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호스트바를 운영해 온 한국인들이 중국 공안에 무더기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상하이에서 성업 중인 가라오케를 빌려 현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호스트바를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국내 유흥업계는 물론 현지 교민들조차 이들이 일본이나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진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호스트들이 호스트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중국까지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들의 변명처럼 향후 전망을 보고 미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뛰어든 것일까. 결국 ‘성 향락 산업의 선진국’이라는 국제적인 오명을 다시 한 번 뒤집어 써야 했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남성들의 중국 진출 호스트바 영업 실태를 짚어봤다.
중국 공안의 이번 단속에 걸린 호스트바는 G 가라오케 등 두 곳. 이중 모 호텔 내 가라오케에서 영업을 하던 호스트바는 단속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업소가 중국 공안에 걸리자 덩달아 문을 닫고 종적을 감췄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 단속 당시 G 가라오케에 있던 종업원들은 모두 17명. 이들은 35세에서 22세까지의 남성들이었다.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에 따르면 당시 룸에서 쇼를 하던 종업원 2명은 음란표현 혐의로 구류 처분됐고 마담급 2명은 쇼를 지시하는 등 음란표현 조직혐의가 적용돼 중국 공안에 구속된 상태. 나머지 13명은 여권을 소지하지 않아 불법입국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가 입증돼 곧 풀려날 것이라고 영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현장에 있었지만 단속 당시 영업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호스트들을 중국으로 데리고 와 실질적으로 호스트바를 운영했던 김 아무개 씨 등은 현장에서 체포되지 않았고 현재는 한국으로 도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역시 한국인 호스트들이 영업을 하던 곳으로 알려진 모 호텔 가라오케도 김 씨가 운영하던 곳.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측은 “호텔에서 영업을 하던 호스트바의 경우는 단속에 걸리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며 “20여 명의 호스트들이 영업 행위를 해온 것으로 추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단속에 걸리지 않았을 뿐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호스트바가 더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총영사관 측은 물론 현지 특파원들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현지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호스트바는 몇 군데 있지만 종업원들이 한국인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것. 이 두 곳 역시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 영업을 개시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단속에 걸린 것이라고 한다. 결국 한국의 호스트바가 중국에 진출하자마자 서리를 맞은 셈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호스트 즉 남성 종업원들은 한국에서 수시로 영입됐고 이중에는 경력자는 물론 처음 호스트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상하이 시내에서 성업 중인 가라오케를 빌려 영업이 끝나는 새벽 시간대를 이용, 2차로 호스트바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호스트바 업주들에 따르면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호스트바’라는 간판을 내걸지 않고 이렇게 가라오케를 빌려 2차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허가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특히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의문은 남성 종업원들이 중국까지 진출할 만큼 현지 호스트바 업계가 중국에서도 생존력이 있느냐는 점이었다. 현지 영사관 관계자는 “우리 역시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이번에 단속에 걸린 종업원들에게 물어볼 정도였다”며 “호스트바는 한국이 더 많고 팁도 더 많이 받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일하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앞으로의 경쟁력을 보고 온 것이라고 대답 하더라”고 전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영업을 하면서 테이블 당 팁으로 500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6만 원을 받았고 이들의 주 고객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중국 여성들이었다. 이들 중국 여성들 또한 팁으로 약 300위안을 받기 때문에 마담들이나 수입이 많은 현지 ‘아가씨’들이 충분히 찾을 만하다는 게 중국 현지 반응이었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호스트 생활을 한 것은 제법 오래됐다. 날이 갈수록 국내 호스트바 업계가 난립하다 보니 경쟁력 없는 ‘그저 그런’ 호스트들이 이제는 중국으로까지 눈을 돌린 게 아니냐는 것이 업주들의 반응이었다.
국내의 호스트들 모임인 인터넷 카페의 구직 광고란에도 최근 들어 ‘중국 선수 모집’이라는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중국 상하이 완전 독점, 2차급 선수 보강, 여권, 비자, 왕복 항공료 모두 무료 기본 월급 200만 원, 2차 30만~50만 원, 선착순 선수 모집’
카페에 남긴 연락처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미 정지된 번호였다. 기자는 수소문 끝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10여 년 동안 호스트바를 운영해 왔다는 김 아무개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씨는 “이번에 중국 공안에 체포된 호스트들의 경우 결국 중국 내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하지만 호스트의 경우에는 대화가 생명인 탓에 외국 여성 상대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며 “결국 도피수단으로 해외에 나가거나 한탕주의에 빠져 호스트 생활에 뛰어드는 남성들 대부분은 말로가 비참해진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은 한류 열풍의 힘을 빌려 소위 ‘호스트업계의 블루오션’인 중국 시장을 선점해 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차이나 드림’이 불러일으킨 씁쓸한 세태의 한 단면이었다.
양하나 프리랜서 hana0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