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고 무슨 일을 맡겨도 척척 해내는 능력 있는 부하. 회사에 있어 필요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상사의 입장에서 이들을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우등생으로서 지금까지 실수 없이 성공의 탄탄대로를 걸어오고 어느 정도 사회 경험도 쌓인 대리나 과장급 이상의 ‘엘리트 관리직 부하’의 경우 더욱 힘들다.
이들의 자신감은 때때로 조직 전체의 화합이나 팀워크에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살면서 큰 실패나 좌절을 겪은 적이 없는 경우 타인의 실수를 용납하거나 비판을 받아들이는 데 서툰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업무적인 면에서는 유능하지만 그만큼 자존심도 강한 엘리트 부하는 버리기엔 아깝고 데리고 있으면서 가르치자니 골치가 아프다. 이런 고민이 있다면 일본의 비즈니스 전문지 <프레지던트>에 실린 ‘하버드 매니지먼트 업데이트’의 ‘유능한 부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혼내는 비결’을 참고해보자.
혼내기 전에 충분한 준비
오만함과 파벌주의로 협동을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를 흐리는 엘리트 부하 직원이 있을 경우 어떻게 주의를 주는 것이 좋을까. 더구나 그가 고객 관리나 새로운 계약 성사 등의 업무적인 면에서는 매우 유능하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면 어떻게 하나.
이런 경우 부하 직원을 불러 주의를 주기 전에 상사의 주장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일주일 동안 그 부하 직원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면서 특히 그의 마이너스적인 행동을 주제별로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그 부하 직원이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부하 직원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신용’이라고 하자. 그 부하 직원을 불러 그의 행동이 본인의 신용에 얼마나 마이너스가 되고 있으며 또한 회사에 어떤 손해를 끼칠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유능한 부하 직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도 주의를 줄 수 있다.
메시지 반복해서 보강
엘리트 부하 직원의 경우 본인의 능력이나 방식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의 주의로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앞서 나온 경우처럼 한 번 주의를 줬다면 그것으로 끝내지 말고 다시 그 직원을 불러 그의 어떤 행동이 본인의 신용이나 평가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나타내는 자료를 건네주고 본인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리고 그 후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그 부하 직원과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해서 고쳐야할 부분이 눈에 띌 때마다 주의와 충고를 거듭하면서 거부감이나 반발을 느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조금씩 다듬어가는 것이 좋다.
객관·중립적인 표현을
부하 직원에게 주의를 줄 때도 상대방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맞는 화법을 구사하면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게 이야기의 핵심과 함께 그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정보만 제시한다.
반대로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이때 감정이나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부하 직원이 느낄 수도 있는 반발이나 모멸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파워 시그널’ 의식해야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에게 주의를 줄 경우 자신의 책상이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상사의 자리’ 즉 독립된 사무실이나 큰 책상, 부하 직원들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창가의 자리 등은 곧 상사의 권력과 우월감의 상징이다. 이곳으로 불러 주의를 준다면 유능하고 자존심이 강한 부하 직원의 경우 이것을 건설적인 비판이나 충고가 아니라 ‘파워 게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서로의 위치가 대등하다고 생각될 때 비로소 솔직한 의견 교환도 가능한 법이다. 휴게실의 작은 테이블이나 하나로 된 긴 벤치에 함께 앉아 편안하면서도 중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부하 직원이 긴장과 경계심을 풀고 마음을 열도록 유도하자.
기업 문화 확립은 필수
조직이나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자질이 필요한가”라는 기업 문화가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을 경우 부하 직원에게 건설적인 비판을 해도 단순한 꾸중으로 그칠 뿐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없다. 아무리 유능한 엘리트라도 회사의 지원과 상사의 올바른 지도가 없다면 큰 인재로 성장하기 어렵다. 또한 상사는 부하 직원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사원들에 대해 그에 맞는 대우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런 기업문화가 확립되었을 때 사원들도 비로소 자신의 밥그릇만 지키려는 편협하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