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설로만 전해지던 최음제가 최근 대량으로 불법유통되기 시작했지만 효능은 ‘흥분제’라기보다 ‘독약’에 가깝다는 것이 의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제공=heymannews.com | ||
여자가 발정난다?
최음제가 남성들에게 주는 매력은 묘하면서도 명확하다. 최음제를 여성에게 먹이기만 하면 그간 ‘내숭을 떨던’ 여자들이 먼저 성욕에 불타 남성과의 섹스를 원한다는 것. 남성의 입장에서는 힘들게 상대 여성을 유혹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여성이 먼저 욕구를 채우려 한다는 일종의 ‘판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남성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최음제를 구매하고 이를 통해서 여성과의 잠자리를 유도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상은 그간 극히 일부 계층의 남성들 사이에서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사건을 통해 그 실태가 드러난 적도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잠했다. 더구나 일반인들이 실제로 최음제를 구입하는 경우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음제가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했고 일반인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최음제가 유통, 거래되는 국내의 인터넷 사이트는 총 10여 개 정도. 하지만 이외에 개인적으로 판매하거나 제조 과정에서 유출되는 최음제의 양과 판매자의 숫자까지 더하면 생각보다는 훨씬 많은 양이 유통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 특히 인터넷 사이트의 홍보 문구는 남성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일단 여성에게 먹인 후 10분만 기다리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제 당신은 행복한 섹스만 기다리면 된다’ ‘발정난 고양이보다 더 도발적인 행동으로 당신에게 덤빌 것이다’ ‘지금 앞에 있는 그 여자와 섹스하기 위한 스피드 작업용 최음제’ ‘모텔 직행률 99%’.
이러한 류의 홍보문구는 아직 성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여성과의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자신의 섹스가 여성에게 거부당해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최음제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것.
특히 이들 불법 최음제 판매 사이트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까다로운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검증을 받았다’고 홍보하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해주는 자료도 제시하지 않는 경우도 대부분이고, 또 실제로 ‘과연 FDA가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최음제를 허가했을까’하는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 또한 이들은 나름대로 의학적인 지식을 들먹여 가며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먹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그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된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최음제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일종의 ‘성공비법’이라는 식으로 미화해 남성들을 혹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몰래 술에 타는 방법’ ‘알약을 어떻게 먹여야 하나’ ‘크림을 바르는 정확한 시기를 계산하기’ 등의 글이 올라와 있는가 하면 ‘이제까지 순진하기만 했던 그녀가 갑자기 숨소리까지 달라지면서 옷을 하나 하나 벗기 시작했다’ 혹은 ‘섹스란 것은 전혀 모를 것 같던 그녀였지만 한번 최음제를 먹은 후에는 밤새도록 나를 괴롭혔다’는 등의 마치 삼류 야설과 같은 내용으로 남성들을 유혹하는 글도 있다.
초보자들의 경우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것. 특히 나이트 클럽에서 원나이트 스탠드를 하고자 하는 남성들도 이런 최음제에 상당수 의존하기도 한다는 것. 강남의 한 나이트 클럽 웨이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이트에 오는 99%의 남성들이 원나이트를 원하지만 실제 그렇게 많은 남성들이 원나이트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거꾸로 생각해서 그녀들이 윤락녀들도 아닌데 마음에 들지도 않는 남성들과 잠자리를 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일부 남성들은 최음제에라도 의존해서 원나이트를 하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살짝 술에 타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이용법’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남성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웨이터에게 최음제를 부탁하는 남성까지 있을 정도다.”
최근 일부 웹사이트에서는 최음제가 ‘불법이 아니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 비록 도덕적인 면에서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업자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은 당연히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법상으로 최음제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는 것. 그러나 관세청의 통관 대상에서는 엄격하게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불법에 준하는 법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남성들이 믿는 것 만큼 최음제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말처럼 ‘여성을 발정난 고양이처럼’ 만든다기보다는 그저 잠이 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니까 실제로는 강력 수면제 혹은 환각성분이 들어있는 마약류의 일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진짜 최음의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중추신경을 자극해 성적 쾌감을 높여주는 성분을 첨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니까 성관계를 맺을 때 흥분을 더욱 높여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여자가 ‘타는 목마름으로’ 섹스를 갈망하는 건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실제 최음제는 ‘남성이 상상하고 있는’ 그런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업자들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정난 여자 고양이’와 같은 허상을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다.
최음제는 이처럼 부풀려진 측면이 많아 ‘최음’ 그 자체로만 본다면 별 효과가 없지만 문제가 되는 건 이것이 성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성분 자체가 강력 수면제일 수 있는 만큼 여성을 잠들게 한 후 성폭행을 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난 몇몇 성폭행 및 금품 강탈 사건이 모두 강력 수면제에 가까운 이 같은 최음제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를 다량으로 투여할 경우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주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침 흘리기와 중추 신경의 마비, 호흡장애 등인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의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최음제는 ‘흥분제’가 아니라 ‘독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음제의 환각작용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 심지어 어떤 최음제는 마약 투약과 맞먹는 효과까지 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것들은 강력한 중독을 일으키며 멀쩡한 사람을 순식간에 중독자로 변하게 하기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 사이트의 환각제 광고 문구를 살펴보자.
‘특히 ‘○○○○’의 경우 음식에 섞어 먹거나 음료수에 타 먹습니다. 그냥 먹어도 가능하지만 강한 마약 LSD와 같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므로 과량 섭취를 금합니다. 환각효과는 6∼8시간입니다.’
강력한 환각작용은 마약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이트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엄연한 불법 마약의 일종을 최음제로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현행법상 이러한 환각작용이 있는 최음제를 규제할 방법은 별로 없다.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판매할 경우에는 분명히 불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를 구입해서 복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음제에 대한 수요는 생기기 마련이고 결국 공급이 아무리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수요가 있는 이상 그 공급이 끊임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계 당국에서의 적극적인 단속 노력은 물론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수요까지 차단하는 제도적인 개선도 요구되는 대목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