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지역이란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양천구 목동, 안양 평촌신도시, 성남 분당, 경기 용인 등 이른바 ‘버블 세븐’에 서울 용산구를 더한 8개 지역을 일컫는다. 용산은 ‘버블 세븐’ 설정 이후 아파트 상승률이 가장 가파르게 치솟아 최근 ‘버블 에잇’이란 신조어를 낳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의 부를 상징하는 강남 아파트 소유자가 무려 95명으로 전체의 17.3%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위공직자 가운데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반 주택 소유자와 지방의 아파트 및 일반주택 소유자, 그리고 무주택자 전체를 합한 수(103명·18.7%)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에 아파트를 두 채 이상 소유한 고위공직자의 수도 무려 101명(1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올해 2월 28일 ‘정기재산변동사항’이 공개된 이후부터 가장 최근인 11월 13일까지 관보에 실린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을 모두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현직뿐만 아니라 올해 3월 이후 퇴직한 인사들도 포함됐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과 함께해온 공직자들을 포괄적으로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반면 최근에 임명돼 아직 재산 신고를 하지 않은 고위공직자와 재외 공관 외교관 등 일부 인사들은 제외시켰다. 검찰청과 법원 등 법조인사들은 별도로 조사했다(16면 관련 기사 참조). 또한 동일한 인사가 부처를 옮긴 경우에는 현재 몸담고 있거나 가장 나중에 몸담은 부처에 포함시켰다.
부동산은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분양권 포함)만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단독주택과 오피스텔 및 상가, 토지 등은 모두 제외했다. 지방의 아파트도 제외시켰다. 버블 지역은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7개 지역 외에 용산을 추가했다.
소유 부동산의 범위는 부모와 자녀의 소유분을 제외한 본인과 배우자 즉 부부 명의의 것으로만 국한했다. 또한 투기 목적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일반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복수로 2채 이상 보유한 경우도 살펴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지방의 아파트나 일반 주택을 소유한 경우는 제외시켰다. 업무를 위해 불가피하게 지방을 떠나 서울에 따로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를 감안한 까닭이다.
조사 결과 일부 인사들의 경우 자녀 명의로 등재된 아파트 등을 전세로 빌려주는 등 사실상 독립한 자녀들의 재산이 아님을 시사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지방에 여러 채의 아파트 및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서울과 수도권에 따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도 상당수 있어 이 모든 경우를 포함하면 다주택 보유자의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경호실
전체 행정부처 고위공직자에 비해 청와대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의 아파트 소유 비율은 다소 낮은 편이었다. 10명 중 7명꼴로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를 한 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블지역 아파트 소유자는 전체의 37.3%로 조사됐다(표 참조).
‘기타 일반’(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반 주택 소유자와 지방의 아파트 및 일반주택 소유자 및 무주택자 전체)이 비교적 높게(31.3%) 나온 이유는 특히 최근의 신규 임명자 가운데 지방 출신 인사들이 다수 있는 탓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방에 주택을 보유한 채 서울에 전세로 있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이백만 전 홍보수석과 정문수 경제보좌관 등이 버블 지역에 아파트 및 오피스텔 등을 각각 두 채씩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최근 비서관을 사퇴한 L 씨 역시 분당 아파트와 서초구 오피스텔 등을 소유했는데 은행 채무액만 무려 5억 5000만 원으로 신고돼 눈길을 끌었다.
◈일반 행정부처
일반 행정부처 장·차관급 및 1급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소유 실태는 자못 화려했다. 전체의 83.9%가 서울 및 수도권에 아파트를 한 채 이상 소유하고 있었고, 특히 10명 중 6명꼴로 ‘버블’ 지역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아파트 소유자(50명)가 ‘기타 일반 소유자’ (42명)를 앞섰다.
공무원의 특성상 과천 아파트 소유자가 많았던 점도 특이했다. 과천 지역 역시 아파트 상승세가 두드러진 곳이어서 이곳을 버블 지역에 포함시킨다면 비율은 훨씬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부처별로 차이도 두드러졌다. 재경부는 무려 92.9%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였고, 이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인 85.8%가 버블 지역 아파트 소유자였다. 대부분의 소속 고위공직자들이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분당 등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외교통상부도 이에 못지않았다. 91.4%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였고, 71.4%가 버블 지역이었다. 특히 28.6%가 강남 지역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주무부서 격인 건교부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 80%, 버블 지역 60%, 강남 지역 30%로 각각 나타났다. 행자부는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 90%, 버블 지역 70%, 강남 지역 30%였다. 반면 농림부는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가 40%에 그쳤다.
개인별로 특이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국방부의 L 씨는 분당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충남 계룡시에 소형 오피스텔을 5채나 분양받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각각 자녀 명의로 서울 광진과 서초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 가족이 신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모두 합쳐 8채가 되는 셈이다.
▲ 지난 8월 부동산 정책회의를 위해 입장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권오규 경제부총리. <일요신문>의 고위 공직자 아파트 보유 실태 조사 결과 재경부의 85.8%가 ‘버블지역’ 아파트를 보유, 일반 행정부처 중 가장 높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국무총리실 및 국무조정실 4처 10개 위원회와 민주평통 등 기타 부처 고위 공직자의 아파트 소유 실태도 일반 행정부처와 엇비슷했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가 81%였고, 버블 지역 소유자는 52.4%였다. 특히 아파트를 두 채 이상 소유한 경우가 25%로 높은 편이었다.
모 위원회의 H 씨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가 무려 네 채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 버블 지역인 강남과 송파에 각각 두 채씩 소유한 상태다.
◈감사원 등 특수부처
국정원과 감사원 금감원 국세청 공정위 등 7개 특수 부처와 군 고위 장성급 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고위공직자들이 서울과 수도권의 노른자 위 아파트에 몸담고 있었다.
감사원의 경우 전·현직 고위공직자의 93.3%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였고, 80%가 버블 지역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그중 강남 지역 아파트 소유자도 무려 33.3%에 달했다. 금감원도 역시 87.5%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였고, 버블지역 소유자가 68.8%, 강남 지역 소유자는 37.5%에 달했다. 특히 금감위의 현직 고위공직자 세 명 모두 강남과 송파 용산 등 버블 지역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경찰청 고위공직자들도 아파트 소유 비율이 높았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가 91.4%, 버블지역 소유자는 51.4%였다.
반면 군 장성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았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는 71.4%였고, 버블 지역 소유자도 42.9%로 나타났다. 일반 주택 소유자가 28.6%로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은 군 특성상 대전 등 지방 아파트 소유자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 아파트 보유 실태 {단위=명(%)}
전체 | 청와대 | 18부14청 | 총리실 4처 10위 | 감사원 등 특수부처 | |
전체 | 550 | 67 | 261 | 84 | 138 |
아파트 | 447(81.3) | 46(68.7) | 219(83.9) | 68(81.0) | 114(82.6) |
버블 | 303(55.1) | 25(37.3) | 155(59.4) | 44(52.4) | 79(57.3) |
강남 | 95(17.3) | 6(9.0) | 50(19.2) | 13(15.5) | 26(18.8) |
다량보유 | 168(30.6) | 13(19.4) | 79(30.3) | 28(33.3) | 48(34.8) |
두 채 | 101(18.4) | 7(10.5) | 46(17.6) | 20(23.8) | 28(20.3) |
세 채 이상 | 7(1.3) | 0(0) | 2(1.0) | 1(1.2) | 4(2.9) |
기타 일반 | 103(18.7) | 21(31.3) | 42(16.1) | 16(19.0) | 24(17.4) |
‘아파트’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아파트 한 채 이상 보유자를 의미.
‘버블’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와 양천구 목동, 평촌, 분당, 용인 등 8개 지역의 아파트 보유자를 의미.
‘강남’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 보유자를 의미.
‘다량보유’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한 이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또 다른 아파트 및 오피스텔 일반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두 채’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세 채 이상’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 세 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