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 본사 등서 벌어진 피켓 시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
그간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캠페인을 주최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이 시민단체가 구설에 오른 것은 올 2월. 이 단체의 사무총장인 A 씨가 횡령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하면서다. A 씨가 고소당한 것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소년소녀가장돕기 송년 나눔의 콘서트’를 위해 GS칼텍스로부터 받은 1억 원의 후원금 때문이다.
A 씨를 고소한 측의 한 관계자는 “GS칼텍스가 칭찬본부 단체통장으로 1억 원의 후원금을 보내왔는데 사무총장인 A 씨가 이 사실을 칭찬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입금 당일 3000만 원, 이틀 뒤인 28일에 7000만 원을 인출해 개인용도로 탕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A 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한국사무총장협의회(협의회)가 이사회를 통해 A 씨를 제명처리하고 경찰에 고소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A 씨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맞고소한 상태다.
하지만 양측 간 갈등은 후원금 횡령혐의를 둘러싼 단순 고소고발로 그치지 않고 확대 증폭되고 있는 중이다. A 씨를 고소한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선행칭찬운동본부는 사회이슈가 되는 기업들의 약점을 잡아 시위를 하는 등 시민단체의 순수성을 잃어버렸다”며 “그 중심에는 사무총장 A 씨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그 예로 A 씨가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해 벌인 ‘이상한 시위’를 들었다. A 씨는 횡령혐의로 고소되자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GS칼텍스 본사 및 회장자택 앞에서 ‘GS 허동수 회장님 살려주세요’ ‘GS 허동수 회장님 덕분에 칭찬본부가 박살났습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SK에너지에 대해서도 ‘사기주유할인카드’에 대한 항의로 ‘지난번에 부당이득금 챙기고 이번에는 부당환급금 챙기고 최 회장님 축하드려요’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는 것.
협의회 측은 “A 씨는 시위를 하면서 모종의 거래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고 그 후 해당 기업들에게 시위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라도 달라, 그러면 시위를 그만두겠다고 생떼를 쓰는 등 대다수의 순수한 시민단체들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문제의 A 씨는 자신과 단체를 둘러싼 이 같은 구설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GS칼텍스로부터 받은 1억 원은 엄연히 단체 발전기금 명목이었고 결코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 이는 칭찬본부 관계자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 증빙자료도 있다. 투명성을 토대로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 본부 시스템상 횡령이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내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검찰에 제출한 상태고 곧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거래’를 목적으로 기업의 약점을 잡아 억지 시위를 하고 있다는 구설과 관련해서도 A 씨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위는 칭찬본부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 사무총장협의회 대표 입장으로서 담합 및 이득금 챙기기에 급급한 기업들의 부당한 행태를 지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한 일이다. 그게 뭐가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집회신고도 하고 국민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이뤄진 순수한 행위에 대해 뒷돈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보는가”라고 반박했다.
칭찬본부는 정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고 재경원에서 기부금지정기탁 단체로 지정받은 시민단체다. 특히 이 단체는 시민단체 중에서도 정·재계 출신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탄탄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칭찬본부의 집행진에 소속된 인물들은 꽤 화려하다. 칭찬본부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이사장은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홍문표 전 의원(수상심사위원장도 맡고 있다)이며 고문으로는 우윤근 신상진 의원과 이상열 전 의원이 있다. 또 칭찬문화위원장에 고진화 전 의원, 정책위원장에 문병호 전 의원, 사회복지위원장에 고경화 전 의원, 칭찬아카데미위원장에 공성진 의원 등이 포진해있고 노웅래 전 의원도 사회공헌위원장의 자리에 있다가 몇 달 전 퇴진의사를 밝히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허호 전 현대건설 부사장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무총장 A 씨가 이들 집행진과 어떤 친분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특이한 점은 올 6월에 취임한 홍 이사장과는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는 점이다. 협의회 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에 A 씨가 홍문표 이사장과 함께 그의 지역구인 홍성에 내려가서 현지 노인들 200여 명을 불러놓고 복지관에서 점심대접을 한 적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법정에 가서야 밝혀질 부분이지만 A 씨에 대한 고소인의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비리 차원을 넘어 시민단체의 순수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온 일부 시민단체들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칭찬본부에 소속된 인사들의 안일한 직무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집행진들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해도 조직의 윗선에 있는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벌어진 일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A 씨가 구설에 오른 이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 씨는 현재 “검찰조사에서 진실이 드러날 것이기에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자신과 칭찬본부의 명의로 고소인들을 명예훼손과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협의회 측에서도 A 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칭찬본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 고발하겠다는 강경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로써 A 씨 개인과 협의회 간의 다툼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시민단체들 간의 집단갈등으로 확전될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