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논란이 되었던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태가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의 故 황유미, 故 이숙영 씨에 대한 산재 인정 항소심 판결을 상고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故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와 반올림 <사진=서동철기자>
[일요신문] “백혈병이 그 흔한 감기도 아닌데 두 명이 일하다 두 명 다 백혈병으로 죽었는데 이게 산재가 아니면 무엇이 산재입니까”
7년 동안 논란이 되었던 삼성반도체 백혈병은 산업재해로 확정되었다.
11일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항소심 판결(2011누23995)에 대한 상고기한까지 상고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故 이숙영 씨 등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근무여건과 백혈병의 직접적인 연관사유가 부족해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 2007년부터 이어왔다.
이에 황유미씨 부친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반올림이란 교섭단체를 만들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부실한 재해조사, 회사의 자료은폐와 왜곡, 산재신청자에 대한 회유, 근로복지공단의 거듭된 불승인 등을 제기하다 결국 지난 8월 21일 법원에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번에는 상고하지 않은 데에는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故 황유미, 故 이숙영 님에 대하여 산재인정 판결을 한데다 이미 7년을 이어온 문제를 대법원까지 가져갈 경우 제기될 사회적 비판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함께 소송을 제기했으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패소 판결을 받은 故 황민웅, 김은경, 송창호씨는 9월 4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내 딸이 백혈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2인 1조로 함께 일한 이숙영씨도 똑같이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은 산재가 아니라고 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이 거짓말할 기업이 아니라고 합니다”
7년 전 故 황유미씨의 부친이 외친 말 한마디에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권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올림 측은 “법원의 산재인정 확정은 당연한 결과이자 환영할 일이지만, 삼성과의 보상 및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며 “삼성이 변했다는 세간의 시선들이 있지만, 이제라도 삼성이 잘못을 인정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재보험제도는 아픈 노동자 스스로 병의 원인까지 증명해야 하는 문제점을 고치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노동권익에 준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