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영하 학원장 측근이 제시한 CCTV 캡처 사진. 주 학원장 측은 “2003년 주명건 원장이 주 학원장 부부 집무실 집기를 빼내는 장면(위)과 비슷한 시기 경호원을 동원해 세종호텔 출입을 막는 장면”이라고 주장한다. | ||
하지만 이에 대해 당사자인 주명건 세종연구원장은 전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주 원장은 “설립자 측근 세력과 자신의 동생인 주장건 씨에게 노부모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또 그는 “어떤 부모가 ‘자발적으로’ 아들을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광고를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설립자 부부와 주명건 원장이 이렇게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배경은 무엇일까. 세종대 재단을 둘러싼 부모, 자식 간의 공방전을 들여다보았다.
지난 9월 26일자 한 스포츠신문 1면에는 세종대 설립자인 주영하(97) 최옥자(91) 부부의 명의로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이란 제목의 신문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의 주된 내용은 “아들 주명건은 천륜을 저버린 패륜아다”는 것. 주 학원장 부부는 여기서 “세종대학교를 위해 단 한푼의 재산도 기여 한 바 없이 모든 것을 물려받은 그는 탐욕을 멈추지 못하고 부모를 핍박하고 폭언과 협박, 폭행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들은 “비리로 재단 이사장에서 해임되었던 큰아들이 다시 한번 세종대 재단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이를 막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주 학원장 부부가 아들에 대해 험한 말을 동원하며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2003년 11월 세종대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가 이토록 물질에 탐욕스럽고 비굴한 인격 파탄자인 줄을 몰랐다. 주명건이 그간 재단과 대학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을까 생각하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이메일에는 또 “그를 양육할 때 늘 ‘학교에 벽돌 한 개라도 갖다놓을 책임은 있되, 벽돌 한 장 가져갈 권리는 없다’고 가르쳤는데, 그가 저지른 재단 수익사업체에서의 회계비리와 그의 무너진 양심과 도덕성을 보면서 더 이상 그에게 세종대학 재단을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주 학원장 부부는 세종대 졸업식 축사를 통해서도 “큰아들이 더 이상 학교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세종호텔에서 만난 최옥자 여사는 큰아들에 대해 “의절한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세종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6년 전부터 명절 때 손자들까지 오지 못하게 하고 전화 한통 없다”며 “주명건 원장은 세종대 재단의 수익사업 중 하나인 세종호텔을 차지하기 위해 부모의 집무실 집기를 다 들어내고 문을 용접했으며 경호원들을 세워 출입을 막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당시의 상황이 호텔 내 CCTV에 찍혔다며 그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세종대 재단은 수많은 내홍을 겪어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당시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주명건 전 이사장의 비리를 적발했고 그는 이 일로 해임됐다. 이에 따라 학교 재단은 교육부에서 파견된 관선 이사들로 임시 이사회를 구성, 운영돼 왔다.
하지만 세종대 측은 “주 전 이사장 측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현 집행부를 흠집 내 다시 학교로 복귀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주 학원장의 측근도 “주 전 이사장이 이미 정상화돼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 재단의 비리 의혹을 제기해 다시 이사장으로 복직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신문광고를 냈다”고 한다.
그러나 주명건 원장 측의 주장은 설립자 측의 이야기와 전혀 다르다. 세종연구원에서 만난 주 원장은 “연로하신 부모님이 측근과 동생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아무리 아들이 못났기로서니 자발적으로 신문광고를 내면서까지 아들을 비난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부모님의 측근과 동생이 나를 헐뜯기 위해 시킨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자신이 해임된 일에 대해서도 “당시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내용은 회계법상 웬만한 학교에서는 다 나오는 정도의 비리였는데 지금도 그것이 해임돼야 할 만큼 큰 문제였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미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결된 바 있다”고 전했다.
주 원장의 측근인 최승구 세종대 전 사무총장 역시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설립자가 추천한 정이사 후보 중 한 명이 세종호텔 관계자였고, 바로 그가 추천을 받기 위해 고령으로 판단이 흐린 설립자 부부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사무총장은 이어 “오히려 설립자 부부의 측근들이 부모와 큰아들의 만남을 방해하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다”고 강조했다.
최 전 사무총장은 이어 “세종대 재단이 그동안 좌익세력에게 장악돼 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를 비롯, 참여정부 시절 선임되었던 관선 이사들이 모두 좌파 세력들이었고 이들이 학교를 망쳤다”며 “교과부에서 관선 이사들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감사에 들어간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설립자 부부의 측근과 동생들이 이들 좌파세력과 결탁해 학교를 장악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설립자 부부 측근과 동생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주명건 전 이사장의 동생 주장건 씨는 “나는 학교 일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며 형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꾸할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말했다.
또 설립자 부부 측근은 “주 전 이사장이 학교 문제를 가족 간의 불화로 호도하고 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설립자 부부가 광고를 낸 건은 아들을 욕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주명건이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비리와 그의 학교 재장악을 막으려는 노력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세종대의 이사진은 공백 상태다. 정이사 추천 후보를 받았으나 교육부 감사로 이는 백지화된 상태. 결국 감사 결과가 나온 후에야 다시 관선 이사를 파견할지 정이사를 선임할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래저래 세종대 재단의 파행은 설립자 부부와 주 전 이사장의 ‘의절 관계’처럼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