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소에 서너 팀 달라붙기도
최근 언론에 보도된 ‘국정원 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상당수 조폭들은 지난 2년여간 성인게임기나 상품권 총판을 따내거나 유통과정에 개입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직접 대형 성인게임업소를 운영하거나 업소에 지분을 투자해 조직의 자금을 마련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급격히 늘어난 성인오락시장은 소규모 지역 조폭들에게도 ‘온실’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북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했던 A 씨의 경험담.
“돈벌이가 된다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 6명이 모여 2억씩 투자해 성인오락실을 열었다. 지금 떠올리면 무모했다고 생각하지만 주주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의사도 있고, 부동산업자도 있고…. 그런데 개업식날 ‘짧은 머리의 검은 양복’들이 무려 세 팀이나 차례로 찾아오더라. 서로 아는 눈치여서 ‘차라리 당신들끼리 교통정리를 해서 오라’고 했다. 그래서 그들 중 한 그룹과 만났는데 우리들이 그쪽 세계 ‘무연고자’여서 그런지 처음엔 아예 지분을 달라고 하더라. 오락실 때문에 ‘하우스’(사설 도박장)가 안 되니 당신들이 책임지라는 얘기도 하고…. 겨우 타협을 해서 그들이 소개한 사람을 영업실장으로 쓰고, 상품권 환전 수입 가운데 한 매당 얼마를 주기로 했다. 생돈을 뜯긴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들이) 진상 손님도 처리해주고 단속도 알아서 대비해주니까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
대다수 성인오락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조직세계와는 아무 상관 없는 업주들이 어떻게 조폭과 연이 닿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경품용 상품권 대리점 사업에 뛰어들었던 B 씨의 경우엔 영업과 수금을 위해 지역 주먹을 ‘고용’했던 케이스. B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상품권 액면가는 5000원이지만 발행사에서 상품권 한 매당 대리점에 내주는 가격은 4810~4820원이다. 우리는 여기에 평균 10원의 마진을 붙여 성인오락업소에 상품권을 공급했다. 10원이라고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하루에 1만 장씩 상품권을 쓰는 업소 5곳만 거래를 터도 하루에 50만 원, 한 달이면 1500만 원을 버는 거다. 하지만 돈이 오가다 보면 험한 일도 있고 해서 그 지역에서 이름깨나 있다는 건달을 한 명 소개받았다. 수입을 5 대 5로 나누기로 하고 영업까지 맡겼더니 자기가 알아서 수금도 해주고 새로 거래처도 트고 그러더라.”
A 씨와 B 씨의 사연을 들으면서 어쩌면 ‘도박광풍’의 최대 수혜자는 ‘조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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