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은 김동진 부회장이 비공개정보를 이용, 주식거래를 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
금감원은 얼마 전 증권거래소 측으로부터 ‘지난 4월 구 신흥증권(현 HMC투자증권)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에서 임직원들 중 일부가 비공개정보를 이용해 내부자거래를 했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통보를 받아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감원의 조사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특히 관심이 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얼마 전 현대모비스로 전출 발령된 김동진 부회장. 김 부회장의 전출에 대해선 당시 “문제가 있어 좌천당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복수의 금융감독원(금감원)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현재 금감원 파생상품조사팀에서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의 내부자거래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현대차가 구 신흥증권을 인수하기 전에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미리 신흥증권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인수 후 급등한 주식을 되파는 방식으로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측의 이번 조사는 증권거래소의 의뢰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에서 지난 8월경 현대차그룹이 구 신흥증권을 인수할 때 20여 명에 이르는 현대차 임직원들이 내부자거래를 한 정황을 먼저 잡아냈고 이를 금감원에 조사 의뢰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김 부회장의 내부자거래 의혹이 수면위로 부상했다는 것.
우선 현대차그룹이 구 신흥증권을 인수할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자. 현대차 그룹은 올 초인 지난 1월 14일 구 신흥증권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주식시장에는 이미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대차그룹이 구 신흥증권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고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24만 주 정도에 머물던 구 신흥증권 주식거래량은 현대차그룹이 M&A를 시도한다고 발표한 바로 그날(1월 14일) 270만 주가 거래되며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한때 구 신흥증권은 현대차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고 성공적인 M&A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돌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인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지난 2005년 11월 신형 산타페 출시 발표회 때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정몽구 현대차 회장(오른쪽)과 김동진 현대 모비스 부회장. | ||
현대차그룹이 신흥증권 인수를 완료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4월 15일에는 구 신흥증권 주가가 장중 한때 3만 785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대박’을 친 것.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김 부회장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주식 매입 시점과 매도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감원은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 무렵을 전후한 김 부회장의 자금흐름을 다각도로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김 부회장 외에도 현대차 그룹 내부에서 다수의 유력인사들이 이 불공정거래에 개입돼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거래소의 한 인사는 “현대자동차 임직원 20명가량이 똑같은 혐의를 받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벌써 얼마 전 일선에서 물러난 박정인 전 HMC투자증권 회장 등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금감원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20여 명의 임직원 외에도 더 많은 인사들이 이번 내부자거래에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 외 20명에 대한 조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조사가 더 진행되면 더 많은 인사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워낙 큰 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금감원 내부에서도 쉬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감원에서는 김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이번 불공정거래로 얻은 차익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또 주식 거래가 실명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차명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김 부회장과 관련된 현대차 임직원들이 ‘내부자거래법 위반 및 불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일의 추이를 볼 때 조만간 조사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측에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금감원 조사도 금시초문”이라며 모든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직 고위임원에 관한 소문은 우리도 들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 부회장에 대해서는 “금감원 조사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김 부회장의 직접적인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현대차 측은 거부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