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나 흘렀지만 보험료 부과체계는 여전히 통합 당시의 복잡한 부과방식에서 별다른 진전 없이 현재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 국민이 단일체계의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같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험혜택의 기준은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보험료 부과기준만큼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급여가 기준인데 반해,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 가족수, 그리고 나이 등이 부과기준이 되고 있어 부과체계의 상이함과 복잡함으로 인해 가입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예컨대 직장가입자가 실직이나 퇴직이후 지역가입자로 바뀌는 경우 소득이 없거나 감소함에도 주택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보험료가 올라가는 불합리한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과 공정성 확보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되고, 동일한 보험집단에 있는 가입자는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부과체계는 4원화 되어 있으며, 가입자의 자격에 따라 7개의 부과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 정부도 이런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춘 방향으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보험료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소득파악률도 92.%까지 올라갔다.
더욱이 양도소득, 퇴직소득, 상속, 증여소득 등을 포함하면 소득파악률이 95%이상으로 높아져 소득 중심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 전환 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성숙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회보험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주요국가들(독일, 프랑스, 벨기에, 대만 등)은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부과대상 소득도 근로소득에서 모든 소득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와 제도가 가장 유사한 대만도 전국민건강보험 초기부터 소득중심의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부과체계 개혁을 통해 건강보험료 부과소득의 범위를 모든 소득으로 확대해 오고 있다.
주요 소득뿐만 아니라 원고료, 강의료 등의 부가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할 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 중인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이미 부과를 하고 있다. 즉 ‘같은 보험가입자에 대해 같은 보험료 부담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가입자의 실제 부담능력을 완벽하게 반영해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여 보험재정의 안정적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
이 사례는 우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함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소득기준으로 제도 개선을 함에 있어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의 부담 정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재산부분에 대한 보험료를 뺄 경우 국민들이 흔쾌히 납득할 것인지, 제시된 자영자들의 소득파악률 검증이 제대로 되었는지 등에 대한 검토를 하루빨리 마무리 한 후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과 소통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국가정책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국민은 동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공평하고 공정한 보험료 부과를 원하고 있다.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만들어 보험재정을 확보하고 선진국 수준의 보장성이 확보된 건강보험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현행 불공정한 보험료 부과체계는 과도한 보험료 민원을 유발하고, 생계형 체납자를 양산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불합리한 부과기준이 국민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잘못된 부과체계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국민을 생각하여 활발한 논의를 거쳐 하루속히 동일기준에 의한 보험료 부과체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강환세 경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