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대담’ 우발범행 납득 안돼
홈피에서 조 씨는 ‘내가 때때로 느끼는 이 기분은 뭘까’라고 자문하면서 ‘적개심’ ‘방어본능’ ‘목적달성에 대한 강력한 본능적 욕구’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또 조 씨는 스스로에 대해 ‘실체를 조종하는 자아인식형 다중인격’ ‘현실부재정신지체장애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표 교수는 “이번 사건을 우발·즉흥 범행으로 보기에는 조 씨가 범행과정 및 범행 후 도주과정에서 보인 치밀함이 석연찮다”며 “적어도 차량 절취부터 초병을 상대로 돌진한 것까지는 계획에 의해 행해진 행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표 교수는 조 씨의 언행이 범행 뒤 자기합리화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씨의 행동을 분석해보면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자수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형을 감경 받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납득시키고 스스로도 합리화시키는 데 온 정신이 집중돼 있다는 느낌을 풍긴다.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냄새를 풍기고 있으며 그에게서는 진정한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 계획범행이 아니었다면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했던 초병에게 다가가 ‘사고’를 운운하는 말을 건네고 방심한 틈을 타 잔혹하게 살해하는 짓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표 교수는 “조 씨의 범행은 초범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치밀하고 대담했다”며 “이 사건 전에 이미 다른 범행을 저지르고 그것의 성공으로 인해 자신감이 형성된 상태에서 총기강탈·살인이라는 엄청난 범행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경찰대 박현호 교수는 “조사결과와 진술만으로 단정짓는 건 위험하지만 조 씨는 현실과 판타지를 구별하지 못한 인물이거나 모방범죄 심리를 갖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범행 후 조 씨가 보인 행동과 관련, 박 교수는 “보통 사람 같으면 범행 후 죄책감을 느끼고 두려움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조 씨는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지만 치밀한 범행수법이나 교란기술, 사람을 죽인 후에도 미니홈피에 접속하고 과감한 도피행각을 벌이는 등 일상생활을 버젓이 했다는 것으로 볼 때 그에 상응하는 위험인물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조 씨의 범행을 정신병력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조 씨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정신적 스트레스, 내적 갈등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 한별정신병원 서동우 박사는 “일단 조 씨가 우울증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그는 평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뭔가가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느꼈던 인물로 보인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뜬금없이 5·18이나 경찰 처우문제 등을 거론한 것은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 조 씨가 쓴 편지만으로 판단컨대 그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갈등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정신분열증세나 과대망상증세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몇 가지 단면들을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정신감정이 요구된다”고 신중한 의견을 밝혔다.
서 박사는 “조 씨는 분명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계속 치료를 받았더라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더없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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