사직서를 냈으며 그 후 로펌으로 가지 않고 퇴직 한 달 후에 삼성에 입사한 바 있다.
서울지검에서 요직에 있던 유아무개 부장검사에 대해서도 삼성 ‘이적’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유 부장의 경우 조직 내에서의 복잡한 문제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유 부장이 스타 검사이자 대선 자금 수사 등 삼성 관련 사건에도 관여한 적이 있는 만큼 사직 의사를 밝힌 이후의 시점에 검찰 선배인 이종왕 삼성 법무실장 선에서 한번쯤은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유 부장은 삼성 이 실장이 대표 변호사로 있으면서 사실상 ‘제2의 삼성 법무실’ ‘이종왕 사단’으로 불리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택,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삼성행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공식적으로 무차별적인 법조인 ‘인재 사냥’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국내외 계약 특허 관련 시비가 자주 발생할 소지가 높고 내부적으로도 이건희 회장의 상속 증여 문제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불거질 가능성이 다분한 만큼 검찰과 법원에서 주요 자리를 거친 엘리트급 법조인의 간택 작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삼성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삼성 관계자는 “법무실은 정원이 없다고들 한다”며 “어떠한 분야든 최고의 인재를 놓치는 법이 없는 삼성이 스타 판·검사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삼성이 올해는 과연 어떤 판·검사를 영입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지금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경북고-서울대 법학과 후배인 김상균 서울지법 판사와 성열우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영입하는 데 공을 세운 이 실장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