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성매매 알선 파문을 일으킨 A 유흥업소의 1년여 전 모습. 룸 전경(위)과 홀 전경. | ||
조직폭력배 ‘신촌이대식구파’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16일 연예인 L, H, J 씨를 불구속 입건한 것. 이들은 신촌이대식구파 고문 정 아무개 씨와 함께 무허가 유흥업소를 운영해온 혐의를 받고 있는데 퇴폐 영업은 물론이고 성매매까지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운영된 무허가 유흥주점 A 업소는 과연 어떤 곳이며 세 명의 연예인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그곳에서 직접 웨이터로 근무했던 김 아무개 씨와 몇몇 유흥업계 관계자들, 그리고 수사관계자들을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A 업소에서 직접 웨이터로 근무 했던 김 씨는 그곳이 일반 텍가라오케일 뿐 대단한 뭔가가 이뤄지던 특별한 공간은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다만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고 하는 데 경찰은 “300평 규모로 룸이 14개에 종업원도 30여 명이나 됐다”고 한다.
텍가라오케란 어떤 업소일까. 김 씨는 텍가라오케를 ‘엔터테인먼트를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얘기한다. 나이트클럽처럼 춤을 출 수 있는 플로어가 있고 바와 룸이 갖춰져 있는데 대부분의 술자리는 룸에서 이뤄진다. 술값은 기본이 45만 원이다. 이는 양주 한 병에 음료수, 기본 안주, 그리고 룸 차지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룸 DJ와 접대부를 부르면 이들에 대한 봉사료가 별도로 추가된다. 텍가라오케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최고급 양주를 마시기 때문에 실제 술값은 훨씬 높아지기 마련이다.
경찰은 레미 마틴 루이 13세와 같은 수백만 원 대의 최고가 양주를 주문하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 네온사인 찬란한 입구. | ||
룸 DJ들은 대부분 연예계 진출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라고 한다. 이들이 넘치는 끼를 텍가라오케에서 발산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텍가라오케에 연예인을 비롯한 연예관계자들이 손님으로 많이 오는 까닭에 이들에게 발탁돼 연예계로 진출하려 하는 것. 요즘 한창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자 영화배우 A, 섹시 여가수 B 등이 대표적인 텍가라오케 룸 DJ 출신 연예인이다.
룸살롱처럼 나가요 걸을 부를 수도 있다. 경찰은 A 업소가 고정 접대부와 보도 접대부에게 술자리 접대를 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텍가라오케를 찾는 손님 가운데 절 반가량은 접대부를 부르지 않고 술자리를 갖는다”며 “이런 이유로 룸살롱처럼 접대부를 100% 고용하지 않고 몇몇만 고용한 뒤 더 필요하면 보도를 부른다”고 설명한다.
간혹 나가요 걸과 2차를 나가는 손님도 있지만 흔치는 않다. 접대 등의 이유로 업소를 찾은 손님들 가운데 일부, 그리고 유독 2차를 즐기는 일부 손님들만 나간다. 2차비용은 25만 원 정도. 하지만 김 씨는 “2차가 전혀 없었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여타 유흥업소에 비하면 2차가 거의 없는 편”이라며 “텍가라오케를 성매매와 같은 윤락과 관계 짓는 것은 무리”라고 얘기한다. A 업소를 비롯한 몇몇 텍가라오케가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고 불법 영업을 하고 있어 무허가 영업으로 단속될 수 있지만 윤락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명 A 업소에 무허가 불법영업, 퇴폐영업, 성매매 알선 등에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기준이라면 현재 영업 중인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텍가라오케의 임원진은 회장, 지분사장, 관리사장, 영업사장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회장은 지분 50% 이상을 가진 업주로 관리나 영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지분사장은 회장과 가까운 관계이면서 가게에 지분을 투자한 이들로 역시 업소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업소를 관리하는 것은 관리사장이고 현장의 영업을 총괄하는 이가 영업사장이다. A 업소에서는 정 씨기 회장이고 연예인 L, H, J 는 영업사장이었다. 김 씨는 “당시 직원들 사이에선 이들 연예인 가운데 한 명은 가게 지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유흥업소에서 영업사장으로 활동하는 연예인 가운데는 여자 연예인도 있다. 연예인 성매매 채홍사로 유명한 전직 여자 연예인 역시 현재 대형 룸살롱에서 영업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요신문> 724호 ‘여자 연예인 성매매 꼬리 잡았다’ 참조)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여자 연예인이 성매매 알선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는데 김씨는 “A 업소에서 영업사장으로 일한 여자 연예인은 없었다”며 “다만 다른 텍가라오케에서 영업사장으로 활동한 여자 연예인은 몇 명 있다”고 말한다.
과연 이번에 이니셜로 거론된 연예인들이 사법 처리를 받아 실명까지 공개될 수 있을까.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미 지난 3월 신촌이대식구파 수사 과정에서 몇몇 연예인이 이들과 함께 불법 고리사채업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들은 아직 사법처리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관계자 진술만 확보했을 뿐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성급히 기사화한 것”이라 얘기한 바 있다. 이번 사안은 연예인이 불구속 입건된 상황이라 고리사채업 관련 연예인의 경우와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다만 광역수사대는 “L, H에게 직접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성매수자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얘기한다.
한편 광역수사대 측은 이번 사안이 여전히 진행 중인 신촌이대식구파 관련 수사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너무 연예인에게만 화제가 집중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