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학원 사찰 전담반(이하 학원팀)의 실체는 무엇일까. 경찰청에서도 학원팀의 ‘태동’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박정희 정권 때부터 정부 기관에 의해 운영돼 왔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공공연하게 학교 내에 상주하고 있던 학원 사찰반이 외부로 옮겨진 것은 84년 전두환 정권 시절 ‘학원자율화’ 조치 이후부터였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학원팀은 각 대학 관할서 정보팀 내에 있는 ‘학원전담반’과 대학 근처 지구대나 별도의 공간에서 근무를 하는 ‘대학가 현장관리팀’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규모 시위 때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대학들은 이들을 단독으로 관리하는 학원팀이 각 대학 관할서와 지구대 인근에 따로 있었고 학교가 서로 몰려있거나 경찰 인력이 적은 지방의 경우는 3~4개의 대학을 한데 묶어 한 개의 학원팀이 관리해왔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학원팀이 있었던 곳은 전국을 합쳐 13군데다.
경찰청에서 밝힌 학원팀의 임무는 학내 정보수집활동과 사회문제점 발굴, 집회상황 관리 등등이었다. 쉽게 말해 대학교 내부의 운동권 동향을 암암리에 파헤치는 ‘학원사찰’을 주업으로 삼고 있었다는 것. 음지에서 움직여야 하는 정보수집 활동과 보안을 요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학원팀 관계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한 역할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이들이 ‘프락치’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학원팀의 일원으로 직접 사찰활동에 참여했던 한 인사의 고백은 그 실상을 잘 나타내준다.
2000년 초반까지 전라도 한 지역의 학원팀에서 근무했었다는 J 씨는 당시 학원팀에서 대학 내의 정보 수집을 위해 ‘프락치’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98년 전라도 지역에서 몇몇 대학교를 묶어 담당하는 학원팀에 근무했다는 J 씨는 “상주까지는 아니고 한총련과 남총련 등의 학생운동이 활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시위 움직임을 파악하고 수배된 운동권 간부들의 동향을 캐는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J 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시절에 같은 부서의 형사가 학생들에게 납치됐던 일화도 언급했다. 90년대 말 사복을 입고 대학생처럼 꾸며 학교에 잠입했던 정보과 형사 2명이 옷 사이로 무전기가 노출되는 바람에 신분을 들켜 한총련 학생들에게 ‘피랍’되고 말았다는 것.
이후 한총련에서는 ‘인질교환’을 내걸고 경찰과 협상을 했다고 한다. 구속된 한총련 소속 운동권 학생과 붙잡은 프락치를 교환하자고 요구한 것이었다. J 씨의 언급을 보면 적어도 90년대 후반까지 이들 학원팀이 ‘적극적인’ 학원 사찰을 해왔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그는 “당시 보안수사대에서 운동권 학생들을 관리하고 남총련 간부급들을 잡아오게 만든 것도 모두 학원팀의 ‘정보수집’에 의해서였다”며 “시위가 많이 줄어들면서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이들의 활동은 내가 그곳을 나오기 전(2001년경)까지 여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대학교를 관리하는 학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K 씨는 J 씨와 상당히 다른 주장을 했다. 자신이 근무하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이후 자신의 부서에서 ‘프락치 활동’을 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 그는 84년 전두환 정권에서 단행한 ‘학원자율화’ 이후 프락치 활동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고 말했다.
대신 자신의 학원팀은 운동권 학생들과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학생회 간부들이나 교수, 이런 사람들과 만나서 소주를 나누며 정보를 얻고 한 것이지 학교에 상주를 한다느니 프락치 활동을 한다느니 그런 것은 없었다. 나도 ‘예전에는 이랬다’고 들어본 정도의 얘기”라며 “지금은 대자보를 붙이고 ‘찌라시(전단지)’를 뿌리는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이나 공고 등을 통해 시위 사실을 공개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K 씨의 말에 따르면 학원팀은 역할과 규모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축소됐다고 한다. 그는 “노태우 정권이 군사정권이든 어쨌든 간에 직선제에 의해 뽑혀진 정권이어서 전두환 군사독재시절과는 달리 과열 시위는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학원담당의 규모도 축소되기 시작했다”며 “김영삼 정부 이후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청에서는 아직까지 학원팀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학원팀을 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 씨 역시 “경찰법에도 치안 정보 수집의 임무가 있지 않느냐. 우리의 역할은 없어질 수가 없다”며 앞으로도 국가적 차원에서의 학원사찰은 계속될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K 씨는 여전히 건재한 학원팀들의 최대 ‘현안’에 대해 넌지시 말해주기도 했는데 다름 아닌 ‘광우병 시위’와 관련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는 “중고생이 촛불시위에 많이 나가면 왜 많이 가는지, 대학생이 촛불시위에 참석하려는 움직임은 없는지 치안 차원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사회적인 이슈로 문제가 생겼으면 학생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동향을 파악하는 것,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는 사라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