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화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위기가 닥쳐와도 그것에 둔감한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 개편을 추진하려고 하는 경우, 반대세력은 “평소부터 이미 가능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는데 굳이 거창하게 프로젝트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평소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정도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새로운 해결책으로 인해 바뀌게 될 조직의 모습이나 업무 내용,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 방법을 잘 사용한 사람으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있다. 그의 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반대세력을 압도하던 그의 개혁에 대한 흔들림 없는 확고한 태도는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2] 변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염려한다
여기에서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것은 변화로 인해 자신의 업무가 더 늘어난다거나 혹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등의 걱정이다.
이런 반대세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정말로 불안하거나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그 주장이 타당한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많은 영업부서에 여성 사원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그 부서의 리더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고 하자. 영업직은 잦은 외근과 접대 등으로 매일 밤늦게 미팅을 해야 하는데 매일 야근을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실 속마음은 아침에 미팅을 해도 되지만 여성 한두 명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는 정말로 밤에 미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혹은 매일 미팅이 필요한지 기존 남성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한 분야에서 오래 몸담은 사람일수록 습관의 포로가 되어 예전의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직접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려주거나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3] 변화를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표면적으로는 변화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꿰뚫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은 정말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불안함의 표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우선 사과하고 달래는 것이 상책이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표현은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 일단 사과를 한 후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해 정중하게 조언이나 의견을 묻는다면 상대방도 화가 풀려 변화의 필요성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은 과거에 실패나 좌절의 쓴 맛을 본 경험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서 잘 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일단 상대방의 불평이나 의심을 참을성 있게 받아줘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실패 요인과 새로운 변화의 내용을 비교하여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또한 상대방이 과거에 실패를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을지’에 대해 조언이나 협력을 구하는 것도 내편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5] 이 변화는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치관을 들어 반대하는 사람은 변화의 필요성과 그 내용 자체에 회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장 설득하기 곤란하다. 예를 들어 본래 기술과 품질을 중시해온 회사가 시대에 흐름에 따라 서비스나 광고 중심의 마케팅에 대해 “대대로 이어온 회사의 장인정신을 버리고 장사꾼으로 전락했다”고 반발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오히려 반대세력의 기술이나 방식에 대한 고집을 더욱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 반대세력이 그토록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파고들어가 문제의 본질을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고객의 만족이라는 공통의 결론이 나온다면 품질과 함께 더 나은 서비스로 많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합의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여전히 많은 사원들이 변화를 거부하고 기술과 품질 향상을 고집한다면 애초에 결정한 변화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확고한 가치관과 신념은 사람을 움직이는 강한 동기를 유발한다. 따라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조직은 그만큼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강한 팀워크를 버리고 단지 눈앞의 유행만을 쫓는 변화는 발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6] 변화를 추진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
마지막은 “그냥 싫어서”라는, 막연한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 서로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끈기 있게 대화를 하거나 혹은 제삼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건 자신의 어떤 점이 반대세력의 불신을 사게 된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혹시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았는지, 중요한 정보를 혼자만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한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끈기 있게 대화로 풀어나가기로 했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제삼자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면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이 악역이 돼도 상관없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변화를 위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다소의 희생이나 반발은 감수하더라도 밀고 나갈 의지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원한다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 전에 일단 반대세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반대세력의 리스트를 만들어 각 개인이 어느 정도 반대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 것인지, 그들이 새로운 변화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될지 등에 대해 미리 대처방법을 강구해놓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변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반대세력을 적대시하거나 강압적으로 억누르지 않고 모두 포용하고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