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자유의 몸’ 속사정

집요한 법률투쟁 재심결정 받아내

말 그대로 우연일 뿐일까.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배후로 알려진 최병호 씨가 도피 4년 만에 국내로 압송된 직후 공교롭게도 또 다른 당사자인 이용호 씨는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난 사실을 <일요신문>이 단독으로 확인했다.

최근 삼애인더스 업무상 횡령 부분에 대한 재심을 받고 있던 이 씨에 대해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8부(허만 부장판사)가 지난 3월 15일 구속집행정지결정을 내린 것. 재판부 결정이 있은 당일 서울고검장 명의로 구속집행정지결정문이 이 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발송됐고, 다음날 오후 이 씨는 재판부 확인을 거친 뒤 구치소에서 출소했다.

특히 이 씨는 주거 제한 및 집행 정지 기간 없이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재심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상황이다. 재판부 관계자는 “주거 제한은 따로 받지 않고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재심 선고일까지”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용호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두 당사자인 최 씨와 이 씨를 함께 수사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씨의 변호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심에서 형량이 변경되거나 혹은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판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 무죄가 선고되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부득이 구속집행정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01년 9월 KEP전자와 삼애인더스, 인터피온 등 계열사의 전환사채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을 통해 25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구속기소 됐었다.

1년 후인 2002년 9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은 이 씨는 2003년 2월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1심보다 낮은 징역 6년 6월에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2003년 6월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징역 3년이 확정 판결됐으나 혐의 가운데 백지어음 횡령 부분은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 씨는 지난 2003년 11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확정판결(3년)을 포함, 징역 5년 6월에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다시 상고했다.

재상고심을 받는 사이 이 씨는 지난 2003년 5월부터 10월까지 변호사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옥중 경영’을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가 드러나 2004년 2월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2004년 6월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재판부는 또 다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과 공무집행 방해 항소 사건이 병합돼 결국 지난 2005년 8월 이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50만 원이 선고됐고, 이전에 대법원에서 확정된 형기 3년과 합쳐 총 6년 형이 확정됐다. 애초 1심 판결과 비교하면 재판을 거듭하면 할수록 형량이 줄어들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씨의 ‘법률 투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서울고법에 삼애인더스 업무상 횡령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상고심 과정에서 이 씨는 자신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증인이 위증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변호인을 통해 재심을 청구했고, 이에 재판부는 이 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1월 23일 재심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두 달 만에 그가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유재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