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으로 가는 ‘나가요 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룸살롱 종업원들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
이처럼 중국에서 성업 중인 한국식 룸살롱은 한국의 성매매특별법 이후 더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거나 장기 체류 중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1, 2년 전부터 한국 술집 여종업원들이 중국으로 일하러 오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현지의 한국인들은 “단속에 쫓겨 중국으로 진출한 술집 여종원들은 이곳에서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마냥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한 이른바 ‘풍선효과’가 중국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는 걸까. 한국식 룸살롱의 현황과 실태에 대해 취재해 보았다.
‘중국에서 일할 예쁜 아가씨들 모집합니다. 개인아파트 제공 특급대우, 월수 1500만 원 이상, 상해, 북경, 항주 중 근무지 선택 가능.’
최근 들어 유흥업소 관련 사이트의 구인구직 게시판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와 더불어 중국 유흥업소 진출에 대해 다른 이들의 자문을 구하는 내용의 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만큼 유흥가 여성들의 중국 업소 취업이 보편화됐다는 이야기다.
한 여성이 얼마 전 유흥 관련 모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린 글은 유흥가 여성들의 중국 진출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여성은 게시판에 “아는 언니가 중국으로 빨리 들어오래요. 한국은 요즘 단속도 심하고 출혈경쟁도 심해서 일하기 힘든데 중국은 우선 벌이가 한국보다 좋고 생활도 여유가 있어 좋다고 하네요. 저도 중국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한편으로 겁도 나는 게 사실이에요. 중국에 대해 아시는 분은 조언 좀 해 주세요”라고 글을 적어 놓았다. 그 아래 달린 10여 개의 댓글에는 ‘중국으로 하루빨리 들어가는 게 좋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성업 중인 한국식 룸살롱은 과연 어떤 곳이며 대체 어떤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을까.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여종업원들을 모집한다’고 글을 올려놓은 중국 내의 한 업소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다. 확인 결과 그는 중국에서 룸살롱 업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내 한국식 룸살롱에 한국 여종업원들을 보내주는, 말하자면 ‘여성 인력 공급업자’였다.
자신을 ‘미스터 천’(37)이라고 밝힌 이 업자는 “다른 건 몰라도 유흥업에 관한 한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영업하기 수월한 게 사실”이라며 “이는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뿐 아니라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천 씨는 “한국에서는 속칭 ‘나가요 걸들’ 가운데 이른바 ‘텐프로’ 여성들만 호사스런 생활을 할 뿐 나머지는 대부분 힘겹게 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며 “손님들 술시중뿐 아니라 취미생활에서도 파트너 역할을 해 준다. 때문에 업소에서 무상으로 아가씨들에게 영어, 중국어 교육은 물론 골프, 승마, 카지노 등도 교육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되면 중국에서의 ‘나가요 걸’ 생활은 말 그대로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 유흥업 시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규모도 크고 경쟁 또한 치열하다. 이런 상황인데 과연 천 씨의 말이 사실일까.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룸살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여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중국에서 약 7개월간 룸살롱에서 일하고 지난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최 아무개 씨(26)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생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더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최 씨는 “나도 구인게시판에 나오는 그런 광고를 보고 중국까지 가게 됐는데 한국보다 좋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타지에서 일하는 것이라서인지 힘든 점이 많았다”며 “술집 생활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각종 교육을 시켜준다거나 넓은 집을 혼자 쓰게 해준다는 말이 일부는 사실이지만 대부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라고 털어놓았다.
최 씨에 따르면 집 제공은 업소에서 알선만 해주고 임대비용은 자신이 처리해야 한다거나 설사 집을 얻어준다 해도 단체 숙소보다 열악한 경우가 많고 학교나 학원을 통한 교육은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시켜줘도 못하는 판이라는 것이다.
최 씨는 그러나 “업소만 잘 선택하면 수입은 확실히 중국이 좋다. 뿐만 아니라 돈을 벌어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중국 쪽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에 올라 있는 모집 광고. | ||
이 같은 사실은 현재 중국에 상주하고 있는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근래 들어 한국식 룸살롱들이 중국 전역 곳곳에 생겨나고 있으며 중국의 심장부인 북경과 경제중심지인 상해 등지에는 이미 유명 업소로 자리 잡은 한국식 룸살롱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상 중국에서 한국식 룸살롱을 자주 이용한다는 비즈니스맨 한 아무개 씨(42)를 통해 그곳 사정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한 씨에 따르면 현지에서 한국식 룸살롱은 아시아권 비즈니스맨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 그만큼 시설이나 규모 그리고 서비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한 씨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지인들도 ‘한국식 유흥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한 씨는 “한국에도 건물 몇 개 층이 모두 룸살롱인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규모 면에서는 중국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며 “어떤 곳은 초대형에 초호화인 룸만 수십 개에 달하고 그 크기가 수백 평에 이르는 업소도 있다. 그런 곳이 한국인 업주에 의해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아가씨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씨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화된 한국식 룸살롱에서는 ‘라운딩 도우미’나 ‘계약동거’ 등 각종 이색 서비스까지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조건만 맞으면 룸살롱 여종원이 골프 라운딩을 함께 해준다거나 현지에 출장 온 사업가와 출장기간 동안 계약동거를 하는 식의 서비스다. 한국인 여종업원들의 인기가 높은 편이어서 이 같은 ‘추가 서비스’를 통해 1000만 원대 부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기자는 한 씨를 통해 현지의 한국인 룸살롱 업주와 접촉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 밝히기를 꺼린 이 업주는 현재 상해에서 200여 평에 달하는 초대형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고 조만간 북경에도 또 다른 대형 업소를 개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규모라면 말 그대로 기업형 룸살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업주는 “중국의 주요 도시에는 룸살롱 형태의 수많은 업소가 있는데 이전까지 대부분 가라오케와 유사했으나 한국식 룸살롱이 중국에 상륙한 이후 지금은 한국식 룸살롱을 모델로 삼는 업소들이 많다”며 “이 추세는 향후 중국 내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는 나처럼 대형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업주가 적지 않다”며 “한국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다 온 경우도 상당수지만 현지에서 사업을 하다 업종 전환을 한 사람도 꽤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한국식 룸살롱을 주로 찾는 고객은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대만·일본인 등 다양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의 주 임무는 접대 이외에 단골 확보다. 이를 위해 여종업원들은 승마나 골프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손님과 공유하며 비즈니스맨들을 서로 이어주는 ‘중계인’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게 이 업주의 설명이다.
▲ 매머드급에 초호화판으로 꾸며진 중국의 한국식 룸살롱 내부 모습. 한국과는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 ||
심지어 술자리 자체를 아예 대형 호텔방에 차려놓고 술자리가 끝나면 난교로 이어지는 이른바 ‘출장식 룸’도 운영되고 있다는 것. 앞서 중국의 한국식 룸살롱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최 씨도 바로 이런 ‘출장식 룸’ 영업에 충격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 씨에 따르면 ‘출장식 룸’은 마치 출장뷔페처럼 주류와 안주 등을 갖추고 호텔방 등 특정 장소로 원정 영업을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소가 업소의 룸과는 달리 완전히 밀폐된 사적인 공간이다 보니 그 안에서 술자리에 이어 갖가지 섹스 등 상상을 넘어서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 중국에서 한국 여성의 인기가 높아 현지 룸살롱의 상당수 한국 여종업원들이 ‘출장식 룸’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게 최 씨의 얘기다.
중국으로 ‘수출’돼 현지 유흥가의 히트상품처럼 자리 잡기 시작한 한국식 룸살롱.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여성의 성까지 해외로 팔아버리는 것과 같아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