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돈줄도 역시 오락실
90년대 들어 안 아무개 씨를 중심으로 ‘신20세기파’로 재집결한 이 조직은 빠친코 사업을 벌이면서 노하우를 축적, 게임장 조폭으로는 최고의 ‘전통’을 자랑한다는 것이 경찰 측의 진단이다. 신20세기파는 오락기 제조업체와 상품권 발행업체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게임장 산업이 호황을 누리자 최대 조직인 칠성파가 뛰어들면서 앙숙인 양측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시작됐다. 칠성파는 전국 ‘4대 조직’으로 불리는 위세에 걸맞게 단숨에 부산의 성인오락실 업계를 장악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9월 13일 칠성파의 행동대장 한 아무개 씨(39)를 수배했다. 그가 직접 게임기 제작업체 M사를 운영하면서 게임기를 만들어 전국 성인오락실에 팔아온 혐의였다. 조폭이 직접 게임기 제조공장을 운영한 최초 사례였다. 경찰은 이 공장에서 얻어진 수익금이 칠성파 조직 자금으로 유입된 정황을 쫓고 있다.
칠성파의 발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부산지검은 지난 8월 말 칠성파 부두목 강 아무개 씨 등 2명이 ‘야마토’ 계열의 불법 오락기를 공급받아 불법사행성 성인오락실을 운영해온 혐의로 구속했다. 6월 부산지검에 구속된 고 아무개 씨(39) 역시 칠성파의 간부급으로 부산 시내에서 영업장을 직접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부산은 칠성파를 중심으로 범칠성파와 반칠성파로 크게 구분되는데, 칠성파는 부산 최고의 신시가지로 떠오른 해운대와 광안리를 장악했고, 범칠성파 성격인 ‘서면파’ 역시 전통적 도심지인 서면을 근거지로 오락실을 장악했다. 여기에 맞서 반칠성파 계열인 신20세기파는 남포동, ‘영도파’는 영도 지역 등을 장악하며 칠성파에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신20세기파와 서면파의 두목급들도 불법성인오락실 운영 혐의로 지난 6월 구속됐다.
대구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대구지검은 지난 6월 초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며 상품권을 불법 환전해준 혐의로 ‘동성로파’ 두목 김 아무개 씨 등을 구속했다. 대구의 밤거리는 자유당 정권 말기인 50년대 말부터 중앙통 길을 중심으로 우측은 ‘향촌동파’가, 좌측은 동성로파가 서로 양분해 왔다.
전국구 주먹의 진원지 격인 광주 역시 ‘전통’의 조직이 성인오락실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9월 28일 불법 카지노바 운영 혐의로 ‘국제PJ파’ 조직원 오 아무개 씨를 구속했다. 국제PJ파는 80년대 중반 광주에서 서방파 계열로 결성됐고, 3대 패밀리의 서울 진출 이후 한때 광주 최대의 폭력조직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오 씨가 카지노 바를 운영한 것 역시 조직의 운영자금 마련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OB파도 광주에서 다수의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지역은 오래전부터 ‘파라다이스파’와 ‘시라소니파’ 두 조직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93년 5월에는 시라소니파의 습격으로 파라다이스파 두목 신 아무개 씨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행성게임 산업은 이들 조직도 비켜가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지난 8월 29일 성인오락기 ‘야마토’를 제작한 후 배당금이 연속 당첨되도록 게임기를 변조해온 혐의로 김 아무개 씨 등을 구속했는데 확인 결과 김 씨가 파라다이스파를 새롭게 이끌고 있는 두목 김 아무개 씨의 동생으로 드러난 것. 경찰은 파라다이스파가 사실상 청주 지역 성인오락실을 4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라소니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조직의 새 두목 유 아무개 씨는 PC방에서 사행성 도박을 하다 돈을 잃자 부하 조직원을 시켜 PC방 주인을 협박해 돈을 뜯어 낸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유 씨는 93년 5월 파라다이스파 두목 신 씨를 살해한 혐의로 10년을 복역한 뒤 지난해 1월 만기 출소한 바 있다. 유 씨 역시 와해된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상품권 유통 등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경기도에서는 9월 14일 게임기 ‘양귀비’의 총판 책임자 손 아무개 씨(42)가, 9월 25일에는 ‘연합세븐파’의 정 아무개 씨(32)가 각각 구속됐다. 수사 결과 손 씨는 안산의 ‘목포파’ 행동대장으로 밝혀졌다.
전북에서도 여러 조직들의 연루 혐의가 드러났다. 9월 15일 사행성 오락실 비리와 관련해 수원지검에 구속된 ‘타워파’의 두목급 동 아무개 씨(36)와 주 아무개 씨(36), ‘삼남백화점파’의 이 아무개 씨(35) 역시 신흥 세력이 아닌 전주와 익산의 전통적인 주먹 세력이었다.
타워파는 전주 주먹을 양분하고 있던 ‘월드컵파’와 ‘나이트파’의 대립 속에서 80년대 말 군소 조직이었던 정 아무개 씨의 ‘금암파’와 박 아무개 씨의 ‘터미널파’가 통합해서 결성된 조직이었다. 삼남백화점파 역시 이 지역의 전통적인 최대 폭력조직인 ‘이리배차장파’에 맞서 80년대부터 창인동을 중심으로 존재해온 뿌리 깊은 조직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6일 서울 청담동의 건물 지하에 불법 카지노바를 차려놓고 ‘바카라’ 게임을 제공해온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의해 전격 구속된 강 아무개 씨(34)는 ‘신오거리파’의 두목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직은 80년대부터 전주 지역에서 암약해온 유명 조폭 세력인 ‘오거리파’의 후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 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월드컵파도 유흥가의 성인오락실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9월 15일 수원지검에 의해 ‘중앙파’ 두목급 간부 최 아무개 씨(37)가 성인 PC방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중앙파 또한 전남 여수에서 80년대부터 암약한 최대 폭력조직으로 밝혀졌다. 한편 제주경찰서는 7월 말 제주의 토착 조직 ‘유탁파’ 조직원 임 아무개 씨 등 업주 5명을 도박장 개설 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얼마 전 서울중앙지검은 대전의 조폭세력 ‘반도파’ 일맥인 ‘현대파’ 두목 정 아무개 씨와 행동대장 김 아무개 씨 등을 대전 지역 대형 게임장을 위탁 관리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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