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금실 전 법무장관 | ||
이에 대해 김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인세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가처분 신청까지 할 문제는 아닌데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가 미지급한 인세는 2000여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심심 씨 부부와 출판사 대표 김태경 씨의 인연은 강금실 전 장관으로부터 비롯됐다. 강 전 장관은 평소 전통무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88년 부산지법 판사로 있을 당시 손 씨에게 동래학춤 등 전통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손 씨의 소개로 두 사람은 진주 교방굿거리춤의 대가인 인간문화재 김수악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김수악 선생은 지난 2003년 7월 <일요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올림픽이 열릴 무렵 하루는 제자 중의 한 명인 부산의 손심심이 여자를 한 명 데리고 왔어. ‘선생님 명성은 TV를 통해서 봤다’며 ‘춤을 배우고 싶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라고. 그가 바로 강 장관이야. 배우고 싶다고 청하는데 내칠 이유가 있나. 그래서 가르쳐 줬지. 그런데 곧잘 배우더라고. 얼핏 따라하는 폼이 제법 익힌 솜씨였어. 물론 그땐 그 여자가 판사인지 뭔지도 몰랐지”라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손 씨는 지난 1월 31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강 전 장관은 우리 결혼식에도 참석했고 이후 자연스럽게 강 전 장관 부부와 우리 부부가 종종 술자리도 함께할 정도로 친해졌다”며 “우리 부부가 ‘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 말라’는 주제로 방송에서 강연을 하기 시작하면서 큰 반응을 얻게 되자 그 강연 내용을 토대로 책을 낼 계획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97년 김 씨가 운영하고 있던 ‘이론과 실천’ 출판사를 통해 <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 말라>는 전통문화서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씨는 계약 초기 1~2년 동안 김 씨를 상대로 안부 전화를 겸한 인세 독촉 전화를 자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김 씨는 비슷한 말을 반복하며 지금까지도 인세를 단 한 푼도 주지 않고 있다는 것.
▲ 손심심 김준호 씨 부부 | ||
손 씨는 “부부가 함께 학교 등 여러 곳으로 강연을 하러 다니다보니 독자라며 사인을 해달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며 “하지만 인세도 못 받고 있는 책을 볼 때마다 속이 상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인세를 못 준 것에 대해선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가처분 신청까지 낸 것은 의외다. 특히 (손 씨 측에서) ‘폐업신고를 하고도 영업을 한다, 계속해서 책을 찍어 팔고 있으면서 돈을 주지 않는다’고 의심하는 것은 황당하다. 우리 출판사는 폐업한 적도 없고 그런 식으로 책을 팔지도 않는다. 손 씨 부부는 나를 의심하면서 대화마저 거부했다. 몇 년 전에 책으로라도 변제하겠다고 정중하게 합의를 제안했을 때 손 씨 부부는 책 따로 돈 따로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고 그건 힘들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씨의 말로는 이들 부부의 책은 처음에는 잘나갔고 그래서 한 달 터울을 두고 두 번에 걸쳐 3만 권이 넘는 책을 발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곧바로 IMF 외환위기가 터져 당시 최대 규모의 도서도매상 등이 부도가 나면서 김 씨의 출판사도 연쇄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 김 씨는 이 때문에 인세를 지불하기가 어려워졌고 자신도 최근까지 여러모로 곤경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손 씨는 “그동안 내용 증명을 두어 차례 보냈고 답변지를 받긴 했다. 간곡한 어투로 꼼꼼히 작성하긴 했지만 냉정히 말해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있었다”면서 “출판 계약하고 3년이 지나면 통상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인세를 줄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 재계약을 하자고 먼저 나섰어야 한다. 김 씨는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몇 년 동안 전화 한 통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 김준호 손심심 부부의 책. | ||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사실은 책을 출판할 당시 발행인이 김 씨가 아니라 강 전 장관이었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강 전 장관이 단순한 중간 소개자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 셈.
이에 대해 김 씨는 “당시 내게 어려운 사정이 있어 아내였던 강 전 장관이 잠시 대표직을 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씨 역시 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번 소송으로 강 전 장관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전 남편인 김 씨의 사업 실패로 많은 빚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송 건 역시 그 연장선상의 하나로 보이는 게 사실. 기자는 김 씨에게 다소 예민한 부분일 수 있는 이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강 전 장관은 이 문제와 아무 연관이 없는 것인지, 강 전 장관의 빚은 함께 감당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이에 대한 김 씨의 대답은 다소 뜻밖이었다.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하던 태도와는 달리 다소 강한 불만이 섞여 나왔던 것. 그는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라 (강 전 장관과는)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빚 문제는 (알려진) 사실과는 차이가 있지만 부부 사이 문제를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또 내가 부채를 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사업을 해 나갈 사람인데 마치 무능력한 파산자처럼 알려진 데 대해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 사람 빚은 그 사람 문제다. 사실은 오히려 내가 받을 게 있는 것 같다”는 다소 모호한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기자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그는 “이제 회사에 어느 정도는 여유가 생겨 손 씨에게 줘야 할 인세는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곧 해결할 예정”이라며 말문을 닫았다.
장유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