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룡사와 서초구청의 갈등은 미륵대불 설치 과정서 비롯됐다. 사진은 구청 측에서 대불을 둘러싼 옹벽을 철거하는 모습. | ||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위치한 자룡사(조계사 직할 사찰)와 관할인 서초구청이 그 분쟁의 장본인으로 지난 2000년부터 7년간 수해 문제가 발단이 돼 지금까지 법적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비화됐고 급기야 상호 고소고발로 이어져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감정대립이 심화되면서 자룡사 일대의 수해 복구 및 그 예방은 수년간 방치된 상태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찰 신도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또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갖가지 구설수와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다. 문화재 주변 개발 이익을 둘러싼 수백억 원대의 이권이 걸려 있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초구 염곡동 산 25-1번지에 소재한 자룡사(주지 진협스님)가 건립된 것은 지금부터 104년 전인 1902년. 대한불교 보현회(재단법인) 소속으로 미륵불, 약사여래, 산신할머니, 방 2칸, 장독대, 화장실, 삼신각, 본당 대웅전 일부가 건립된 후 98년 6월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사찰로 편입됐다.
문제는 자룡사가 지난 2000년 산 사태가 일어나 대웅전을 옆 필지로 옮기고 그 자리에 미륵대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당시 서초구청이 이러한 대웅전 이전 및 대불 설치가 불법이라고 지적하면서 갈등이 시작돼 지금까지도 감정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룡사 측의 주장은 이렇다. 자룡사는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탓에 매년 장마철마다 만성적인 산사태와 홍수에 시달려 왔다. 수년간 산사태와 지하 내실 침수, 홍수로 인한 토사 유출로 인근 마을까지 수해 피해가 반복돼 사찰 재산이 피해를 입고 신도 등 관계자의 인명 피해 우려까지 있는데도 행정관청인 서초구는 그 대책과 복구는 물론이고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예방도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다.
자룡사 측은 이를 보다 못해 스스로 예산을 부담하고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요청했지만 허가를 해 줬다가도 원활한 작업을 위해 사회상규상 허용할 수 있는 경미한 위반사항(흄관매설, 축대보수 등)을 트집삼아 위법행위로 고발조치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자룡사 서도륜 법사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공사비용(4500만 원)과 사찰측의 부담(1억여 원)을 예산으로 구청의 승인을 받아 진입로 공사를 진행했는데 구청측이 위법행위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이미 완료된 공사도 직원들을 동원해 철거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사찰 진입로 공사가 중단돼 장마철에 토사가 유출된 모습. | ||
자룡사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진협 스님은 지난해 10월 당시 조남호 구청장 외 구청 간부 3인을 직권남용과 기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수사지휘(12월 23일까지 송치)를 내렸지만 경찰 조사가 부진하다고 본 자룡사 측은 청와대 민정실, 서울시, 대검찰청, 감사원 등에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초서 관계자는 7월 28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자료가 방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이 엇갈려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참고인과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고소인인 조남호 전 구청장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동안 참고인 조사가 끝나지 않아 조사를 못했고 지금은 해외체류 중이어서 소환이 불가능하다”며 “조 전 구청장 조사 여부 및 소환 시기는 검찰 송치 후 검사 지휘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답했다
자룡사 측은 형사고소 외에 진입로 공사비용과 미륵불상(시가 11억 원 상당) 앞 옹벽 철거 등에 따른 20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이와 관련 서 법사는 “수년에 걸친 구청과의 분쟁으로 2000여 명에 달했던 신도들이 이제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며 “20억 원은 유형적인 손해에 불과하고 정신적·무형적 손해를 환산하면 100억 원도 부족할 것”이라며 주장했다.
이처럼 서초구와 자룡사 측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된 배경에는 양측의 감정싸움 외에 개발이익 등 수백억 원대의 이권이 개입돼 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룡사 측에 따르면 지난 2004년을 전후해 한 업체 대표가 서초구청으로부터 건립 허가 약속을 받았다며 사찰측에 납골당 공사 승인을 요구하기도 했고 구청의 한 관계자가 나서 사찰 매각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찰 진입로 입구에 위치한 호화로운 개인주택 증·개축과 관련한 특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사찰측과 주민들이 수해 예방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진입로 공사를 외면하는 구청이 개인주택 증개축을 쉽게 허가하고 심지어 일부 시유지와 도로지분을 주택 마당과 정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배경에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자룡사 일대 주민들은 사찰 주변 개발과 그 이익을 둘러싼 업체들의 이권과 구청 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푸념하고 있다.
한편 서초구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구청과 사찰 측의 법적분쟁은 감정대립으로 빚어진 면도 없지 않다”며 “이제 새 구청장이 취임한 만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