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2장에 난리친 ‘보수세력’ 어디로…
발단은 지난 5월 감사원이 발표한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 실태’에 관한 보고서였다. 감사원은 친환경급식 정책에 따른 급식재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했고, 서울시와 경기도 모두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를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막판 주요 이슈로 다루면서 관심이 쏠렸다. 선거가 끝나고 검찰은 배송업체 선정 과정에서 3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전직 센터장 등 4명을 구속 기소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이 진보 진영의 돈벌이로 이용되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를 상대로 ‘농약급식’ 특검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에 관한 감사원 지적 사항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7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방계약법상 2000만 원 이상의 경우 입찰을 붙여야 함에도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결재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추진지침’만으로 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경기친환경)에 특혜를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경기친환경의 2013년도 매출은 927억 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경기친환경이 학교에 공급한 재료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던 사실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사실 당시 감사원이 적발한 경기도 잔류농약 검출 규모는 서울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경기친환경이 친환경농산물 인증 취소 기준 이상 농약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납품받아 학교에 공급한 규모는 백오이와 시금치, 애호박 등 16개 품목의 13만㎏, 4억 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김문수 전 지사는 임기 두 달을 남기고 감사원으로부터 직접적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반면 서울시에서 문제가 된 것은 감사원 보고서에 각주로 처리된, “감사기간 중 감사원에서 잔류농약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123건 중 2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농약이 포함되어 있었음”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선거 때 “아이들 식탁에 농약급식이 올랐다”고 집중 공세의 근거가 된 대목이기도 하다.
당시 박원순 캠프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감사원이 언급한 2건은 ‘친환경깻잎 2장’에 불과하다”고 항변한 바 있다. 감사원 자체 검사 당시 친환경깻잎 2장에서 나온 농약 검출량은 0.009㎍/㎏, 이는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추진한 서울교육청의 GAP(우수농산물) 인증 깻잎의 잔류농약 검출 기준(0.5㎍/㎏)에 비하면 56배가량 낮은 수준이다. 감사원 역시 극비 미미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서울시에 별도로 통보하지도 않았다.
논란이 거듭되자 경기도는 내년부터 위탁운영에서 공모를 통해 업체를 선정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도내 70% 독점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경기친환경과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방계약법 위반에 관해서도 ‘공모로 선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자체 조례를 근거로 위법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선거 이슈에 끌려간 경기친환경 측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경기친환경 관계자는 “전임 대표의 잘못으로 6개월 이상 곤욕을 치렀다. 당시 경영진들도 대부분 퇴출됐다. 친환경급식은 정치적으로 얽혀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며 “경기도는 서울시처럼 의무적으로 친환경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일종의 선택제다. 경기친환경은 그간 적당한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도내 친환경농가와 도청의 필요에 따라 세워진 것이다. 매출도 1000억 원대라고 하지만 조합의 수수료는 매출액의 1.85%(18억 5000만 원)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기친환경은 법인에 손해를 끼친 전임 대표와 전임 대표로부터 특혜를 받은 A 실장에 관한 검찰 고발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은 상태다. 두 사람은 과거 농림부 산하 기관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다. 감사원은 보고서 발간 당시 이들에 대한 수사를 수원지검에 의뢰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해당 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라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계획은 함구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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