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창동 S 주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직접 피해를 당했다’는 북창동 업소 종업원들은 <한겨레>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 당일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했는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 회장 측 경호원들에 의해 야산에 끌려가 폭행을 당했는가 하면 북창동 S 주점에선 정상영업이 어려울 정도로 큰 소란이 벌어졌으며 김 회장이 직접 폭행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북창동 업소 주변에선 사건 당일 ‘칼뿐만 아니라 더 험한 흉기도 등장했다’는 식의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야기가 이렇게 퍼져나가다 보니 누리꾼들 사이에선 ‘한화 조폭단, 김승연 보스’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다.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것은 지난 4월 24일의 일이다. 처음엔 ‘H 그룹 K 회장’으로 보도됐으나 불과 며칠 만에 한화그룹과 김 회장의 실명이 거론되고 관련자 진술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게 됐다.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3월 8일이다. 언론에 영문 이니셜로 언급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일파만파 번져나갈 정도의 파괴력 있는 사건이 어떻게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것일까.
보복 폭행을 당한 북창동 S 주점 종업원들은 이미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찰 신고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보복과 영업 불이익이 두려워 한화 측에 대한 행동을 포기했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S 주점 사장 또한 사태 조기 진화를 위해 종업원들을 달랬다고 한다. 그러나 야산에 끌려가 심한 폭행을 당해 통원치료까지 받았을 정도의 피해를 입고도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북창동 일대 업소와 주변의 인사들 사이에선 ‘북창동에 업소를 갖고 있을 정도면 어느 정도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인데 왜 그냥 당하기만 했을까’란 의문이 번져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이 경호원과 함께 동원했다는 외부 용역업체가 북창동 업소 하나 정도는 뒤집어엎을 수 있는 큰 세력일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항간에는 ‘김 회장 측을 따라나섰던 무리와 피해를 당한 북창동 업소 측 무리 사이에 S 주점 사태 이후 큰 갈등이 있었는데 이들이 김 회장과는 상관없는 별도의 행사에서 만나 오해를 풀었다’는 소문도 퍼져 있다.
▲ 지난 1월 3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그룹 CI 선포식에서 회사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번 ‘보복폭행’ 사건으로 한화는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연합뉴스 | ||
김 회장의 아들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회장이 그날 굳이 직접 나서야 했는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재벌그룹 회장으로서 폭력행위에 가담해 입소문을 탈 필요가 있었겠냐는 지적이다. 안 그래도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김 회장이 직접 현장에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도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결과론적 해석도 뒤를 따른다.
이와 관련해 일부 대기업 정보담당자들 사이에선 ‘북창동 S 주점 측의 초반 저항이 거셌을 가능성’이 나돌고 있다. 김 회장 측 인사들이 김 회장 아들을 폭행한 인사를 찾아 북창동 S 주점에 갔지만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세력이 만만치 않자 김 회장이 더 많은 경호원과 용역업체 직원들을 이끌고 직접 나서서 사태를 진두지휘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 재벌총수의 카리스마가 북창동 일대에 자리를 잡아온 S 주점 측을 일시에 굴복시켰다는 해석인 셈이다.
경찰의 소극적 대응 또한 이번 일이 두 달 가까이 알려지지 않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북창동 S 주점 직원들이 112를 통해 폭행사건을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현장 방문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얼마 후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남대문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한화 관련 사건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는 경찰 측이 브리핑 과정에서 시인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 전 청장은 올 초 한화그룹의 고문이 된 인물이다. 경찰 측은 최 전 청장을 통한 외압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 사건 초기에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경찰을 부담스럽게 만든 요인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청 내 김승연 회장의 경기고 동문인 고위직 인사가 있다는 점 또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