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 오면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산타클로스, 구세군, 캐럴송 등등.
크리스마스 씰도 그 가운데 하나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결핵퇴치사업의 튼튼한 기반이 되어 온 크리스마스 씰은 대한결핵협회에서 관장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는 1953년 11월 6일 창립된 국내 유일의 민간 항결핵단체다.
6.25 전쟁의 총성이 멈춘 후 결핵이 창궐하자 기독교의사회, 한국복십자회, 조선결핵예방회 등 몇 개의 항결핵조직이 협력해 강력한 단일기구로 통합, 대한결핵협회가 창립하게 됐다.
그 후 본부 산하에 결핵연구원 및 지방에 12개 지회와 지사 등을 두고 홍보사업을 비롯, 엑스선검사, 결핵균검사, 환자치료 등 결핵의 예방과 발견 및 진료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국제교류·조사평가·요원훈련·기술지원·학술연구 등 전문적인 사업을 전담하며, 국가결핵관리사업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해오고 있다.
현재 이 대한결핵협회의 정점에 있는 이는 정근 회장이다. 지난해 1월 7일 취임한 후 열정적으로 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이러한 대한결핵협회와 정근 회장에게 최근 당면현안이 생겼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기존 결핵균 검사사업을 재편하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씰도 기존 결핵예방법 대신 기부금품모집법에 따라 모금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현재 정부에서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근 회장을 만나 협회의 현안과 향후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협회도 현재 진행 중인 국감의 피감기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결핵관련 주요 이슈가 하나 생겼는데...
그야말로 협회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이슈가 불거졌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그동안 협회가 수행해오던 전국 보건소 결핵균 검사사업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시키기로 계획을 잡았다.
사업 예산으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50% 교부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머지 사업비 50%를 부담하면서 지자체가 검사기관을 직접 선정, 결핵균 검사를 실시토록 하는 내용으로 결핵균 검사체계를 변경하려 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결핵균 검사체계가 시행될 경우, 문제점은?
전국 보건소 결핵균 검사사업예산이 질병관리본부의 계획대로 지자체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5:5 매칭펀딩 사업으로 전환되면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예산부족으로 해당지자체의 결핵균 검사사업 수행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설령 예산을 확보해 사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일반검사기관을 선정해 검사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약제감수성 검사 및 기타 전문 검사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예산 17억여 원을 감축하려고 국가결핵균 검사사업에 일반검사기관을 난립하게 하는 것은 국가결핵관리체계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를 통해 일선 보건소의 결핵검사업무에도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결핵관리사업에서 협회의 역할 및 입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협회의 입장과 정부에 바라는 점은?
초창기 결핵관련 충분한 정부예산이 없던 시절에 대한결핵협회가 크리스마스씰 모금 캠페인을 전개해 이를 재원으로 우리나라의 결핵퇴치 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에도 우수한 기술 및 다양한 전문가를 배양·육성해 국가결핵퇴치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뒷받침했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결핵사업을 수행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결핵이 민간부문에서 주로 관리되고 결핵관리사업의 형태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짐에 따라 국가결핵관리에서 차지하는 협회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행 결핵예방법에 국가결핵관리사업의 대표 수행기관으로 대한결핵협회가 명시돼 있는 만큼, 협회를 사업에서 배제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와 협회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보다 효과적인 국가결핵관리체계의 구축과 이를 위한 협회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심도 높은 논의를 가졌으면 한다.
이를 통해 달라진 결핵관리환경에서 대한결핵협회가 국가결핵퇴치를 위해 보다 헌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현재 대한결핵협회가 운영 중인 STOP-TB운동본부의 중요한 역할이 바로 공공과 민간의 긴밀한 협력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STOP-TB운동본부가 추진하는 것들은?
공공·민간부문의 다양한 협력 파트너들이 참여해 상호간의 공동의 결핵퇴치 목표 및 실행 계획을 수립·공유토록 하고 참여 파트너들이 각자가 효과적으로 국가결핵관리사업 수행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 STOP-TB 파트너십의 본연의 기능이다.
이에 대한결핵협회는 STOP-TB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정부 및 민간의 결핵 관계자가 두루 참여하는 ‘공공민간 결핵관리 협의회’를 발족, 참석자들에게 STOP-TB 파트너십의 기능을 충분히 이해토록 해 국가결핵사업에서 이러한 공공·민간의 협력네트워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회 및 관련 시민사회단체, 기업체 등의 협력파트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STOP-TB 파트너십의 외연을 더욱 확장할 것이며, 이를 통해 결핵퇴치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해 국내외 결핵퇴치에 적극 기여토록 하겠다.
-최근 일부 언론에 크리스마스 씰에 대한 강매와 무용론이 제기됐고,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한 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 중이다. 이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지난 60여 년간 결핵퇴치에 큰 공헌을 한 크리스마스 씰 모금사업이 공익성은 배제된 채 강매로 매도되는 상황은 정말이지 안타깝다.
특히 협회의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은 지난 2011년 50억 원에서 2012년 43억 원, 지난해 39억 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결핵예방법에 따른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도 매년 모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관련 규정이 삭제된다면 크리스마스 씰 모금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모금액으로 추진되던 사업 역시 축소되거나 지속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우리나라 전체 결핵예산에서 크리스마스 씰 모금을 통한 39억 원은 그리 큰 예산이 아니겠지만, 국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곳에서 해당 모금액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 액수와 규모가 작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수혜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소중하고 따뜻한 손길인 만큼, 크리스마스 씰 모금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이러한 크리스마스 씰의 가치와 공익성, 아울러 보다 혁신된 크리스마스 씰 모금전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2014년도 크리스마스 씰.
-벌써 크리스마스 씰 모금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 씰에 대해 소개하자면...
올해 크리스마스 씰은 우리 고유의 자연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점차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에 대한 경종을 울려 국민들에게 자연 사랑의 마음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 백두대간에서 자생하는 동식물들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백두대간을 총 10개 구간으로 구분해 해당 구간별로 서식하고 있는 20종의 고유 동식물을 선정, 해당 동식물의 특징을 표현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크리스마스 씰 구매는 국내외 결핵환자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소중한 기부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대한결핵협회가 지난 3월 법정기부단체로 지정됐다. 법정기부단체로 전환되면서 새롭게 추진코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협회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씰 모금운동을 전개해 결핵사업에 필요한 재원마련 및 대국민 결핵홍보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씰 모금이 학생 중심의 소액 다수 모금이었다면 이번 법정기부단체 지정을 계기로 국민들의 보다 자유로운 모금참여 및 기부를 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 및 매체 등을 통한 기금모금 캠페인의 전개할 방침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통해 정부의 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결핵취약계층에 대한 치료지원 및 국제적으로는 결핵이 심각한 저개발국가와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북한의 경우 남한의 50~60년대 결핵발생 수준과 비슷하며, 치료가 힘든 다제내성 결핵환자도 1만 명 이상일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다가올 남북한통일시대를 감안할 때 이러한 북한결핵문제의 해결은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런 현실에 처한 북한의 결핵관리 지원을 위해 개성 결핵균 표준검사센터 건립 및 결핵진단·치료·관리 시스템 구축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대한결핵협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향후 각오와 포부, 중점 추진과제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정부 및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대한결핵협회가 국가결핵관리사업을 주도하는 단체로 다시 한 번 재도약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아울러 협회를 법정기부단체로 지정, 크리스마스 씰 판매를 촉진해 결핵퇴치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로 문을 닫고 있는 복십자의원을 다시 열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국내 결핵퇴치사업은 물론 대북사업과 해외사업 등을 확장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협회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