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의 약혼남 신동욱 씨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소문에 대해 해명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러나 정작 신 씨 주변의 이야기보다 더 큰 사안은 한동안 잠잠하던 육영재단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점들이 신 씨의 등장 이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육영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던 관계자들도 박근령 씨와 신 씨의 약혼 발표 이후 이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신 씨의 ‘깜짝 등장’ 이후 육영재단 내·외부는 더욱 복잡한 모습이다.
#사실혼의 진상
박근령 이사장의 약혼남인 신동욱 씨는 이미 언론을 통해 2004년 전처와 이혼했으며 그 사이에 ‘1남 1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신 씨의 전처 A 씨는 주변인들에게 ‘이혼 이후에도 남편과 사실혼 관계였다’고 말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요신문>을 통해 보도돼 의문을 자아냈다.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A 씨가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바로 자녀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 사이의 ‘1녀’가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 16일에 태어났으며, 지난 2월 15일 뒤늦게 호적신고가 된 상황이라는 것이 A 씨의 억울함의 근거였다.
현재 신동욱 씨와 전처 A 씨가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한 ‘사실혼’에 관한 부분이다. A 씨의 주장에 대해 신동욱 씨는 지난 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이혼 이후에 현재의 분당 집에서 거주해왔을 뿐이다. 아이가 태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해 온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동욱 씨는 아이가 태어난 사실도 뒤늦게야 연락을 받고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까지 작은 방에서 생활하다가 집을 나와 오피스텔을 구해 머물러 왔다는 것. 신 씨는 “7월에 전처에게 ‘아이가 생겼는데 어떡할까’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리고 12월에 출산한 뒤에는 자기가 호적에 올리겠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A 씨가 하소연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아파트도 전처에게 주기로 이미 약속했고 이것으로 생활비, 양육비 등을 해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 씨는 이 내용이 기재된 각서까지 직접 보여주었다. 각서에는 부동산 중개인과 육영재단의 사무국장, 비서관이 ‘증명인’으로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A 씨의 한 주변인은 “근저당까지 묶여 있는 고작 17평짜리 아파트가 무슨 돈이 되겠느냐”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씨는 기자에게 또 다른 얘기를 하기도 했다. 전처가 자신보다 경제적 상황이 좋다는 것. 신 씨는 “전처 집안이 잘 사는 집이다. 또한 전처는 부산에 건물을 갖고 있기도 하다. 돈 문제라면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신 씨와 A 씨는 결혼 초반부터 그리 원만한 관계를 이어오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잦은 다툼을 했던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 씨 또한 “내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돈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얘기까지 하긴 뭐하지만 전처와 처갓집에서 하도 돈을 벌어오라고 해서 내가 택시기사 자격증까지 딴 사람”이라고 하소연했다. 신 씨는 2004년 7월에 딴 택시기사 자격증을 지갑에서 꺼내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신 씨는 “이혼한 이후에도 매달 20만 원씩 가져다주었고 세 달에 한 번 씩 교육비 80만 원을 주었다. 이밖에 인터넷사용료, 의료보험료도 내가 부담했다. 한 달에 부담한 돈이 60만~70만 원꼴은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혼사유’에 대한 부분도 양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A 씨는 “신 씨의 바람기 때문에 이혼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신 씨는 “전처의 상상력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최근까지 신 씨와 ‘동거관계’를 이어온 여성이라며 ‘K 교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신 씨의 입장을 물어보자 “사실무근이다. 그렇다면 동거녀와 결혼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 상황으로는 신 씨와 전처 A 씨 사이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심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감정상태가 가라앉기엔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양 측은 ‘상대방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공개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이와 같은 신 씨의 ‘개인사’에 대해 박근령 이사장은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신 씨는 이에 대해 “이사장님도 모든 걸 알고 계신다”고 밝혔다.
▲ 박근령 이사장(오른쪽)의 육영재단 운영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1년 10월 26일 부친 추도식. | ||
박근령 이사장과 신동욱 씨의 약혼 소식 이후 신동욱 씨의 ‘개인사’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매스컴을 장식해 왔던 육영재단 운영에 관한 문제다. 육영재단에 몸 담았던 관계자들이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재단 운영 부분에 문제점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 기자는 신동욱 씨 주변사와 육영재단에 관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여러 관계자들을 접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단 운영에 관해 깊숙이 관여했던 관계자 B 씨를 만날 수 있었다. B 씨는 지난 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재단 내부문제 중 ‘일부분’에 관해 털어놓았다. B 씨는 “나는 다만 육영재단이 바로서기를 바랄 뿐”이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 관계자는 육영재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사장의 경영능력 부족’과 ‘불법 운영’을 들었다. B 씨는 지난 수십 년간 재단의 운영상황이 순탄하지 않았다며 그 실례로 몇 가지 사건을 들었다. B 씨 및 다른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단에서 직원들을 채용하거나 해고하는 과정에 ‘명확한 기준’이 없이 이사장의 임의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만두게 된 해고자들이 노동부를 상대로 고발한 일도 수없이 많다는 것. 또한 B 씨는 “부장급 월급이 150만 원 선으로 기본적으로 봉급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런데 봉급체계가 제대로 잡혀져 있지 않고 이사장 마음대로 월급을 조정하는 경우도 많아 이사장 눈에 들면 수백만 원 이상씩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육영재단은 국토순례단 학생 성희롱 사건, 7차례 감사 거부, 이사장에 대한 반복되는 고발과 벌금, 그리고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이사장 취임 승인 취소 처분 문제, 157억 원의 부채 등 부실과 비리로 물의를 일으켜 왔다고 한다. 재단 측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부채 부분에 관해서도 “은행 빚은 하나도 없다.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해 생긴 부채만 남아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박근령 이사장은 자신이 채용한 간부 인사들의 비리로 인해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주로 지인들의 소개로 사람을 추천받아 만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모종의 흑심’을 품는 사람들의 접근이 많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에도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사칭하고 다니며 사업가들로부터 수억 원씩 투자 받은 사실이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은 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령 이사장과 결혼을 약속한 신동욱 씨는 이미 육영재단 내에 중요 직책을 맡아 일에 관여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신 씨가 재단 업무를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한 것은 2월 초부터라고 한다. 신 씨가 맡고 있는 직책은 ‘감사실장’으로 예산실장과 함께 재정업무를 총괄하며 행정전반에 관한 업무를 두루 맡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감사실장 자리는 신 씨 이전에는 공식적으로는 없던 자리라고 한다. 결국 신 씨가 편법으로 재단에 들어 왔다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다. 지난 7일 육영재단을 찾았을 때에도 곳곳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신 씨는 “오래된 건물이어서 낡고 허름한 곳을 모두 재정비하고 있다”며 주변을 둘러보며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주변 일각에서는 신 씨가 등장함으로써 과거 재단 일을 맡아온 사람들과의 알력이 수면하에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신 씨 등장에 대해 ‘정치적 야심’ 때문에 박근령 이사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신 씨가 자신의 영입에 반대해온 재단의 전 대변인 심 아무개 씨의 학교 출입을 저지하려다 부상을 입은 사건도 재단의 이런 사정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심 씨는 “신 씨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박 이사장에게 접근했다”고 주장하며 최근 수차례 두 사람과 지인들에게 결혼 반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갈등을 빚어왔다. 이와 관련 두사람은 심 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육영재단 측은 심 씨에 대해 해고 통지를 보냈었다.
한 관계자는 “공식직책에도 없는 감사실장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을 보면 앞으로 (신동욱 씨가) 이사장이라도 하려고 나설 것”이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반면 신 씨는 “나로 인해 재단이 혁신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 씨의 등장으로 인해 불거진 이와 같은 ‘육영재단 문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화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일부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박근령 이사장은 과거 육영재단 운영권 문제와 관련해 언니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알력을 빚은 적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가진 약점이라면 육영재단 운영문제와 최태민 목사 문제 이 두 가지”라고 정의내리기도 할 정도다. 과연 박 전 대표가 다시금 껄끄러워질 수 있는 박근령 이사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대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박 전 대표에겐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긴 듯싶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