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의 조계종 총무원장 검문 사건에 반발하는 스님들이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
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느님에게 봉헌하겠다”는 발언 역시 성시화 운동의 하나로 보고 있다. 또 “최근에 불심을 자극한 일련의 사건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성시화 운동을 비판하는 관계자들은 “개신교 신자를 표방하는 정부의 기관장들이 성시화 운동을 빌미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이는 공직 사회의 종교적 편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시화 운동에 대해서는 일부 진보적인 개신교 신자들조차 “공직자의 종교적 편향이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성시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깨끗하고 범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회봉사 활동일 뿐이다”며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성시화 운동에 대한 불교계의 우려는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에 대한 개신교의 입장은 무엇일까. 불교계의 반발이 갈수록 커져가는 가운데 종교 편향 시비의 초점이 되고 있는 성시화 운동의 전모를 살펴봤다.
불교계가 성시화 운동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건 2004년에 벌어진 ‘정장식 전 포항시장의 포항시 성시화 발언 사건’ 때였다. 당시 정 전 시장은 포항 기관장 홀리클럽(성시화 운동의 평신도 모임)의 활동을 주도해 불교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그가 그해 5월 30일에 개최된 ‘제1회 성시화 운동 세계대회 명예 준비위원장 역할을 맡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당시 불교계는 “포항의 ‘성시화 운동본부’ 측 기획안에는 “포항시의 재정 1%(약 52억 원)를 포항을 거룩한 도시로 만드는 사업에 쓰이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또 정 전 시장이 성시화대회 간증을 통해 “포항을 기독교 도시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문제가 되었다. 이 발언을 계기로 포항지역에서 시장의 종교적 편향에 항의하며 승려 3만여 명이 대규모 법회를 여는 등 당시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도 공세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 의원이 포항 기관장 홀리클럽 창단 멤버로 활동한 일을 거론하며 그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바 있다. 불교계에서는 “이상득 의원이 홀리클럽 멤버로 정 전 시장을 경북도지사로 공천하려고 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당시 이 의원 측은 “정 전 시장의 공천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불교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포항 성시화 운동 사건은 정 전 시장이 불교계에 사과를 하고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경선에서 현 김관용 도지사에게 패배하고 공천에서 탈락하자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현 정부초기인 지난 3월 정 전 시장이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으로 발탁되자 성시화 운동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불교계는 “포항 성시화 운동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정 전 시장이 정부의 공무원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된 것”을 문제 삼았다.
불교계가 주장하는 종교편향 논란 사건은 그 이후에도 연속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첫번째가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지리정보 시스템 ‘알고가’에 사찰 정보가 누락된 사건이었다. 또 어청수 경찰청장이 ‘전국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라는 개신교 행사 포스터에 자신의 사진을 실어 전국 경찰에 배포한 사건, 조계종 총무원장 검문 사건 등도 이어졌다.
이밖에 불교계와 일부 개신교에서 성시화 운동의 대표적인 실례로 드는 게 바로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 문제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투표소는 학교나 동사무소, 종교시설 등 공공시설에 설치하게 된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투표소는 교회가 370곳, 성당 31곳, 사찰 4곳이었다. 그리고 대선이나 총선 때의 비율도 이와 비슷했다.
불교계에서는 “투표소 중 교회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종교시설 자체를 투표소로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그 이유로 “종교시설 자체가 유권자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역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동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대표(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성시화 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의 기관장들이 홀리클럽이란 이름으로 특정 종교의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심지어 “홀리클럽 멤버들은 이 모임에서 단순히 성경 공부를 한다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성시화 운동에 대한 우려는 진보적인 개신교 그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라는 저서를 출간한 류상태 목사는 “개신교 신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예수를 알려야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성시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신교 분들에게는 이러한 성시화 운동을 통해 한 도시를 복음화시키는 일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타 종교 분들이 바라볼 때는 다소 무례한 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성시화 운동의 주체들은 불교계와 일부 개신교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홀리클럽연합회 전용태 대표(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는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성시화 운동에 대해 “도시를 깨끗하고 범죄 없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개신교의 사회 봉사 활동일 뿐”이라며 “순수한 마음으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편향 운운하는 건 무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도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치부하는 건 억지다”고 항변했다.
전 대표는 기관장 홀리클럽에 대해서도 “지자체별로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으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건 사실이지만 모인다는 것 자체가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기관장들이 모여서 나쁜 일을 모의하면 모르겠지만 공무 시간 외인 새벽에 성경공부를 한다거나 사회봉사 활동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게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전 대표는 이어 “기관장 홀리클럽이 개신교 신자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며 “실제로 대구의 한 홀리클럽에는 가톨릭 신자가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교계와 개신교가 이같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성시화 운동 논쟁의 핵심은 ‘공직자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종교성향을 드러내도 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불교계와 일부 개신교 신자들은 “공직자가 종교성향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종교적 편향이다”고 주장한다. 류상태 목사는 “공직자는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자신의 종교적인 색채를 빼야 한다”며 “윗사람이 교회에 다닌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아랫사람한테 무언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용태 대표는 이와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공직자에게도 종교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에 대해 표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그는 “고위 공직자의 신앙생활이 하위 공직자의 인사에 영향을 주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옳지 않지만 그 외 범위에서의 신앙생활은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불교계는 “현 정부 들어서 고위 공직자 중 개신교 신자 분포를 파악하고 이들이 공직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성시화 운동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밝히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계는 오는 27일 현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며 대규모 법회를 예고하고 있어 개신교의 성시화 운동은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