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권주자 연루설이 돌고 있는 U 사의 문은 굳게 닫힌 상태다. 위는 U 사 등기부등본의 일부로 “분양받지 못할 경우 해산”한다고 돼 있다. 사진제공=유필우 의원실 | ||
판교 테크노밸리 부지는 판교 신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IT업체, 벤처기업들을 위해 20만 평을 개발할 수 있도록 건교부가 경기도에게 유상(평당 750만 원)으로 제공한 땅이다. 하지만 경기도와 경기지방공사(공사)가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분양한 이 땅 일부를 특정 업체들이 각각 법인 이름을 바꾸어 가며 신청, 두 차례 모두 사업자로 선정돼 특혜 분양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문수 경기지사가 도지사 후보시절 특혜 분양 의혹을 받고 있는 레인콤의 양덕준 대표이사로부터 3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정가 주변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A 씨도 이 사업에 깊숙이 개입돼 있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어 파문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관련 의혹들을 파헤치는 게 한계가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의뢰할 것을 촉구하고 있고 검찰 등 사정기관도 판교 테크노밸리 특혜 분양 의혹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분양 특혜 의혹은 경기도와 공사가 2차 분양 업체를 선정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기도와 공사는 지난 8월 말 2차 분양에서 A-2-1구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아이리버컨소시엄(아이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문제는 아이컨소시엄에 참여한 회사의 임원들 중 상당수가 앞서 지난 6월 말 1차 분양 당시 A-1구역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판교실리콘파크조성사업조합(실리콘조합)에 참여한 회사의 임원들과 중복돼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소리까지 나오며 경쟁이 치열했던 판교 테크노밸리 분양을 두 번 중복해 받은 것은 특혜가 아니고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컨소시엄은 (주)아이리버, (주)아이피에스, 디에이치케이솔루션(주) 등 3개 회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주)아이리버 대표이사인 양덕준 씨는 1차로 분양한 A-1구역 실리콘조합의 (주)레인콤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또 (주)아이피에스의 이 아무개 이사, 장 아무개 대표이사는 실리콘조합의 (주)원익쿼츠, (주)아토의 이사로 등재돼 있고, 디에이치케이솔루션(주)의 최 아무개 대표이사 역시 실리콘조합에 참여한 (주)엑시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침내 이 문제는 16일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의 경기도 국감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경기도와 공사는 2차 분양 공급지침 질의·응답을 통해 “1차 분양받은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원은 2차 분양에 참여할 수 없으나 법인이 다를 경우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특혜 분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 | ||
경기도와 공사가 연구지원용지 및 주차장용지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최소 3840여억 원을 남겨 땅장사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공사 측이 유필우 의원에게 제출한 토지공급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토지공사로부터 평당 750만 원에 공급받은 뒤 필지별로 적게는 710만 원에서 많게는 2080만 원까지 분양해 미분양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3840억 원대의 분양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과도한 시세차익은 결국 땅값 상승 요인이 돼 중소기업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경기도는 분양 차액의 용도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특혜 분양과 땅 장사 의혹으로 점화된 판교 테크노밸리 사업 논란은 점차 정치권으로 확전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판교 테크노밸리 사업에 김문수 지사 참모의 개입설까지 지적하고 있어 향후 여야간 치열한 정치 공방전으로 비화될 조짐이 일고 있다.
정성호 의원 측은 국감 자료를 통해 “김문수 지사 참모로 알려진 아무개 씨가 개입돼 분양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혜 기업들이 부천소사 보궐선거자금을 대거 후원했다는 풍문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특히 “판교테크노밸리 분양 사업으로 700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고 이중 일부 금액(10%)이 커미션으로 정치권에 전달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명명백백하게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9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의 경기도 국감에서는 김문수 지사의 부적절한 후원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서울 강북을)은 “김 지사가 후보 시절 받은 경기도 산하기관 임원과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단체, 도 공사를 수주한 기업체 등의 후원금은 부적절한 후원금”이라며 “후보자 후원회에서 밝히지 않은 고액 기부자 명단을 상세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김 지사의 후원자 명단에는 판교 테크노밸리 특혜분양 업체로 지목받고 있는 양덕준 레인콤 대표이사(300만 원), 경기도 발주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산업개발 정지택 사장(500만 원)과 호성종합건설 김병준 대표(300만 원) 등 기업체의 후원금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기도 측은 “(후원금을 낸 분들은) 많은 후원자 중 한 분일 뿐이며, 대가성 운운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비약”이라고 해명했다. 김 지사도 국회에서 인적사항이 불분명한 점과 관련 “송금은행에 후원자 인적사항을 요청했으나 금융기관에서 금융실명법상의 규정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는 판교 테크노밸리 사업에 대권주자인 A 씨가 연루돼 있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어 파문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소문의 진원지는 1차 분양 때 실리콘조합으로 참여한 U 사 대표 J 씨와 A 씨의 친분관계에서 기인한다. U 사는 1차 분양 연구지원용지 중 가장 대규모 단지인 SD-1 필지(8500여 평)를 분양받아 현재 900억 원대의 평가 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판교인터넷파크 조합에 소속된 33개 업체 중 하나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결과 U 사는 판교테크노밸리 부지를 분양받기 위해 계획적으로 설립된 유령회사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확인됐다. U 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U 사는 지난해 11월 자본금 1억 3000만 원으로 설립된 후 몇 차례의 등기 변경을 거쳐 지난 9월 19일 자본 총액이 4억 3000만 원으로 등기가 돼 있는 상태다. 짧은 기간 동안 대표이사와 이사 등 임원진의 등기 변경도 잦았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회사의 존립기간 또는 해산 사유를 “경기도로부터 판교인터넷파크조성사업조합이 부지 분양을 받지 못할 경우”로 명기하고 있어 U 사가 급조된 종이회사일 것이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주변에서는 대권주자인 A 씨와 U 사 대표 J 씨가 고교 선후배 관계로 각별한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점을 들어 J 씨가 A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U 사를 설립해 판교 부지 분양에 뛰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그 관계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불거진 판교 테크노밸리 특혜 분양 논란은 국회 건설교통위가 국감 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검찰에서도 이를 예의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간단히 가라앉지는 않을 조짐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대권주자인 A 씨의 연루설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여야 간에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 일고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한 궁금증이 풀릴 수 있을지 또 A 씨 연루설과 관련한 진실이 밝혀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