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에 따르면 99년 1월 계속되는 승진 누락에 대한 불만과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표시로 사표를 제출했는데 그것이 전격 수리됐다는 것. 이에 대해서 이 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패소하자 이 씨가 꺼내든 새로운 카드가 바로 대한항공의 무자격 조종사 고용 실태를 폭로하겠다는 1인 시위였다. 그는 2002년 3월 5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던 7월 법원으로부터 시위금지처분이 날아들었다. 통상 1인 시위는 대개 허용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1인 시위를 금지한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내용으로 한 방송사의 뉴스 프로에서 보도될 만큼 이례적이기도 했다. 법원의 명령에 불복하고 시위를 계속한 이 씨는 결국 2003년 3월 26일 대한항공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이때부터 양측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당시 사건을 접수한 강서경찰서 측은 ‘대한항공의 무자격 조종사 사용에 대한 이 씨의 주장은 12명에 대한 사외비행경력시간 내역, 항공법시행규칙, 참고인진술서 등으로 보아 사실의 적시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조사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조사의견서를 무시하고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나는 이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 등을 무고로 맞고소했다. 그러자 2004년 2월 4일 대한항공에서 ‘얼마면 되겠느냐’며 협상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이 씨는 “당시 ‘11년을 더 일할 수 있었으니 연봉으로 따져볼 때 11억 원을 청구해야 하지만, 5억 원만 받겠다’고 했고, 회사 측은 고위 간부가 나서서 협상한 끝에 결국 구두로 2억 5000만 원에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20일 “당시 우리 회사 두 고위간부가 이 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말로 달래기 위한 차원이었지, 돈으로 입막음을 하려한 것은 전혀 아니다. 이 씨가 ‘10억 원만 주면 모든 것을 접겠다’며 먼저 돈을 요구했다. 그는 또 경영진을 죽이겠다는 식의 협박편지를 보내는 등 정도를 넘어선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1심과 2심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미국 시카고에 건너가서 여전히 대한항공의 불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곧 한국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겠지만 설사 거기서 패소하더라도 상관없다. 대한항공은 국제법을 어겼으니 미 연방법원에 고소, 끝까지 진실을 밝혀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측은 “국내 사법부에서 모두 이유가 없다며 기각된 사안인데 더 이상 무슨 확실한 증명이 더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이 씨의 돌출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