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지난 3월 29일 소속팀 코치의 휴대폰에 “며칠만 시간을 달라”는 문자 메시지만을 남긴 채 연락이 끊긴 상태다. A 씨의 잠적 배경에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사망한 A 씨의 아내 김 아무개 씨 문제와 관련, A 씨가 최근까지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A 씨의 아내 김 씨는 지난해 7월 25일 새벽 부산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다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20여일 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수사에서 김 씨는 우울증에 의한 음독자살을 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져 내사가 종결됐었다. 언론 지면에서도 프로 구단 선수 A 씨의 부인 김 씨 사망이라는 단신 기사만이 짤막하게 보였을 뿐이며 A 씨는 곧 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부인 김 씨의 가족이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동안 상황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A 씨의 잠적과 처가 측의 재수사 요청 뒤에 어떤 비밀이 가려져 있는지 그 진상을 추적해 보았다.
수사 기관에서 정리된 부인 김 씨 자살과 관련된 사건 정황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씨가 자살을 기도한 것은 지난해 7월 25일 새벽. 전날 저녁 경기를 마친 A 씨는 두 아들, 아내 김 씨와 외식을 했다. 그 뒤 A 씨 가족은 장소를 포장마차로 옮겨 술을 마셨고 다음날 새벽 4시경 김 씨는 둘째 아들을 데리고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A 씨는 큰아들과 30분 동안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집으로 들어갔다.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경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와 심하게 말다툼을 벌였다. 말다툼 도중 A 씨가 격분, “이혼을 하자”며 방으로 들어갔고 김 씨는 “이혼을 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며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A 씨는 부인이 방으로 따라 들어와 다시 말다툼을 벌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방 밖에서 별다른 인기척이 없어 거실로 나가 보았다. 그때 김 씨가 구토를 하고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 A 씨는 부인이 농약을 마신 것으로 알고 물과 각종 해열제 및 감기약 등을 억지로 먹여 구토를 유도했다고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A 씨는 119신고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황이 없어 번호를 누르지 못했고 아파트 앞집의 문을 두드려 집 주인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고 아파트 입구로 내려갔다. A 씨는 119구급차가 도착하자 김 씨를 차에 태우고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다. 일단 여기까지가 A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된 사건 경위다.
병원으로 긴급히 후송된 김 씨는 몇 차례의 위세척 후 수일 동안 의식을 회복했으나 다시 호흡곤란을 일으켜 의식을 다시 잃은 뒤 20여 일 후 사망했다.
김 씨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얼마동안은 김 씨의 자살을 받아들였지만 지난해 10월 갑자기 입장을 바꾸었다. A 씨의 큰아들(당시 7세)로부터 당시 정황을 전해들은 김 씨 부모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사건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A 씨가 한 차례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최근까지 수사가 진행됐다.
김 씨 가족들이 이처럼 집요하게 파고들자 A 씨가 지난 3월 초 김 씨 가족에 대해 자신의 두 아들에 대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것으로 전해진다. A 씨의 큰아들은 김 씨 사망 이후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가족은 A 씨의 큰아들이 지난해 11월 7일 정신과 전문의 면담 이후 어머니 김 씨의 사망 상황과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 등에 대해 매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때문에 A 씨가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김 씨 가족은 이밖에도 A 씨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는 점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가족들은 두 차례의 검찰 진정을 통해 “A 씨가 1차 경찰 조사 때는 큰아들과 나중에 집에 들어가 보니 아내가 음독했다고 진술했으나 2차 때는 술 때문에 집에 들어간 기억이 없다고 했으며 3차 때는 아파트에서 부인에게 약간의 구타를 했고 그 후 부인이 음독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농약을 먹었다는 김 씨에게 A 씨가 직접 해열제와 감기약을 먹인 점, 그리고 응급 후송 중 집에서 5분 거리인 의료원으로 갔다가 다시 거리가 먼 병원으로 후송한 정황에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재수사 결과 A 씨가 부부싸움을 하던 날 김 씨의 양쪽 팔을 잡고 밀고 넘어뜨려 무릎을 찢어지게 하고 양쪽 주먹으로 옆구리와 허벅지 안쪽을 수회 때렸다는 가족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 밖의 다른 혐의는 찾을 수 없다며 지난 3월 30일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 씨 가족은 또다시 재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A 씨는 검찰의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그동안 변호인을 통해 김 씨 가족이 인터넷에 허위의 글을 올리고 각종 수사 기관과 언론에 진정을 넣으면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맞서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