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성인오락실은 조폭 세력에 의해 우선적으로 접수됐다. 지난해 하반기 잇따라 검거된 ‘사상통합파’와 ‘신사상통합파’의 발호는 그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생소한 이름의 사상통합파는 부산의 북구 사상구 일대 성인오락실의 이권 개입을 위해 따로 조직된 세력일 정도로 사실상 성인오락실 주변에는 조폭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기존 성인오락실을 장악해오던 세력과 다툼을 벌여 새로운 상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또 사상통합파가 검거로 와해되자 잔존세력을 묶어 한 달 만인 9월에 ‘신사상통합파’를 재결성, 상대조직원을 살해하는 등 성인오락실 이권 다툼을 계속해 왔다. 부산의 조폭 세력들이 성인오락실 상권 장악에 얼마나 목숨을 거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국이 성인오락실의 물결로 넘치면서 서울도 마찬가지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유명 조폭세력이 개입되는 흔적이 포착되어 경찰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70~80년대 최대 폭력조직인 서방파의 조직원이었던 이 아무개 씨가 서울 반포동의 한 성인오락실 주인을 납치, 폭행한 혐의로 지난 6월 1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전격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주인에게 오락실 영업을 포기하라며 감금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서방파가 와해되자 최근 강남 유흥가 일대를 중심으로 한 O파를 새롭게 결성 부두목격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최근 출소한 김아무개 씨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심복으로 알려졌다”며 대형 조직의 재건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의 조폭담당 관계자는 “이제 서방파니 양은이파니 하는 식의 3대 패밀리 등은 사라지고 있지만 행동대장이나 조직원 등 그 방계 세력들이 끊임없이 서로 뭉쳤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마치 용병식으로 활약하고 있다”며 “특히 이들은 아직까지 유흥가에서는 그 위력이 남아 있는 유명 조폭의 이름을 팔거나 과거 유명 보스들의 측근임을 내세우며 유흥가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아직도 그런 것이 먹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청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조폭 세력은 400여 개 파에 1만 2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번 부산 영안실 폭력 사태로 드러났듯이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수면 위로 드러난 잠정적 수치일 뿐 실제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세력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사업가 행세를 하고 있는 조폭들의 활약은 이제 단순히 업소 관리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직접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유명 조폭 두목 출신이 최근 성인오락실에 납품되는 오락기계 제조 회사를 차려 성공한 기업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사실상 후배 동료들이 장악하고 있는 전국의 오락실 상권에 그가 기계를 납품하기란 손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수원에서 검거된 ‘북문파’의 조폭 세력들은 오락실기기 납품 사업자, 오락실 업주, 경품용 상품권 판매자 등 3자가 연계되어 활동하는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조폭담당 관계자는 “최근 수사선상에 주시되는 유명 조폭들은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에 바지사장을 내세워 업소를 위탁관리하기 때문에 검거는커녕 수사 선상에서조차도 드러나기 어렵다. 끈질기게 업소들을 예의주시하고 유명 조폭들의 동향을 감시하다 보면 그들이 오락실의 실질적인 업주인 사실을 눈치챌 수 있지만 알고도 단속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