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원 명예회장(왼쪽), 변양균 전 실장 | ||
이 와중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인물이 다름 아닌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62)이다. 그룹 계열사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는 수법으로 31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05년 3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던 김 명예회장은 올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아 단행된 특사에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최근 김 명예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변 전 실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검찰은 김 명예회장이 변 전 실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시기와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 주변에서 ‘사면이 이뤄진 올 2월을 전후로 3억 원대의 돈을 건넸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수억 원대의 돈을 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과연 김 명예회장은 언제 어떤 명목으로 변 전 실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건넨 것일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은 김 명예회장이 변 전 실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넨 시기다.
만약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특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지난 연말이나 올 초에 금품을 받았다면 김 명예회장의 특별사면 청탁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내던 지난해 6월 이전에 금품을 받은 것이라면 기업 활동 등 다른 명목의 청탁 때문일 개연성이 더 커진다.
우선 공적자금이 투입된 옛 쌍용그룹 계열사 처리과정에서 김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일부 회복하기 위해 지원 청탁을 하면서 변 전 실장에게 거액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김 명예회장이 레미콘 회사 등 쌍용양회 위장계열사 세 곳의 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 원대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양회의 대주주가 변 전 실장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김 명예회장이 지난 2월 특별사면을 전후로 변 전 실장에게 금품을 건넨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의 금품이 사면 청탁의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물론 청와대 측은 특별사면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청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김 명예회장이 특별사면과 관련해 변 전 실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건넨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번 사건의 불똥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계 여론을 수렴한 법무부 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하는 것이 바로 특별사면. 절차상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개입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이 경우 변 전 실장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에 따라 또 한 번의 거센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는 게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