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설명처럼 국내에서 외국인과 만나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한국을 찾기 전이나 입국한 뒤 정보를 원하는 외국인들이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를 통해 내국인의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남을 약속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도 술집, 관광지,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헌팅으로 쉽게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로 만남이 이뤄지는 만큼 피해사례도 제각각이다. 관광 가이드를 빌미로 외국인에게 접근해 마음을 열게 한 다음 성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헌팅 등을 통해 술에 취하게 한 뒤 성폭행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7월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스페인 여성 A 씨(20)도 호기심에 술자리 합석에 응했다가 몹쓸 짓을 당했다.
A 씨는 함께 여행 중이던 친구 2명과 함께 서울 서교동에 있는 룸 형태의 술집을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휴가를 나온 육군 55사단 소속 채 아무개 일병(21)이 A 씨 일행에게 접근해 합석을 요청했다.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기고 싶었던 A 씨는 흔쾌히 수락했고 새벽 4시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 결국 A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고 채 일병의 손에 의해 옆방으로 끌려갔다. 밖에서 쉽게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채 일병은 A 씨의 옷을 강제로 벗긴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앞서 4월에는 미국인 영어교사를 상대로 집단 성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영어교사 B 씨(여·23)는 서울 서초동의 한 술집에서 “노래방에 같이 가자”며 접근한 이 아무개 씨(20) 등 6명의 헌팅에 별다른 의심 없이 따라나섰다. 노래방에서 거나하게 취한 B 씨는 제대로 일어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 씨 등은 그런 B 씨를 화장실로 데려가 집단 성폭행했다. 신고를 받은 서초경찰서는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이 씨 등을 전원 구속했는데 이에 주한 미국대사관이 “빠른 검거에 감사하다”며 감사장을 전달했다.
늦은 시간이라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던 C 양은 순순히 이 씨를 따라나섰다. 그런데 이 씨가 향한 곳은 숙소가 아닌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이 씨는 미리 소지한 흉기로 C 양을 위협해 성폭행하고 현금 60만 원 등 금품까지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의 추적 끝에 붙잡힌 이 씨는 2006년 울산에서 울고 있던 여고생(당시 19세)을 강가로 유인해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사실도 밝혀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성범죄 피해를 입고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데다 신고방법도 모르는 외국인들이 많은 것. 국내 상주 외국인들은 비자나 취업, 학업 등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아예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설령 신고를 했더라도 여행일정 등을 이유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알지 못한 채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본인 D 씨(여·29)는 “한국에 온 지 3년째인데 여러 번 헌팅을 당했다. 대부분 내가 일본인인 줄 알고 말을 걸어왔다. 다들 처음에는 친절했지만 술만 마시면 은근슬쩍 스킨십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화가 나서 따지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뭘 할 수 있겠냐며 오히려 당당하게 나온다. 문제가 생겨도 외국인이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성추행을 당하고도 도움을 못 받은 외국인 친구들도 있다. 일부 사람들 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나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게스트하우스에서 생긴 일 “포르노 찍는 외국인 커플 있더라”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들에겐 값싸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주택가까지 게스트하우스가 파고드는 추세다. 과거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와 명동 일대에만 분포하던 게스트하우스가 이제는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면 어디든 생겨나고 있는데 그중 홍대는 여행객들의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무허가 업소를 포함해 30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성업 중이다.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외국인들의 통행이 잦아지면서 범죄에 대한 불안감과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다. 게스트하우스의 특성상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오가는데 개중에는 고성방가, 노상방뇨,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말썽을 일으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허가 업소의 경우 일반 주택에 작은 간판만 달고 영업하는 곳이 많아 술에 취한 외국인이 집을 잘못 찾아드는 사례도 적지 않단다. 게스트하우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박 아무개 씨(여·46)는 “주말마다 술판이 벌어진다. 고기를 굽는 연기에 주변이 뿌옇게 될 지경이다. 술에 취하면 노래까지 불러대 잠을 못자기도 한다. 뭐라고 말을 하면 못 알아듣는 척하니 방법도 없다”, “길에서 진한 스킨십을 하는 것도 문제다. 한 외국인은 지방에서 일하는데 주말마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애인과 만나는 것 같았다. 키스 정도면 말을 안 하겠지만 포르노를 찍는 모습도 몇 번 봤다. 학생들이 많은 지역인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 리 없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각기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까닭에 여행객들끼리의 갈등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지난해 홍대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한바탕 난투극이 벌어졌다. 투숙객끼리 만든 술자리에서 이스라엘인과 한국인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면서 시작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진 것.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렸지만 오히려 5명이 뒤엉켜 난투극이 벌어졌고 결국 경찰이 출동하면서 사건은 마무리 됐다. 2011년에는 일본인 여행객이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를 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경찰 지구대 관계자는 “역사 문제, 인종차별, 성추행 등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접수되는 신고가 꽤 있다. 주인들이 신고를 꺼려해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사건도 많아 정확한 통계를 낼 순 없지만 성수기(여름)에는 한 달에 2~3번은 출동한다. 외국인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내국인 여행객과 외국인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를 둘러싼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회에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전체 게스트하우스 중 44%가 불법으로 운영하거나 신고 업종을 파악할 수 없는 곳이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최근 게스트하우스 공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허술한 규제와 낮은 진입 장벽을 틈타 안전문제, 변질 영업, 불공정 거래 등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 정비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
날뛰는 ‘외국인 바바리맨’ SNS로 알몸사진… ‘못잡겠다 꾀꼬리’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옷을 벗어젖히며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일명 ‘바바리맨’을 만난다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바바리맨의 정체가 외국인이라면 당혹감은 배가 된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들의 모습에 외국인 바바리맨은 쾌감을 느끼고 사라지는데 이후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외국인 신분 탓에 붙잡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앞서의 사례처럼 외국인 바바리맨은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외국이라는 자유로움에 취해 잠시 일탈을 즐기거나 술에 취해 인사불성상태로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것. 하지만 일반적인 바바리맨처럼 자신의 구역을 갖고 일정한 간격으로 나타나는 외국인 바바리맨도 있다. 대학교 인근에 거주했던 정 아무개 씨(여·28)는 중국인 바바리맨 때문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정 씨는 “겉으로는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별이 안 됐는데 한 번은 여학생의 비명을 들은 아저씨가 그 바바리맨을 추격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바바리맨이 중국말로 떠들며 도망갔는데 그 뒤로도 주기적으로 나타나 여자들을 괴롭혔다”며 “직접 본 건 한 번뿐이었지만 중국인 바바리맨이 자주 나타나는 골목에 들어서면 절로 신경이 곤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알고 보니 집 주변 지하방에 사는 중국인 유학생이라 더 깜짝 놀랐다. 경찰의 단속으로 모습을 감추긴 했지만 아직도 그 주변만 가면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바바리맨들에게 사이버 세상도 훌륭한 활동장소가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바바리맨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인데 미성년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사이버 바바리맨들의 범행은 일단 대상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SNS는 누구나 성별을 알 수 있게끔 되어 있어 여성임이 확인되면 자신의 성기가 노출된 알몸 사진이나 음란 메시지 등을 보내 바바리맨 활동을 시작한다. 낯선 외국인으로부터 음란물을 받아본 피해자들은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별다른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차단을 하더라도 곧 다른 계정을 만들어 괴롭히는데 신고를 해도 피의자가 해외에 거주하기에 국내 송환 등의 문제로 실제 처벌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외국인 바바리맨들은 보다 수위가 높은 음란물들을 전송하며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최근에는 번역기를 이용해 한글로 된 음란 메시지까지 보내는 사례도 적발돼 외국인 사이버 바바리맨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