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말 국내 성인오락시장 규모는 2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었으나 1년 만에 시장규모는 무려 4조 원대로 늘어났다. 성인오락실 수 또한 1년 새에 1만 3159개에서 1만 4998개로 순식간에 증가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성인오락실의 수는 무려 3만여 개로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의 총 매출액인 10조 원의 4배가 넘는 거래규모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전국이 성인오락실로 뒤덮이고 도박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돼 버린 것이다.
성인오락실 사업 시장이 이처럼 초대형으로 커지면서 한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강원랜드의 매출도 급감했다고 한다. 성인오락실 사업실태를 조사 중인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강원랜드를 찾았던 이들이 대거 성인오락실로 몰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원랜드 매출이 무려 4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의 PC 게임방이나 경륜, 경마 오락실을 운영하던 업자들 중에는 최근 유행하는‘바다이야기’로 전환하고 있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성인오락실이 활성화된 것은‘바다이야기’가 지난 2004년 12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부터다.‘바다이야기’ 외에도‘황금성’‘오션 파라다이스’ 등 200종이 넘는 게임이 유통되고 있지만‘바다이야기’는 어느 곳보다 빠르게 전국 곳곳을 침투하고 스며들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바다이야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떠돌 지경이었다.
더구나 지난 2004년 12월 문화관광부에서는‘경품용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하면서 성인오락실은 범이 날개를 단 격이 돼 버렸다. 그동안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만 공식적으로 인정하던 상황에 완전히 상품권의 발행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준 셈이었다.‘경품용 상품권 인증제’가 실시되면서 법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공식상품권 19종 외에도 정체불명의 갖가지 상품권이 무려 50여 개 이상 등장했다.
상품권이 성인오락실을 통해 순환되는 경로는 단순하다. 성인오락실 근처엔 상품권을 환전해 주는 곳이 있어 게임기를 통해 받은 상품권을 이곳에서 곧바로‘현금화’된다. 환전소는 오락실 업주와는 연관 없는 이가 운영해야 하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곳은 없다. 그리고 현금으로 바꿔주면서 통상 10%의 수수료를 떼 이 이익금을 챙기는 것. 또한 한 성인오락실 관계자는“한번 게임기를 통과한 상품권은 다시 오락실에서 사용될 수 없도록 정해 두었지만 이 상품권을 들고 나가 책을 사거나 영화를 보는 이들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법적으로 한번 게임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의 최대한도를 5000원 권 4장인 2만 원으로 정해두었지만 실제 게임에서는‘연타’‘예지’ 기능으로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대가 넘는 상품권이 ‘쏟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듯 상품권이 오락실 내에서‘돌고 도는’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이 와중에 수수료를 챙기는 오락실 업자들은 쾌재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한 성인오락실 관계자는“오락실 하나 차리는데 보통 5억 원 이상이 들지만 이 돈을 회수하기까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 <일요신문> 739호 표지 | ||
따라서 이처럼 상품권이 활개를 치는 데는 문화부의 역할이 컸으며 문화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하는 데는 보다 은밀한 권력의 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애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다. 영등위는 성인 오락기가 도박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속게임기능’ ‘시간당 4만 5000원 이상 투입’ ‘시간당 20만 원 이상의 경품금지’를 심사기준으로 정했지만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부는 2004년 영등위에 공문을 보내 “사행성이 큰 성인 오락물에 대한 심사를 신중히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영등위는 “민간기구 일에 간여하지 말라”며 묵살했다는 이야기다.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이 경질된 것도 성인오락실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이미 바다이야기를 포함한 사행성 성인오락 게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도 바다이야기 등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은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 성인오락 게임 제조업체들이 오락기의 승률을 조작해 사행성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들 업체 공장과 판매업체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벌여 왔다.
의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십억 원의 수익을 낼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상품권과 관련 발행업체로 지정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가 전달됐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조폭 관여설, 대통령 측근의 지분참여설, 상품권 이권 개입설 등 규명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가운데 대표적 친노인사로 꼽히는 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가 ‘바다이야기’ 관련 업체와 자신을 연관시키는 발언 및 보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