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찬(왼쪽)과 이명박 | ||
이 전 시장의 의원 시절 1년여 동안 비서관을 지냈던 김 씨는 지난 2월 중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겪은 96년 선거법 위반 사건의 진상, 재산 등 이 전 서울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 검증 공방에 불을 당겼던 장본인. 96년 15대 총선 직후 김 씨는 ‘이 전 시장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폭로 기자회견을 가진 얼마 뒤 다시 이를 번복함으로써 논란을 야기시킨 바 있다.
김 씨의 2월 회견 이후 그와 이 전 시장 측 사이엔 주장의 진위를 놓고 거센 공방이 오갔고 결국 양측 인사들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로 맞고소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 씨의 책이 출간되자 정가에는 또 한 차례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간 김 씨는 <이명박 리포트>의 출간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출간에 세인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김 씨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새로운 근거 등을 제시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이명박 리포트>에 대한 시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다시 대선주자 검증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재탕, 삼탕한 내용에 근거마저 희박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 씨가 책에서 소개한 일화들과 이 전 시장 측의 이야기가 상반된 경우도 많다. 9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대한 부분도 그런 예.
‘오래 전 절찬리에 방영된 홈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나타난 이명박 씨는 평생 박봉에 시달리며 살아온 샐러리맨들과 가난한 서민들에게 그야말로 우상이며 신화였다. 현대건설의 고속성장을 다룬 <야망의 세월>에 매료된 시청자들은 이명박 씨야말로 현대건설의 고속성장의 산증인으로 알았고, 현대건설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1990년대 초 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업무상 드라마를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드라마 방영 사실조차 몰랐다. 나와는 달리 정주영 회장은 평소 연속극을 즐겨 봐왔고 방송작가들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정 회장이 나를 찾았다.
“아마 KBS에서 현대와 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져 방영되고 있나 본데 방송국에서 더 많은 자료를 요청해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이 회장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만나면 자료를 많이 줘요.”
며칠 후 작가와 스태프들이 나를 찾아왔다.
“정주영 회장과 관련한 어떤 자료가 필요합니까?”
“우리는 정 회장의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는데요. 이 회장님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직접 만나뵙고 인터뷰도 하러 왔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 회장님과 현대가 아닙니까?”
“여기서는 재벌 총수를 드라마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고 전문 경영인인 이 회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입니다.”
“…나는 사절하겠습니다. 협조할 수 없어요. 현대를 일으킨 사람은 정 회장님이십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을 정 회장으로 바꿔주든지 아니면 다른 누구로 해도 상관이 없으니 나만은 빼주시오.”’(이명박 저서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 중에서)
또한 김 씨는 책 속에서 90년대 초 이 전 시장이 정주영 회장을 ‘배신’하고 신한국당에 입당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이렇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