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청년… 술값도 곧잘 내
조 씨가 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주택가의 주민들은 경악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세대 가구가 밀집해 있는 작은 동네였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그를 몰랐다. 일부 주민들은 조 씨에 대해 오가다 한 번씩 얼굴을 마주친 정도로만 기억했다. 평소 조 씨는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니었고 어떤 사고를 저지른 적도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특히 조 씨가 세 들어 살던 집의 주인은 물론 그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동네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조 씨를 ‘싹싹하고 친절한 청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조 씨의 집 근처에서 만난 그의 친구 A 씨는 “정말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A 씨에 따르면 조 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온순한 성격으로 그런 끔찍하고 과감한 범행을 저지를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
흥미로운 사실은 A 씨는 조 씨가 ‘진짜 해병대’ 출신인 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 씨는 해병대 출신인 A 씨에게 자신이 ‘해병대 73×기’라고 수시로 말해왔으며 두 사람은 그걸 계기로 더욱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A 씨는 조 씨가 왜 자신에게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조 씨의 거짓말은 해병대 출신인 A 씨조차 눈치 채지 못했을 만큼 치밀했던 셈이다.
A 씨는 조 씨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면서 “아마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접한 조 씨는 어떤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사회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을 토로한 적도 없는 ‘평범하고 조용한’ 청년이었다는 것이다.
‘금전적 문제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A 씨는 “분명히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조 씨는 술값도 곧잘 내곤했다고 한다. A 씨는 “같이 술을 마실 때면 해병대 출신이라는 공감대를 내세워 ‘선임’ ‘후임’ 하며 어울렸다. 내가 한참 윗 기수였지만 조 씨는 공짜술을 얻어먹은 적이 없었다. 1차를 조 씨가 사고 내가 2차를 사는 식이었으니까. 내가 겪어본 바로는 절대 악한 기질이 있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가족들에게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조 씨가 이런 엄청난 범행을 저지른 것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조 씨 자신이 암시한 대로 그가 ‘다중인격자’이기 때문에 빚어진 일일까. 아니면 조 씨가 철저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속여왔던 걸까.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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