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 박사가 연구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3월 검찰소환 당시. | ||
이미 연구실 건물도 확정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양재동의 4층 건물과 수유리의 건물이라는 것. 연구원들의 구성도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5월 초에는 불교계 등에서 후원금으로 600억 원을 내놓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연구를 위한 장소와 인원, 자금 등 삼박자는 일단 갖춰진 셈이다. 곧 ‘황우석 사단’이 뜰 것이라는 얘기는 이제 더 이상 근거 없는 소문이 아니라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황우석 사단 부활을 꿈꾸는 황 박사 주변을 밀착 추적했다.
현재 황우석 박사는 검찰에 의해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 수사발표 이후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황 박사는 20일 열릴 첫 재판을 앞두고 최대한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황 박사의 머릿속에는 연구만큼이나 복잡한 일들이 그려지고 있을 거라는 게 주변사람들의 말이다.
황 박사 주변과 측근들을 취재한 결과, 현재 연구 재개를 위한 내부 작업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여러 가지 정황이 감지됐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연구소로 사용될 건물 선정이 이미 확정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황 박사의 한 측근은 지난 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미 양재동의 4층짜리 건물과 수유리 인근의 한 건물로 사실상 확정 단계에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건물들은 후원자로부터 무상공여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건물들은 크기나 외관상으로 볼 때 화려한 수준은 아니지만 황 박사가 연구를 재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것. 또 주변 여건상 연구소 용도로 최적격이라는 게 이 측근의 전언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연구원들의 규합 여부. 특히 지난 2일 황 박사 연구팀의 양대 축으로 활동했던 이병천 강성근 교수가 서울대로부터 직위해제당한 터여서 더욱 옛 연구원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황 박사의 측근은 “현재 연구원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전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 멤버보다도 더 보강된, 아마도 최강의 드림팀 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나타냈다.
8개월여에 걸친 황우석 파동으로 인해 황 박사의 기존 연구팀은 사실상 와해됐다. 확인 결과 과거 50명 수준이던 기존 연구원의 절반 정도는 이미 떨어져 나간 상태. 그러나 최근 나머지 연구원들은 다시 황 박사팀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또 황 박사와 같이 연구하기를 원하는 다른 기관 소속 연구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 새로운 연구진의 영입설도 활발히 거론되고 있었다. “아직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할 순 없지만 국내 유전공학계에서 상당히 실력 있는 연구원들 몇몇이 합류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안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일 황 박사 연구팀의 실세로 활동했던 이병천 강성근 교수가 서울대로부터 직위해제된 것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벤처 기업으로의 진출설이 더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두 교수는 당분간 황 박사팀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핵심 측근을 모두 잃은 황 박사가 과거와 같이 그런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인 연구팀을 구축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황 박사 주변에서는 과학연구재단의 설립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얼마 전 불교계에서 지원하기로 약속한 600억 원의 후원금을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지원금을 개인이 받게 될 경우 증여가 되는 것을 감안, 법적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재단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
연구의 목적과 내용 정관 등이 포함되는 재단설립 계획은 주무부처인 과기부 또는 지자체에 신청하게 되는데, 신청 후 2주 이내에 승인 여부가 통보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연구부지 선정 등의 움직임 또한 재단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최근 황 박사는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쉬는 동안에도 연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측근에게 조언을 구해왔다고 전해진다. 논의 내용에는 인력보강과 연구소 부지의 확보, 구체적인 연구재개 시점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사실상 황 박사가 직접 나서 모든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불교계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구 재개와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황 박사가 평소 자주 찾던 충청도의 한 사찰을 꾸준히 왕래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 황 박사는 이 절의 주지스님과 항상 모든 문제를 의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찰 측에서는 “황 박사가 최근에 왔다 갔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주변에서는 황 박사의 해외 영입설도 나돌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중국, 스웨덴 등의 나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상당히 구체적인 제의를 해왔다는 것. 그러나 황 박사는 ‘반드시 국내에서 재기에 성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주변 측근의 얘기다.
상당부분 약해졌지만 황 박사의 연구 성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단체들도 아직 남아 있다. 최근 <덫에 걸린 황우석>(도서출판 답게)을 출간한 고준환(경기대 교수) ‘황우석특허수호국민협의회’ 의장은 최근 황 박사의 연구 재개 가능성에 대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국부창출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열망이 높다. 빠른 시간 내에 재개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첫 공판에서는 황 박사의 사기 및 횡령혐의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