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염동연 당선자가 주도하는 ‘열린정치모임’이 여당 내 최대 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헌재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는 염 당선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열린정치모임은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염동연 당선자를 비롯해 노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에 출마했을 때 보좌했던 인사들과 지난 대선에 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인사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일했거나 정부 관료 등을 역임한 인사들이 주 구성원이다.
이 모임 참석자 중 노무현 정부 각료 출신의 대표적인 인사로는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당선자가 있고, DJ 정부 시절 산자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내 경제통인 정덕구 당선자도 눈에 띈다. 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로는 인사비서관을 지낸 권선택 당선자와 정무비서관을 역임한 김현미 당선자가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비서실 정무2팀장을 지낸 홍미영 당선자, 선대위 출판문화진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윤호중 당선자, 당 여성국장을 지낸 유승희 당선자 등은 민주당 시절부터 노 대통령을 지지해온 당직자 출신 인사들. 그밖에 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국가발전전략분과 위원이며 얼마 전까지 정동영 전 의장 통일특보를 지낸 최성 당선자, 열린우리당 쟁책위 상임부의장 전병헌 당선자, 서울시의원 출신 김낙순 당선자 등이 대표적인 참여 인물들이다.
이 모임의 태동은 지난 4월26일~28일 2박3일간이 치러진 열린우리당 당선자 설악산 워크숍에서 이뤄졌다. 당시 참석한 당선자들 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그룹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 큰 모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는 것. 이 모임의 대변인격인 김낙순 당선자는 “정치세력이 아닌 순수한 ‘국정 운영 보좌’ 성격만을 띠기 위해 초선들을 주축으로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염동연 당선자다. 일부 언론에서 ‘왕특보’라는 수식어까지 붙일 정도로 노 대통령 핵심측근으로 각인된 염 당선자는 이미 당내 주요 인사를 총괄하는 정무위원장직에 내정된 상태이기도 하다. 설악산 워크숍 이후 지난 6일 첫 공식모임을 갖게끔 주도한 인물도 염 당선자였다. 지난 6일 있었던 모임에 대해 염 당선자는 “참여정부 출범 뒤 전직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출신 인사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초선의원들을 초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당선자는 53명이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당선자 전체워크숍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자리였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청와대 출신 한 당선자가 “친목 모임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무슨 집회를 하는 줄 알았다”고 밝힐 정도였다. 모임 대변인격인 김낙순 당선자는 “첫 모임 이후 몇 명의 당선자가 참석 의사를 밝혀와 현재 총 인원수는 6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초선 당선자 1백8명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인원수다.
이 모임은 노 대통령 집권 2기 국정 보좌를 위한 연구모임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자들의 수와 성향을 놓고 당내 일각에선 정치세력화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우리당 당선자 총회에서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것을 놓고 당내 일각에선 열린정치모임 소속 인사들이 대거 천 의원을 지지해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천정배-이해찬 원내대표 경선이 벌어지면서 언론사 기자들이 기존에 친분이 있던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취재를 해서 ‘접전 속 이해찬 우세’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나왔다”라며 “이번에 처음으로 당선된 초선 인사들의 ‘힘’을 간과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 천정배 원내대표 | ||
이에 대해 모임 대변인격인 김낙순 당선자는 “원내대표 경선에 우리가 집단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인상을 주기 싫어서 6일 모임 이후 일부러 모임을 갖지 않았다”면서 “정치세력화로 오해받기 싫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의원을 지지했던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일부 인사들은 열린정치모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모임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명도 없다. 시장경제주의자들이 대부분으로 당내 운동권 출신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김근태 의원측보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정동영 전 의장측에 가깝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모임 대변인격인 김낙순 당선자는 “‘실용주의 노선’이란 말은 정 전 의장 개인 차원에서가 아닌 당의장 차원의 발상에서 나온 말일 것”이라며 “어차피 제도권 안에 들어온 이상 이념 논쟁 대신 국정보좌와 국가 발전을 위한 논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모임의 다른 관계자도 “모임에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용주의 노선을 지지하는 것이지 정 전 의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오직 노 대통령의 국정보좌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당내 기존 대권 주자들과의 정치적 연대 가능성을 부인한 것.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열린정치모임 첫 공식모임과 같은 시간에 유시민 의원이 개혁당 출신 인사들 모임을 주최하는 등 벌써부터 열린정치모임을 경계하는 당내 인사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 일부 측근들조차 열린정치모임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서갑원 등 노 대통령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초선 당선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염 당선자가 주도하는 열린정치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서갑원 당선자측은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광재 당선자와 가까운 한 당내 인사는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조직화를 통해 대통령 국정보좌를 하겠다는 발상은 ‘정치인 이광재는 없고 오직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광재만 있을 뿐’이라는 이광재 당선자의 스탠스와 배치된다”고 입장을 대변했다.
이같은 안팎의 시각 때문인지 지난 6일 모임에 참석했던 한 청와대 출신 인사는 “이 모임을 정치세력으로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앞으로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인사는 “정치세력이 아닌 노 대통령 국정보좌를 위한 ‘친노 직할부대’라고 자칭하기엔 지금 구성원들로만은 무게감이나 대표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그러나 열린정치모임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제 모임이 막 시작된 걸음마 단계다. 앞으로 이광재 서갑원 당선자 같은 인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