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 한 월급에 툭 하면 야근. 상사는 늘 까칠한 것 같고 후배는 ‘뺀질뺀질’하고. 생각 같아선 확…. 그러나 막상 그만두려니 앞길은 막막하다. 이럴 때 문득 다른 직장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진다.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동병상련’을 나눌 수 있고 나보다 행복하다면 그 비법이 알고 싶다. 2007 대한민국 직장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자리에 모아 재구성해봤다.
출근전쟁이 시작되는 아침. 직장인들의 출근길은 어떨까.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오전 8~9시에 출근을 한다고 대답했다. 그 다음이 응답자의 21%가 답한 오전 7~8시. 집에서 회사까지의 이동시간은 응답자의 32%가 20~30분, 24%가 40~50분이라고 답했다. 퇴근시간은 오후 6~7시가 37%로 가장 많았고 오후 7~8시가 2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자가용이 44%, 지하철이 28%, 버스가 19%였다. 30분이 넘는 기나긴 출근길, 직장인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주로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청취하는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그들이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메일 확인이 5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차 마시기(13%)와 하루 일과 정리하기(12%) 순이었다.
오전 근무가 끝나면 벌써 점심시간이다. 뭘 먹을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김치찌개’를 식사 메뉴로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4%가 이와 같이 대답했다. 비빔밥은 13%, 된장찌개는 7%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메뉴를 고르는 기준은 ‘맛과 가격’을 최우선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고 회사와의 거리나 음식의 조리속도 등도 순위에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남자는 시사(33%), 여자는 회사 내 상사나 동료, 후배들의 ‘뒷담화’(24%)인 것으로 나타났다. ‘묵묵히 밥만 먹는다’라는 대답이 남녀 모두 2위를 차지했다.
보통 깨어있는 시간만 따질 때 집에서보단 직장에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때문에 직장 내에서의 스트레스는 어쩌면 가장 큰 고민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응답자 중 39%가 대답한 ‘상사·부하직원과의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 ‘업무성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상사와 부하로 조사대상을 나누어 실시한 설문조사가 있어 흥미롭다. 직장 상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4%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얄미운 부하직원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는 1위가 ‘개인플레이를 해서’(51%), 2위는 ‘선배의 실수를 꼬치꼬치 따져서’(20%), 3위는 ‘업무나 밥값을 덤터기 씌워서’(10%)가 차지했다.
상사들은 이런 부하직원을 어떻게 ‘처리’할까.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맡기거나 업무량을 늘린다’라는 대답이 27%로 가장 높았다. ‘인사를 안 받고 무시한다’는 대답이 23%, ‘공개적으로 잔소리를 한다’가 18%를 기록했다. ‘피의 보복’이 뒤따르는 셈이다.
상사들이 무서워하는 부하도 있다. 상사들은 ‘앞에서는 착한 척하지만 뒤에서는 뒷담화를 하는 부하’를 가장 무서워하는 것(26%)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분위기를 주도하는 부하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엘리트 부하들도 무섭다고 상사들은 답했다.
이와는 반대로 상사에게 ‘하극상’을 일으킨 직장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0%가 “상사에게 대든 경험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들이 상사에게 대든 이유로는 ‘내 의견이 맞는 것이 확실해서’가 46.8%로 가장 많았고 ‘상사가 자꾸 태클을 걸어서’ ‘상사가 무능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는 대답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싫은 상사가 어떤 유형이냐’고 묻는 질문에 부하직원들은 ‘화풀이하는 상사’를 가장 많이 꼽았다. 총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부하직원의 성과를 가로채는 상사’가 42%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부하직원으로서 가장 당황스러운 때를 묻는 질문엔 ‘고민해서 올린 기안이 퇴짜를 맞았을 때’가 40%, ‘퇴근 10분 전 일을 시킬 때’가 30%, ‘데이트 약속 있는데 회식하자고 할 때’가 20%를 기록했다.
화풀이하는 상사가 제일 싫기는 하지만 화가 난 상사에게 결재를 받아야 할 때가 있다. 부하직원들은 이 경우에 응답자 중 무려 71%가 결재 서류를 책상 위에 두고 오거나 이메일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때로는 말 한마디로 상사와 부하 간의 관계가 틀어질 때도 있다.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상사의 말로는 ‘그거 하나도 할 능력이 안 돼?’가 응답자 중 24%가 대답해 1위였고, ‘네가 하는 일이 뭐 있어’ ‘그 따위로 할 거면 때려치워’ 등이 순위 안에 들었다.
반면에 부하직원의 말로 인해 상사들이 회의감을 느낄 때도 있다. 상사들은 ‘그것도 모르십니까, 말이 안 통하네요’를 1위로 꼽았고, ‘제가 왜 이걸 해야 하죠?’ ‘요즘에는 그렇게 안 해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선·후배 간에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선배들이 많이 하는 거짓말로는 ‘내가 네 나이 때는 날아다녔어’가 1위였고 후배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몸이 아파 출근 못 하겠어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후배의 관계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신에게 인사권을 주면 당장 누구를 자르겠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들 중 40%가 직속상관을 회사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대답했다. 30%는 버릇없고 게으른 후임을 자른다고 대답했다. 직장인들이 상사나 부하에 대해 만족하기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결과다.
이처럼 껄끄러운 직장 내 선·후배 관계를 푸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직장인 중 27%는 굳이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73%는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들 중 49%가 ‘술자리’를 통해 관계를 푼다고 응답했다. 그 뒤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한다’, ‘업무적으로 도움을 준다’ 순이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