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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이인규 3차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자분들 윤(상림) 때문에 고생했다. 재판 때 뭐라고 할지 모르니 기대해 보죠. 윤상림 수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다 설명했다. (사건이)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이틀 전인 24일 검찰은 최광식 경찰청 차장과 이 아무개 전남 경찰청 차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검 차장을 지낸 김학재 변호사, 서 아무개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한 지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최 차장은 관내 기업과 부하직원, 윤 씨에게 모두 45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 김 변호사는 윤 씨로부터 5억 원짜리 사건을 소개받은 대가로 1억 3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씨와 관련된 검찰의 마지막 수사는 이렇게 끝났다.
검찰과 경찰 출신의 몇몇 전직 고위 인사들을 검찰 수사팀이 불구속이나마 기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성과로 꼽힌다. 윤 씨 수사 과정에서 난데없이 유탄을 맞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불구속 기소도 수사팀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수확이었다. 반면 윤 씨와의 돈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 인사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은 결국 불입건 처리됐다. 윤 씨와 5000만 원에 달하는 돈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 전 의원은 지난 5개월간 단 한 번도 검찰에 불려가지 않았다.
검찰은 무려 150여 일 동안이나 윤 씨를 수사했다. 수사팀 인원만 60여 명에 달했다. 그 결과 검찰은 57건에 달하는 범죄사실을 확인, 기소했다. 물론 이러한 양적 결과도 큰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기소내용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곧 실망으로 바뀐다. 검찰이 확인한 윤 씨의 혐의 대부분은 그가 기업인 정·관계 인사 법조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사기 혐의가 대부분이다. 금액도 수 천 만원에서 수억 원 정도일 뿐. 그가 강원랜드에서 환전한 수 백 억 원대의 자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다섯 달에 걸친 수사로 되레 의혹이 부풀려지고 있다는 느낌마저 남긴다.
윤 씨를 체포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검찰은 그를 두고 ‘거악 척결’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수사에 자신을 보였다. 언론도 ‘단군 이래 최대 브로커’니 하는 표현으로 이에 응답했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그가 구속된 직후부터 윤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보도해 왔다. 지난해 12월 윤 씨와 이해찬 전 총리와의 ‘부적절한 골프회동’에 대한 단독 보도가 있었고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과 윤 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의심스런 돈거래, 지난 대선 당시 윤 씨의 행적과 DJ 정부를 물들인 각종 게이트와 윤 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 김학재 변호사와의 수상한 금전관계 등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도해 왔다. 그러나 <일요신문>이 제기한 각종 의혹들도 대부분 미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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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상림 | ||
검찰은 줄곧 “계좌추적 등을 통해 윤 씨와 고위층이 돈 거래한 사실을 확인해 왔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가 주로 현금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자금의 흐름을 밝혀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단순히 술자리를 했다거나 골프를 쳤고 친분이 있었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의 어려움과 한계는 처음부터 예상됐던 것이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가 아닌 브로커의 행적에 대한 수사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수사의 방향과 방식은 달랐어야 했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이야기다. 게다가 윤 씨가 각종 고위층 인사들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하는 것 등이 넓은 의미에서는 하나의 범죄행위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검찰은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씨의 한 측근은 “윤 씨는 항상 고위층 인사들을 만날 때 빈손으로 가는 경우가 없었다. 그들에게 줄 선물이나 돈봉투를 항상 준비했고 그러한 역할은 윤 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업인들이 주로 맡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대표를 지낸 한 기업인도 “윤 씨는 항상 나에게 연락해서는 ‘누굴 만나는데 봉투를 준비해라’고 말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금액은 그때그때 달랐다”고 말했다.
최근 윤 씨 사건과 관련 검찰로부터 구속기소를 당하기도 했던 유명 여성 프로골퍼의 부친은 검찰 수사 직후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윤 씨를 처벌하기 힘들어 보인다. 계좌추적 같은 방법으로 밝혀낼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윤 씨를 비호하고 보이지 않게 도와준 고위층 인사들도 넓은 의미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그런 내용을 계좌추적에서 밝힐 수 있나”라며 “예를 들어 여당의 모 인사는 윤 씨가 기업인들을 만나 돈을 뜯어내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할 때마다 동행해 바람을 잡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윤 씨에게 돈을 준 사람들은 윤 씨를 보고 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검찰은 그런 사람에 대해 조사도 안한다”고 검찰의 수사를 꼬집었다.
남은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하남 개발과 관련된 부분은 따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개월간의 수사에서 드러난 윤 씨의 로비혐의는 ‘모 건설사로부터 하청대가로 5억 원 수수’가 전부였다.
그러나 하남 풍산지구 개발에 대해 윤 씨의 측근들은 지금도 검찰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윤 씨의 한 주변인사는 “(윤)상림이가 하남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 내가 알기로는 수십 억 원 이상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기자에게 일산에 위치한 한 건설회사 대표로부터 윤 씨가 하청 대가로 3억 원을 뜯어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윤 씨는 이 회사 대표인 A 씨에게 5억 원을 요구했다가 나중에는 3억 원으로 깍아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후 풍산지구 개발과정에 참여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이 회사와 관련된 부분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이 비록 김 전 차관을 포함, 2명의 검찰출신 변호사를 기소하는 성과를 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 전·현직 검찰간부들과 윤 씨의 부적절한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검찰이 검찰 관련 의혹은 덮은 채 경찰 관련 의혹만을 부풀려 검·경 수사권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는 루머까지 나돌 정도였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