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와 분당 아파트 단지 사진 합성. | ||
내 집 마련이 더욱 힘들어진 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시점에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강남권 아파트 매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정부 관료들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병완 비서실장으로 이어진 청와대 관계자들의 아파트 투기 논란은 현 정부 인사 전체로까지 불똥이 튄 상태다. 강남 등 유망 지역 아파트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판·검사들 역시 이 같은 여론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인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및 간부급 판·검사들의 ‘버블 에잇’ 지역 아파트 보유 현황(2006년 2월 공개내역 기준)을 살펴봤다.
◈대법관
지난 2월 발표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13명의 대법관(이용훈 대법원장 포함) 중 11명(84.6%)이 ‘버블 에잇’ 지역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고현철 전 대법관(현 중앙선거관리원회 위원장)은 본인과 부인 명의로 아파트를 한 채씩 소유하고 있는데 그중 한 채가 고 대법관 명의의 분당 서현동 58평형 아파트. 부인은 부산 사하에 40평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4억 9000만 원으로 신고한 서현동 아파트의 경우 실제 시세는 약 16억~18억 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용담 대법관은 본인이 서초 반포본동 반포아파트 42평형과 수원 권선동에 위치한 30평형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 대법관은 본인 명의 아파트는 없지만 현 거주지인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금호아파트 58평형(신고가 4억5000만 원)이 남편 강지원 변호사 소유다. 거래가는 최소 13억 원 정도를 상회한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성남 시흥동에 대지 151평, 건물 94평 규모의 단독 주택을 보유한 양승태 대법관도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 35평의 일부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남 장성 일대에 큰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김황식 대법관도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아파트(41평)를 갖고 있다. 김능환 대법관과 박일환 대법관 역시 각각 송파 방이동과 오금동에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전수안 대법관은 법원과 검찰 통틀어 강남에서 가장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남편 명의로 된 서초동 현대 슈퍼빌 아파트 평수는 77평. 최근 한 달 사이 1억 이상 올라 최근에는 약 26억 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가액은 8억 4700만 원. 이밖에도 전 대법관의 남편은 강원도 속초에도 50평형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13평)도 사들여 현재 임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대희 대법관과 이홍훈 대법관은 해당 사항이 없다. 안 대법관은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이 대법관은 강동구 상일동 빌라(3억1000만 원)만을 갖고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들도 ‘버블 에잇’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9명(전효숙 전 재판관 포함) 중 7명(77.7%)이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 주선회 재판관은 압구정동, 이동흡 재판관은 분당, 이공현 재판관은 삼성동에 50평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전효숙 전 재판관과 김희옥, 민형기 대법관도 강남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부부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를 한 채씩을 소유한 목영준 대법관은 방배동 동부센트레빌아파트 47평형을 매도하고 곧바로 전세로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고위 법관들도 절반 이상이 ‘버블 에잇’ 지역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고법 부장급 이상 판사 101명 중 70명(69.3%)이 버블 에잇 지역 아파트의 소유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고법 안영률 부장판사의 경우 재건축으로 시세가 가파르게 급등한 송파구 잠실동 3·4단지 아파트 한 채씩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소유한 상태. 두 아파트의 조합원 분담금 납부를 위해 약 3억 8000만 원가량을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았다.
서울고법 박해성 부장판사 역시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강남 개포동 경남아파트와 개포주공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 부부는 두 아파트 모두 전세를 주고 평수를 넓혀 개포동의 또 다른 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
역삼동에 80평짜리 단독주택과 사당동에 40평형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소유한 이호원 서울가정법원장은 부인도 서초동 롯데캐슬 아파트 47평형과 잠실에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다. 전북 임실과 완주, 전주 등지에 부동산과 건물을 다수 소유한 이윤승 서울 북부지원장은 특이하게도 본인과 배우자 이름으로 번지수만 다른 청담동 삼익아파트를 한 채씩 갖고 있다.
손용근 행정법원장은 잠원동에 43평형 아파트와 서초동에 12평형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다. 부인 역시 용산에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두 오피스텔은 타인에게 임대했다.
오세빈 대전고법원장은 개포동 50평 아파트를 무려 15억 원에 매도해 분당에 55평 고급 아파트를 얻고 매도금 일부를 저축했다.
법조 비리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 중인 조관행 전 부장판사도 서초동에 60평 아파트를 분양 받아 올 2월 재산 신고 직전 금융기관에서 중도금 납부 명목으로 2억3000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검찰도 마찬가지. 올 2월 재산을 신고한 지검장급 간부 36명 중 30명(83.3%)이 강남, 서초 등 버블 에잇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부인 명의로 대치동 국제아파트 43평 아파트를 신고했다. 현재 시세는 신고가격(4억 400만 원)의 3배가량인 12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백 서울고검장은 대치동 개포우성아파트 50평과 도곡동 타워팰리스 50평형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박철준 서울고검 형사부장도 분당과 서초동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한성 서울고검 차장검사도 송파 오금동과 방이동에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다.
소유 아파트 수가 한 채인 경우 대부분 기존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고 또 다른 강남 아파트를 전세로 얻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안종택 법무부 감찰관은 삼성동 아이파크 55평형을 전세로 내놓고 압구정동 43평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고, 이동기 서울 남부지검장 역시 대치동 미도아파트 31평형을 전세로 내놓고 같은 미도아파트 41평형을 전세로 얻었다.
문성우 법무부 검찰국장도 자신이 소유한 대치동 국제아파트에 전세 입주자를 받고, 대신 대치동 선경아파트에 전세(4억 5000만 원)로 입주했다. 경대수 대검찰청 마약수사부장도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 36평과 분당 파크뷰 49평형을 임대하는 대신 세입자로부터 얻은 전세금 중 일부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0평을 전세로 얻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