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에 위치한 한무컨벤션의 세븐럭 카지노. 이곳 3층이 위락시설로 용도변경이 안되는 데도 사업장으로 허가돼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 ||
이번에 카지노 업계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알려졌다. 여기에 외국인전용카지노 사업을 총괄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사장 박정삼)의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의 카지노 관련 외부 인사들도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GKL은 카지노 사업을 관장하는 한국관광공사(사장 김종민)의 자회사로 지난해 9월 설립됐다.
이번에 검찰이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의혹 대상은 지난 1월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의 ‘세븐럭’ 강남점 카지노장 설치에 따른 각종 기기 설비의 납품 비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덧붙여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카지노장 선정 심사 과정에 대한 의혹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DJ 정권 때부터 시작된 외국인전용카지노 사업 계획은 숱한 의혹과 논란 끝에 중도하차했다가 참여정부 들어 빛을 봤다. 2004년 11월 서울 강남과 강북, 그리고 부산 등 세 곳에 각각 한무컨벤션의 오크우드호텔과 힐튼호텔, 롯데호텔을 카지노 사업장으로 선정하면서 이 사업은 본격화됐다. 하지만 카지노 사업은 선정 과정서부터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등 진통이 계속돼 왔다.
급기야는 지난해 7월 한국관광공사가 서울 강남 사업장으로 선정된 한무컨벤션을 상대로 선정 취소를 통보하기도 했다. 한무 측이 제출한 서류상의 오류가 그 이유였지만 오히려 사소한 실수로 계약 파기라는 초강수를 불사한 관광공사의 무리수는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양측은 법정 공방까지 가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결국 한무가 예정대로 사업장을 임대하는 쪽으로 귀결됐다.
이후 카지노 의혹은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1월 강남점을 오픈한 직후 다시 갖가지 잡음과 의혹이 쏟아졌다.
우선 한무가 영업장으로 내놓은 컨벤션센터의 3층이 위락시설 용도 변경이 불가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새로운 의혹이 터졌다. 정치권에서도 “카지노 사업장 선정 과정에 상당한 의혹이 있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GKL 임직원이 카지노 보안업체 선정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비슷한 시기에 GKL의 이사로 영입된 차민수 씨가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나 또 다른 의혹을 낳았다. 차 씨는 세계적인 카지노 업계의 유명인사로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의욕적으로 세븐럭 1호점을 강남에 오픈한 GKL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모습이었다. 항간에는 서울 강북점과 부산점의 연내 오픈이 어렵지 않는가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그런데 확인 결과 지난 3월경부터 검찰에서 GKL 주변에 대한 중대한 비리 제보가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검찰이 이즈음부터 이미 내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4월 들어 GKL 주변의 주요 인사와 카지노 사업장 선정 과정에 연관된 인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검찰의 갑작스런 통보를 받고 조사를 받았다는 모 호텔의 관계자는 “2004년 11월 호텔 사업장 선정 과정에 대해 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서 선정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 GKL 차민수 전 이사(왼쪽), GKL 박정삼 대표 | ||
그는 “주로 조사받은 것은 강남점 오픈 과정에서의 카지노 설비 기기에 대한 납품 관련이었다”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꺼린 채 “향후 검찰의 수사 상황을 봐가면서 판단하겠다”는 다소 의미심장한 뜻을 밝혔다.
그는 갑작스런 사표 이유에 대해 “그쪽(GKL)에 물어 봐라. 모든 사업이 다 그렇지만 특히 카지노 사업장 운영은 투명해야 한다”는 말로 에둘러 회사 측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월 차 전 이사의 사퇴 당시 “차 전 이사는 우리 회사와 전혀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는 GKL 측의 해명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입장인 셈이다.
그는 지난 3개월여간 한국에서 카지노 사업장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에 걸쳐 검찰에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고, 현재는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이 다시 부르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가서 수사에 응하겠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현재 카지노 사업장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과 카지노장 설치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설비 기기에 대한 납품 비리 의혹 두 가지를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카지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기자에게 “지난 2월 납품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부 언론에서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아마 검찰 수사도 언론에서 계속 의혹을 제기하니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생각보다 검찰 수사가 폭넓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증거 자료도 확보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계기가 GKL 측의 수사 요구에 의해서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삼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 등에서 자꾸 의혹을 제기하니까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가 떳떳하게 검찰 조사를 받아서 한 점 의혹도 없다는 점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입장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에서 통장 하나하나까지 샅샅이 다 뒤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GKL 측은 “공정한 납품 경쟁을 위해 외부의 학계 인사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 이들을 통해 엄격한 심사로 납품 선정업체를 정하는 등 일체의 특혜 시비를 없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의 이 관계자는 “GKL이 확보한 상당수의 심사위원단 후보들 가운데 특정 기업에 유리한 인사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함으로써 특정 기업과 납품 계약을 하고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와 금품 수수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GKL 임원과 업체 관계자들도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일부 인사는 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나를 비롯해서 우리 회사 임원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은 이는 단 한명도 없다”고 밝혔다.
카지노 업계 주변에서는 이번 검찰의 카지노 비리 내사를 우려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주변을 떠도는 각종 소문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까닭이다. 현 정권의 실세 격에 해당하는 유명 정치인들의 실명도 상당수 등장하고 있다. 한 인사는 직접 정치인과 관련된 사실을 검찰에 증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상당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는 내용들도 상당한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한 폭풍우가 몰아칠 충격적인 내용들도 많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한편 카지노 업계 주변의 비리에 대한 내부 제보도 제법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내부 제보가 청와대에까지 전달됐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역시 윗선에서 ‘엄중히 알아보라’는 지시가 컸던 것으로 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카지노 사업장 선정 과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한무컨벤션 3층이 용도허가가 안 났다는 사실은 사전에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1월 오픈으로 밀고 나갔다. 당시 내부에서도 여기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는 분위기였다”며 “분명히 그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간에는 또 “특정 호텔 업체를 봐주기 위해 우리가 피해를 봤다”며 탈락한 호텔 업체들의 항변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특수부의 한 검사는 “아직 조사 중인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 “차 전 이사 등 일부 관계자를 조사한 것은 맞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다른 급한 사건으로 인해 잠시 중단된 상태다. 곧 다시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며 “아직 의혹만 무성할 뿐,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당부분 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