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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장영석 기자 | ||
윤 씨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부적절한’ 관계는 이미 지난해 11월 윤 씨가 진승현 게이트의 주인공 진승현 씨와 최규선 게이트를 촉발시킨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의 송재빈 전 대표 등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돈을 뜯어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대표와 진 씨 그리고 윤 씨로 이어지는 삼각거래가 확인돼 의혹이 증폭됐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조사결과) 윤 씨가 송재빈 전 대표도 잘 알고 진승현 씨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씨 사건을 통해 다시 살아난 ‘게이트’의 망령, 그 복잡기괴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일요신문>이 윤 씨 주변 인사들의 증언과 각종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이들 ‘게이트’ 관련 기업인들은 윤 씨와 단순히 알고 지내는 관계 이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진 씨를 포함한 진승현 게이트의 주역들과 최규선 게이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송재빈 타이거풀스 전 대표 등은 윤 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이들은 윤 씨와 수억 원대에 달하는 돈거래를 하는 관계였으며 사업파트너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각종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졌던 2000∼2003년경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최근 검찰은 “윤 씨가 2003년경 진 씨와 송 씨 등을 협박해 억대의 돈을 뜯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발표만을 본다면 이들 게이트 관련 기업인들은 모두 윤 씨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일 뿐이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윤 씨 주변 인사들의 증언은 달랐다. 윤 씨의 측근 인사인 정 아무개 씨는 <일요신문>의 취재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한 바 있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서로 원수라도 되는 양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운영하던 회사의 주식을 서로 사주고 매수자를 알아봐 주기도 했고 사무실도 같이 쓰고 골프도 치러 다니는 등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나도 윤 씨로부터 소개받아 송 씨가 대표로 있던 타이거풀스의 주식을 20만 주나 샀다가 큰 손해를 봤다. 당시 윤 씨가 ‘(송 씨는) 훌륭한 사업가이니 믿을 만하다’고 말했었다.”
윤 씨의 또 다른 측근 인사에 따르면 2002년 5월경 ‘진승현 게이트’로 진 씨가 구속된 이후 그가 운영하던 MCI코리아 관계자들은 타이거풀스의 대주주였던 벨류라인벤처의 본사가 있던 종로의 한 사무실로 모였다고 한다. 벨류라인벤처의 대주주였던 윤 아무개 씨는 ‘진승현 게이트’ 당시 송 씨가 대표로 있던 타이거풀스에서 2년간 이사로 재직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송 씨뿐 아니라 진 씨와도 사업관계가 있었다. 확인 결과 그는 진 씨가 구속된 이후 MCI코리아 출신 인사들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EBT네트웍스에서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이사를 지낸 바 있다. 서로 다른 사건으로 생각되어 왔던 ‘진승현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의 중요인물이 겹치기 출연을 한 정황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종로에 위치했던 벨류라인벤처 사무실에는 이 당시 브로커 윤 씨의 사무실도 있었다. 윤 씨는 2002년경부터 2003년 6월 토지공사 서울지역본부로 사무실을 옮기기 전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곳에 자신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진승현 게이트로 온 나라가 술렁이던 때였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정홍보처 차장을 마치고 17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던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3년 초 한때 머물렀던 곳도 바로 이 사무실이다.
정 씨는 “내가 타이거풀스 주식 매입을 권유받았던 곳도 윤 아무개 씨의 종로사무실이고 윤 씨와 EBT네트웍스 대표 문 아무개 씨, 전 의원을 소개받았던 곳도 여기였다”며 “이들은 진 씨가 구속된 이후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회사문제도 처리하느라 이곳에 자주 모였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씨가 언급한 문 씨는 최근 윤 씨에 대한 검찰조사과정에서 윤 씨와의 돈거래가 드러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2003년경 윤 씨와 골프를 치는 자리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임승남 전 롯데건설 사장 등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오기도 한 장본인도 바로 문 씨였다.
게이트와 관련된 윤 씨의 인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당시 윤 씨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희완 씨와도 깊은 친분을 유지했음이 확인되기 때문. 김 씨는 최규선 게이트 당시 모 병원장으로부터 비리수사 무마 명목으로 1억 5000만 원과 병원 계열사 주식 14만 주(7000만 원 상당)를 받은 혐의로 2002년 5월 구속됐던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인물이다. 게다가 김 씨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대가로 TPI 대표였던 송 씨로부터 이 회사 주식 2만 3000주를 받았다는 혐의도 받은 바 있다.
윤 씨 측근들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관련돼 구속됐다 2002년 11월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이 사무실에 자주 드나들었다. 윤 씨의 한 측근은 김 씨에 대해 “사실상 당시 게이트 관련자들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던 대책회의 장소였던 이곳에서 김 전 부시장을 자주 만난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윤 씨와 김 씨의 관계는 포스코건설을 징검다리로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김 씨가 구속되기 직전까지 포스코 경영연구소 고문(2001년 2월~2002년 3월)을 맡았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검찰조사 과정에서 윤 씨로부터 경기도 광주 오포 건설비리와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정현준 게이트’의 핵심기업이었던 동방금고는 한때 TPI에 주주로 참여한 바 있어 이들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그러나 이들 게이트의 수사가 진행될 당시 윤 씨는 수사망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게다가 그가 각종 게이트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은 아직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친분 관계로 미루어 볼 때 윤 씨가 이들 게이트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수사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2002년 당시 최규선 게이트를 수사했던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수사과정에서 윤상림이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윤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 씨가 각종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린 기업인들과 크고 작은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윤 씨가 이들의 중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수사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난 수개월간 윤 씨와 진 씨의 관계를 추적했지만 아직 새롭게 밝혀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