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병진 씨가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업계 1위 업체에서 손을 떼게 되자 주 씨 개인과 연관된 갖가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 ||
잘 알려진 대로 주 씨는 연예인으로 한창 잘나가던 지난 1991년 갑작스레 연예계 생활을 접고 ‘좋은사람들’이란 언더웨어 회사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처럼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은 사업체인 ‘좋은사람들’의 경영에서 주 씨가 전격적으로 손을 떼자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좋은사람들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스트스타어패럴’은 지난 5월 30일 설립된 회사로 그 실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매각 내막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어 갔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주 씨가 무슨 이유로 경영권과 지분을 넘기게 됐는지에 대해선 추측만 나돌 뿐 진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사 측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하고 있고 당사자들도 연락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최근 주 씨가 좋은사람들의 경영권을 매각한 진실을 추적했다.
주병진 씨가 가지고 있던 ‘좋은사람들’ 주식과 경영권이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사들인 ‘이스트스타어패럴’이란 회사에 증권가 출입기자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도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270억 원이란 돈을 투자해 언더웨어업계 리딩업체를 인수했는지 회사의 실체를 밝히는데 취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기대(?)와 달리 이 회사는 지난 5월 30일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세워진 회사였다. 고작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회사가 계약금 108억 원을 선뜻 지불하고 45일 뒤에 잔금까지 치르겠다는 계약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갔다. 또 다른 ‘전주’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이 회사의 등기상 임원은 대표이사 홍 아무개 씨와 등기이사 김 아무개 전 CJ투자증권 부사장과 조 아무개 전 화인FC 대표이사다. 대표이사로 있는 홍 아무개 씨가 삼성테스코 출신이란 점에서 홈플러스가 인수한 것이란 소문도 있었다. 이사 중 한 명이 김 아무개 CJ 투자증권 전 부사장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CJ가 뒤에서 돈을 댔다는 소문이 증권가 정보지에 나돌았다.
이름이 거론되는 기업에서는 모두 이 사실을 부인했다. 실제로 김 전 부사장은 CJ를 퇴사한 지 5년이 넘었으며 홍 씨도 작년 10월 삼성테스코를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루머가 난무하면서 증권기자들이 이스트스타어패럴 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자는 지난 10일 이스트스타어패럴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등본상의 주소로 찾아갔다. 양재역 인근의 주소지로 가보니 놀랍게도 이 건물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6층짜리 건물에는 단 하나의 업체도 입주해있지 않았다. 관리인의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이 건물의 관리인은 “이스트스타어패럴이란 회사는 입주해 있지 않고 간간이 우편물만 날아오고 있으며 우편물은 일주일에 한 번 회사 관계자라는 사람이 와서 회수해간다”고 말했다.
할 수 없이 방향을 틀었다. ‘이스트 스타’라는 영어단어에 주목해 대표이사인 홍 아무개 씨 대신 김 아무개 이사(전 CJ투자증권 부사장)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김 이사가 이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이사는 이스트스타어패럴 외에도 K 유전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기업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J 씨도 공동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언론과 접촉한 것은 처음이라는 김 이사는 “7월 중으로 유전개발회사를 접을 것이며 잔금이 치러지면 그 쪽(좋은사람들)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이번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주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자신이 작년에 ‘트라이’를 인수하려고 했으며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좋은사람들을 인수한 과정에 대해선 삼성증권 쪽에서 중개해 인수자를 찾던 중 마침 삼성증권 출신인 자신과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오는 23일 주총 때 주병진 씨의 누나를 비롯해 임원진을 전면 교체할 계획이며 그때 기업경영과 관련된 청사진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트스타어패럴의 실체를 밝히는 것과 별도로 왜 주병진 씨가 자신의 지분과 경영권을 갑작스럽게 넘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좋은사람들은 사업의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언더웨어업계 1위 업체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에 해외법인도 설립했다. 최대의 카지노가 있는 베네시안 호텔에 영업점도 개설하는 등 사업영역을 해외로 확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데다 이처럼 실적도 탄탄한 업체에서 주 씨가 손을 떼게 되자 자연스레 주 씨 개인과 연관된 갖가지 소문들이 떠돌았다. 연예계 복귀설, 아웃웨어(겉옷) 생산업체 설립설 등이 그것. 하지만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시중에 떠돌고 있는 여러 가지 소문들은 모두 ‘루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 씨가 개인적으로 돈이 급히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스트스타어패럴 측과 직접적인 채무관계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김 이사는 주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며 삼성증권 측의 주선으로 만났을 뿐 채무관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 씨에게는 이스트스타어패럴이 아닌 또 다른 채무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의 경우처럼 주식과 경영권을 한꺼번에 넘기는 경우는 보통 주식담보대출을 하다 기한 내에 갚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주식담보대출은 당사자들끼리만 아는 사항이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계의 추측일 뿐이라 주 씨 본인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알 수 없는 셈이다.
주 씨와 관련된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검찰과 국세청 측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주병진 씨는 또 다른 연예인 J씨와 지난 월요일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가 사는 아파트 인근 주민들도 “보통 아무리 늦어도 잠은 집에서 자는데 벌써 며칠째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본인의 설명을 듣기 위해 주 씨의 집도 방문하고 회사 측을 통해 주 씨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도 출국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