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금감원 국정감사에 증인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참석하지 않았던 노건평 씨의 빈 자리. | ||
하지만 ‘권력의 주변에는 항상 권력의 냄새를 맡는 승냥이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라고 했던가. 노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은 비교적 일찍 터져나왔다. 둘째형 건평 씨(65)가 집중 타깃이 되다시피 했다. 2003년 불거진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2004년에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의 처남인 민경찬 씨는 650억 펀드 모금 조성 의혹을 받아 국회에서 청문회까지 열렸다.
이외에도 사돈 배병렬 씨와 처남 권기문 씨, 조카 노지원 씨 등이 계속해서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일각에서는 “단지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본 경우도 많다”는 동정론도 있지만 여전히 의혹의 시선이 완전히 가시진 않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살아온 그들의 4년 전과 지금의 현주소를 비교해 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12월 19일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아들 건호 씨(33)였다. 전임 대통령들의 아들이 잇따라 사법처리되는 상황을 맞았던 터였기 때문.
당시 그는 LG전자에 갓 입사한 평사원이었다. 당선 직후인 12월 25일 건호 씨는 동문 후배인 배정민 씨(30)와 결혼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계속하다 지난해 6월 회사에 무급 휴직원을 내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는 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씨 역시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의 딸 정연 씨(31) 역시 현재 미국에 있다. 남편 곽상언 씨(36)가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던 중 2004년 11월 휴직하고 미국 유학(뉴욕대 로스쿨)을 떠났는데 여기에 따라간 것이다. 정연 씨는 주한 영국대사관에 근무하다가 2004년 8월 출산 후 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바깥사돈으로 배병렬 씨(61)가 있다. 며느리인 정민 씨의 부친이다. 사위 곽 씨의 경우 일찍 모친을 여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건호 씨 부부가 조용했던 것에 반해 사돈인 배 씨가 심심찮게 구설수에 휘말렸다.
그는 2003년 4월 경남 김해시 진례면 신월리 용전마을 진입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귀가하다 경찰관의 승용차를 들이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출동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한 사실이 3년이 흐른 지난해 2월 한 언론 보도에 의해 밝혀지면서 경찰청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언론 보도로 파문이 커지자 그는 지난해 4월 음주측정 거부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농협 자회사인 농협CA투자신탁운용(주)은 2003년 1월 28일 설립 당시 배 씨를 이 회사의 비상임감사로 임명, 특혜 시비가 일었다. 배 씨의 경력이라곤 경남 김해의 한 단위농협 전무 출신이 전부였기 때문. 노 대통령이 당선되고 배 씨가 대통령의 사돈이 된 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방 단위농협의 전무는 농협중앙회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별개의 독립법인일 뿐더러 그 직급 역시 농협중앙회의 과장급 정도라는 것. 하지만 이후 배 씨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진 것으로 나타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배 씨는 2005년 6월 23일 이 회사의 정식 이사 및 감사위위원회 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
3남2녀 가운데 막내인 노 대통령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는데 큰형 영현 씨는 73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들 3형제를 남겼는데 그중 차남이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태’에 휘말렸던 노지원 씨(43)다. 노 씨의 등장으로 한때 바다이야기 사태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으로 확산되는 듯했다.
▲ 노건평 씨. | ||
또 다른 형제들인 장남 창국 씨(46)와 삼남 진국 씨(36)는 비교적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둘째형이 바로 언론으로부터 끊임없는 의혹 제기에 시달렸던 건평 씨다. 건평 씨는 부인 민미영 씨(50)와 83년 세 번째 결혼을 했고 1남3녀를 두고 있다. 장녀 지연 씨(35)는 토목기사로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하던 중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연철호 씨(36)와 결혼했다. 연 씨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녀 현지 씨(31)는 2004년 6월 미국 유학을 가서 뉴욕시에 있는 맨해튼 음대 석사 과정에 있고, 삼녀 희정 씨(27)는 2003년 신라대 성악과를 자퇴한 뒤 미국 호주 등지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지난해에 다시 신라대 성악과에 재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정 씨는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있는 박세진 씨(34)와 결혼했다. 박 씨의 부친 집안은 신라대 재단을 설립하는 등 교육자 집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례를 섰던 정홍섭 신라대 총장은 지난 2월 대통령 직속의 장관급인 교육혁신위원장에 선임됐다.
건평 씨의 장남 상욱 씨(34)는 2005년 3월 결혼해 현재 김해에 살고 있다. 본지의 확인 결과 상욱 씨는 지난해 7월 정원토건의 감사로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실소유주가 사실상 건평 씨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봉하마을의 노 대통령 사저 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 이 회사 감사였던 건평 씨는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현재는 아무런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부인 민 씨는 여전히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민 씨의 남동생인 민경찬 씨와 민상철 씨도 자주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특히 민경찬 씨는 650억 원 펀드 모금 조성 의혹으로 국회 청문회까지 치르는 등 곤욕을 겪기도 했다.
노 대통령에게는 두 명의 누나가 있는데 모두 칠순을 넘은 고령이다. 매형들은 작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누나 명자 씨(77)의 자녀들은 지방에서 미술교사와 회사원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누나 영옥 씨(70)는 딸만 둘을 뒀는데 모두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려졌다. 다만 큰사위는 정재성 변호사(46)로 현재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로 있다. 법무법인 부산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산파역을 한 부산의 대표적인 로펌이다.
정 변호사는 특히 지난 2005년 ‘노 대통령에게 숨겨놓은 딸이 있다’는 주장을 한 한 아무개 씨를 건평 씨의 부인인 민 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때 민 씨의 법적 대리인으로 사실상 소송 사건을 전담했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오거돈 열린우리당 부산시장후보 캠프에서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1남3녀 중 차녀다. 노 대통령의 처형이 되는 창좌 씨(61)는 남편과 사별하고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아들은 교사로 일하고, 딸은 디자인 전공의 프랑스 유학파로 알려졌다.
처제 진애 씨(55)는 1남2녀를 뒀는데 장녀 이혜진 씨(29)는 2002년 대선 당시 부산 유세팀에서 이모부인 노 대통령을 도왔고, 당선 뒤에는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까지 입성했다. 한때 이를 두고 정실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유일한 처남인 권기문 씨(55)는 처가 쪽에서 가장 많이 구설수에 오르내린 인물이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 대통령의 후배이기도 한 권 씨는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초고속 승진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한나라당은 “권 씨가 노 대통령 취임 전인 2002년 우리은행의 한 지방 지점장에서 2006년 7월 현재 우리금융지주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며 대통령 처남에 대한 특혜 승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문 때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코윈 솔루션 연루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던 권기재 전 청와대 행정관과의 친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1남1녀를 뒀는데 현재 모두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