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의 신규 외국인 카지노 업체 선정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세븐 럭’이 영업중인 한무컨벤션센터.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하지만 이번만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서울 강남 사업장으로 선정된 한무의 영업장 전용면적이 지난 2004년 11월 심사 때 명시됐던 1천6백27평과는 달리 현재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한 8백59평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심사 당시 한무는 타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히 넓은 전용면적을 내세워 이 부분에서 55점 만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다른 부분에서의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고 1등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회에서는 “한무의 눈속임에 또 정부가 놀아났다”며 전면적인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문광위에 계류중인 ‘감사청구안’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카지노 사업장 심사가 전면 재검토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 및 ‘그랜드코리아레저’ 측은 “계약을 전면 취소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파문의 확산 진화에 급급하고 있다.
2004년 7월 정동채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신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DJ정권 당시 ‘한무 특혜설’ 관련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의혹 제기로 중단됐던 사업이었다. 그러자 한무컨벤션이 “컨벤션센터 별관 2~3층을 카지노 사업장으로 임대하겠다”며 관광공사의 사업장 임대에 대한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또다시 의혹의 시선이 일제히 한무에 쏠렸다.
하지만 한무는 그해 11월의 심사에서 당당히 1위로 서울 강남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심사 기준에 문제가 있다”, “사실상 한무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였다”는 주변의 반발이 잇따랐다. DJ정권에서의 사업을 유보시킨 장본인일 정도로 그동안 많은 의혹을 양산해 왔던 한무였기에 비판의 강도는 더욱 심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7월 관광공사가 서류상의 하자를 문제삼아 갑자기 한무와의 가계약 취소를 발표한 것은 향후 한무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건은 관광공사의 이해하기 힘든 갈지자 행보로 유야무야되며 가계약 취소는 없던 것으로 돼버렸다.
이번에 또다시 드러난 한무의 석연찮은 내부 오류는 별관 3층의 영업장 용도 허가 불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즉 위락시설 용도로 변경 신청했던 3층의 7백69평 공간이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변경 불가라는 판정을 받은 것. 따라서 2, 3층 합쳐 1천6백여 평의 전용면적으로 심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한무의 자격 자체에 대해서 시비가 일고 있다.
이번 사안이 결코 간단치 않은 이유는 이번 용도변경의 불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더라면 2004년 11월 심사 결과 자체가 완전히 뒤집어 질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관광공사가 무리하게 법적 소송까지 전개했던 근저당 설정 기재 오류와는 비할 바가 아니란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 증거는 당시의 카지노영업장 심사 집계표를 통해 확연히 알 수 있다.
당시의 심사 항목은 모두 11개. 이 가운데 전용면적과 직결되는 ‘영업공간과 시설조건’은 11개 항목 중 비중이 단연 1위였다. 총점 2백점 만점에 이 항목의 배점만 무려 55점이었던 것. 그런데 이 평가에서 한무는 55점 만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기록한다. 한무의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였던 L호텔은 38.5점에 그쳤다. 3위로 탈락했던 R호텔 역시 24.75점으로 한무 점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평가 하나로 사실상 당락은 결정됐다.
1, 2위를 다투었던 한무와 L호텔의 그 이전까지의 항목별 점수를 비교해도 확연하다. 교통접근성과 대외이미지 등의 ‘외부요소’에서는 한무가 L호텔(26.89점)보다 높은 39.38점을 받았지만, 수요 규모 등 ‘내부요소’ 평가 항목에서는 11.93점으로 L호텔(23.51점)에 비해 낮았다. 영업공간을 제외한 ‘관계 요소’에서도 한무는 44.13점에 그쳐 L호텔(55.63점)에 뒤졌다. 즉 세 항목 합계 결과 한무는 95.44점이었지만, L호텔은 106.03점이었다. L호텔이 10점 이상 앞선 것.
그런데 ‘영업공간과 시설조건’ 항목에서 한무가 55점 만점을 받으며 이 같은 열세를 간단히 뒤집었다. L호텔은 이 부분에서 38.5점에 그쳤다. 총점 150.42 대 144.50으로 한무의 5.92점차 근소한 승리였다.
그렇다면 영업공간과 시설조건에서 한무는 경쟁업체인 L호텔에 비해 어떤 점이 월등했을까. 그 세부 평가기준으로 들어가 보면 모두 다섯 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영업공간 확보 및 확장 가능성’(15점), ‘시설변경 및 사용 용이성’(10점), ‘이용 편리성’(10점), ‘영업장 설치 위치’(10점), ‘영업장 층고’(10점) 등이다. 한무는 이 다섯가지 세부 평가에서 모조리 만점을 받았다. 반면 L호텔은 6.0점, 7.75점, 7.5점, 7.25점, 10.0점의 순이었다. 특히 ‘영업공간 확보 및 확장 가능성’에서 L호텔은 한무에 비해 무려 9점이나 뒤졌다. 왜 그랬을까.
여기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당시 한무는 심사위원단에 영업 전용면적으로 한무컨벤션 별관 2~3층 1천6백여 평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L호텔측은 전용면적만 1천1백평에 지원시설 4백90평 등을 제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수치상만으로는 1천6백여평 대 1천1백평의 차이가 15점 대 6점이라는 9점 차이의 결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만약 심사 당시 한무나 관광공사에서 별관 3층이 위락시설로 용도변경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층의 8백여 평만 제시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영업전용면적의 규모와 무역센터의 인접성을 제외하고는 이미 국내 최고의 규모와 명성을 자랑하는 L호텔에 비해 한무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광공사가 사실상 봐주기를 했거나 설사 몰랐다고 하더라도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당연히 제기된다. 관광공사의 김종민 사장은 14일 국회의 책임 추궁이 이어지자 “은폐한 것이 아니며 본계약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본계약은 지난해 10월5일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한무 사이에 체결됐다.
관광공사 자회사로 카지노사업 주체인 그랜드코리아레저측 역시 무척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조용담 홍보실장은 “우리가 결격 사유를 확인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였다. 그 전에는 당연히 용도변경 허가가 나는 것으로 알았다”며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무측의 명백한 잘못이 드러난 이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중에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사업장을 다시 취소하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미 인력이나 시설 등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전에 인지했더라면 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혹시 한무가 의도적으로 최종 단계까지 숨겨온 것은 아닐까’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한무측에 직접 물어볼 사안”이라며 손을 저었다.
자연스럽게 또 의혹의 시선은 한무에게 모아진다. 쟁점은 두 가지. 한무 역시 당연히 용도변경이 될 것으로 알았는지, 아니면 용도변경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마지막 단계까지 숨겼는지 하는 점이다. 한무측은 당연히 전자를 주장한다.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한무의 고위 관계자와 통화했으나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긴 이후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용도변경 신청과 관련해서 문화관광부와 그랜드코리아레저 그리고 강남구청 사이에 오고간 공문서들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지난해 12월 초에서 사업장 개장 직전인 올 1월 중순까지의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한무가 12월1일 먼저 그랜드코리아레저측에 용도변경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이 회사는 다시 7일 문화부에 이를 요청한다. 8일 문화부가 강남구청에 이에 대한 공문을 보냈으나 일주일 뒤 강남구청으로부터 용도변경 불가 방침을 통보받는다.
이후에는 한무가 직접 나서서 강남구청을 상대한다. 한무는 1월11일 강남구청에 사업계획 변경 승인신청을 냈으나 이 역시 2월1일 반려됐다. 그랜드코리아레저측에서 “용도변경 승인은 궁극적으로 한무측이 알아서 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한무측이 처음부터 나서지 않고 그랜드코리아레저 등에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카지노 영업장 준비를 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사안인 영업장 허가 문제를 사전에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의도적인 은폐가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당연히 될 것으로 알고 별 신경을 안 쓰는 등 한무가 안일한 대처로 일관했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 증거로 지난해 10월5일 체결된 본계약을 들고 있다.
당시 본계약의 내용을 보면 제2조 ‘임대차목적물의 용도’ 2항 및 제16조 ‘인허가’ 부분에 용도변경은 한무컨벤션(주)에서 책임실시토록 하였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제19조 ‘손해배상’에서 계약서 내용 미행시 손해배상토록 규정해놓고 있다. “한무가 사전에 알았더라면 이런 불리한 계약을 했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이다. 반면 “계약서대로라면 용도변경에 대한 책임은 한무가 지고 있는 데도 강남구청에 대한 협조 요청에 그랜드코리아레저와 문화부가 먼저 나선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한무가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시종일관 한무를 감싸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관광공사와 그랜드코리아레저측도 기자의 끈질긴 질문에 결국 “한무가 명백한 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문광위 소속의 한 국회의원은 “한무는 정말 도덕적으로나 영업능력으로나 문제가 많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뭐 하나 안 걸리는 것이 없다. 그런데도 한무를 끝까지 싸고도는 이유가 뭔지 참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카지노 업계 주변에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장이 전면 재검토된다는 얘기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때맞춰 국회에 계류중인 감사청구안의 통과가 강행될 것이라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전용 카지노 사업장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가능할 것인가. 카지노 영업장 선정 과정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여야 공히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느껴진다. DJ정권 당시 여권 출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한무와 그랜드코리아레저 문화관광부의 업무소홀 책임은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치고 전면 새로 하자고 하는 것만이 능사인지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관광공사의 입장에서 보면, 한무와의 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서울 강북과 부산 사업장까지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설사 혼란을 줄이기 위해 차점자인 L호텔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한 호텔이 두 곳의 카지노 사업장을 갖게 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의 한 의원은 “전면 재감사를 통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당연히 한무는 계약 취소가 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차점자가 대신 선정되던가 아니면 새로 재심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국회에서 계류중인 감사청구안의 통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에만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한무의 끊임없는 도덕성 시비와 특혜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외국인카지노 사업장은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